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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한번에 볼륨 키워주는 ‘가슴필러’ … 유방건강 생각한다면 신중해야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10-15 16:40:05
  • 수정 2015-01-06 2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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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라겐필러 사용하면 유방초음파·유방촬영술 어려워 결국 MRI촬영 … 양성낭종과 비슷한 모양에 진단시 혼란 초래

콜라겐이나 실리콘으로 된 필러를 가슴에 주사하면 유방촬영술·유방초음파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유방질환 검진이 어려울 수 있다.

최근 인터넷뉴스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 중 하나가 ‘아찔한 볼륨감’, ‘감추지 못하는 풍만한 라인’ 등 여자연예인이나 화보 모델의 가슴과 관련된 것이다. 아름다운 몸매는 남녀를 불문하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 요즘엔 단순히 마른 몸매만으론 어필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최근엔 ‘건강미’를 운운하면서 가슴의 볼륨까지 챙겨야 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여성은 인종 특성상 흉곽이 좁고 가슴이 빈약한 편이다. 게다가 마른 몸매가 추앙되다보니 과도한 다이어트에 가슴볼륨이 위축돼 평균 속옷사이즈가 가장 작은 ‘A컵’에 불과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가슴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자신의 몸매에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볼륨감 있는 라인을 완성하려면 윗가슴까지 탄탄해야 하는데, 유전·심한 다이어트·모유수유 등 다양한 원인으로 유방이 아래로 처지면서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여대생 최 모씨(23·여)는 얼마 전 단기간에 25㎏ 감량에 성공했다. 체중을 감량하기 전엔 가슴이 커서 ‘살을 빼도 문제 없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가슴은 사라져 온데간데 없어졌다. 게다가 가슴이 심하게 처져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막상 시술을 고려해보니 보형물수술은 수술 자체가 겁나고, 지방이식은 낮은 생착률 문제가 걸렸다. 그러던 중 ‘필러도 가슴에 쓸 수 있다’는 광고에 윗가슴에만 조금 넣어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최근 주사 한번으로 가슴을 확대할 수 있다는 말에 필러시술을 쉽게 결정하는 사람이 적잖다. 코, 이마, 애교살, 광대 등에 필러를 주입하는 시술이 속속 등장하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자 필러 시술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다.

가슴필러 시술은 지방이식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가슴조직 아래 공간에 자가지방 대신 필러제를 주입하는 것이다. 히알루론산·콜라겐·칼슘 필러 등 기존 코, 이마 시술에 활용되는 것을 그대로 쓴다. 필러 자체가 부드러워 자연스러운 모양이 형성되는 게 장점이다. 자가지방이식술을 원하지만 너무 말라 채취할 지방량이 적은 여성에게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엔 굳이 필러로 가슴교정을 하는 것을 권하는 의사는 그리 많지 않다. 나옥주 더새로이성형외과 원장은 “자연스럽고 내 가슴 같은 촉감을 주는 것은 맞지만 가격 대비 효과가 그리 큰 것은 아니다”며 “제대로 된 볼륨효과를 보려면 기존 보형물수술보다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보형물은 한쪽 당 250~300㏄짜리를 활용하는데, 필러로 동일한 양을 주입하려면 보형물수술만큼, 또는 그 이상의 비용이 든다. 나옥주 원장은 “간혹 꺼진 윗가슴만 교정하는 데엔 어떠냐는 사람도 있는데, 높은 필러 비용 때문에 필러를 적게 주입한 탓에 기대치에 모자라는 교정효과가 나오기 일쑤”라며 “막상 비싼 돈을 들여 시술받았는데 유지기간이 1년도 가지 못해 실망하는 케이스가 적잖다”고 설명했다.

가슴필러시술은 지속성이나 가격뿐만 아니라 여성의 가슴건강을 고려해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이재희 휴먼영상의학센터 유방클리닉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콜라겐이나 실리콘으로 된 필러를 가슴에 주사하면 유방촬영술·유방초음파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유방질환 검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스틸렌 등 히알루론산필러가 주입된 가슴은 유방초음파 검사만 가능하다.
콜라겐필러가 주입된 가슴은 이들 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못한다. 유방촬영검사 결과지를 보면 이물질이 잔뜩 낀 듯 뿌옇게 나와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초음파도 마찬가지다.

이 원장은 “유방초음파와 유방촬영술은 여성 유방질환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인데, 이들 검사가 불가능해지면 결국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을 수밖에 없다”며 “MRI 검사 결과지에서도 이물질이 피하지방층과 유선 뒷쪽 지방층에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유방암 자체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필러조직과 암조직은 모양이 다르다. 하지만 양성종양·낭종과 비슷한 형태로 찍힐 우려가 있어 경험이 적은 의사는 이를 보고 판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재희 원장은 “레스틸렌 등 히알루론산 필러가 체내로 흡수된다고는 하지만 이물질인 것엔 변함이 없다”며 “정품이 아닌 사이비 필러로 ‘야매수술’을 받은 경우엔 더욱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서 가슴에 필러시술을 받고 내원한 환자는 필러제가 복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 원장은 “가슴필러를 고려하는 여성은 대개 보형물가슴성형이 비싸고, 아프고, 지나치게 티가 날 것이라는 생각에 이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며 “하지만 시술 전에 유방암검진이 필요할 것이며 이를 위해 들여야 할 높은 MRI 비용, 이로 인한 불편 등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필러로 인해 이물질 육아종이 생겨 멍울이 만져질 수 있고, 섬유화가 진행돼 유방 전체가 단단해지기도 한다”며 “유방에 필러를 주입할 계획이라면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숙고한 뒤 전문의와 상담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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