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교차 커지고 기온 떨어지면서 주사비·안면홍조 환자 늘어 … 다양한 레이저치료로 호전 가능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이 안면홍조증을 치료하고 있다.
영업사원 김모 씨(41)는 시도때도 없이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 탓에 ‘낮술 마셨냐’는 오해를 자주 받곤 한다. 잦은 외근에 밖에 있다 실내로 들어오면 얼굴이 붉어져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를 하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슬슬 날씨가 추워지면서 증상이 더욱 심해져 피부과를 찾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가을철엔 얼굴에도 단풍이 들기 마련이다. 수시로 얼굴이 화끈거리며 붉어지고, 코끝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와 ‘딸기코 증상’ 탓이다. 큰 일교차와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로 인해 가을철엔 이들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다. 산에 물드는 단풍은 금방 사라지지만 안면홍조와 딸기코 증상은 날씨가 더 추워질수록 증상이 심각해진다.
혈관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수축·확장을 반복한다. 김 씨처럼 안면홍조증을 겪는 사람은 정상인과 똑같은 자극을 받아도 혈관이 쉽게 늘어나고 원래대로 수축되지 않는다. 이들은 약간의 온도차이나 사소한 감정의 변화에도 얼굴이 쉽게 달아오르고, 증상이 심해지면 혈관이 항상 늘어난 상태가 유지돼 늘 붉은 얼굴로 보이기도 한다.
안면홍조는 유전으로 인한 케이스가 많다. 이밖에 자외선, 심리적 자극, 스트레스, 추운 날씨, 알코올, 폐경, 특정 약물 복용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소화기·폐 종양인 ‘칼시노이드’란 질환에서는 세로토닌이라는 혈관확장물질이 분비돼 홍조를 띠게 만든다. 여드름이, 지루성피부염, 아토피피부염에 걸렸을 때 의료진의 처방 없이 임의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도 증상을 악화시킨다.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은 “안면홍조증 발병은 심리적 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감정 표현에 소극적이고 비사교적인 사람들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며 “긴장하면 자율신경 작용으로 혈관이 늘어나 홍조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은 얼굴이 빨개질까봐 또 걱정·긴장해 악순환이 일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안면홍조증을 겪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외선 차단’이다. 자외선으로 생기는 피부노화는 혈관을 지지하는 탄력 섬유를 파괴해 모세혈관을 확장시킨다. 1년 내내 자외선차단제를 챙겨주는 것은 기본이다.
평소 세안할 때에도 자극이 적은 클렌징폼 등을 사용하고, 심한 마사지나 무리한 각질제거·필링은 삼간다. 발랐을 때 따끔거리거나 자극적인 화장품과 비누는 사용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쉽게 늘어나므로 너무 자주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강진수 원장은 “기온이 낮은 계절에는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갈 때 미리 손바닥으로 볼을 가볍게 마사지해 체온을 살짝 높여주는 게 도움이 된다”며 “찬 기운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로 얼굴만 가리는 것보다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얼굴을 붉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심한 운동, 맵거나 뜨거운 음식, 난로의 열기, 뜨거운 욕조, 사우나, 찜질방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최근엔 확장된 혈관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IPL’, ‘색소레이저’, ‘엔디야그레이저’, ‘옐로우레이저’ 등으로 안면홍조를 치료한다. 이미 확장된 혈관은 저절로 원상복구되지 않는 만큼 레이저로 늘어난 혈관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치료기간은 2~4개월 소요된다.
딸기코는 코끝이 빨개지고 딸기처럼 울퉁불툴해지는 만성 충혈성 질환 중 하나로, 전문용어로 ‘주사’ 혹은 ‘주사비(酒渣鼻)’라고 한다. 대개 30~50대에 주로 발병하지만 최근엔 20대 등 젊은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강진수 원장은 “주사비는 코혈관이 수축기능을 잃으면서 코가 항상 술에 취한 듯 붉은 색을 띠며, 명칭 때문에 알코올로 인한 것으로 여기기 마련”이라며 “ 하지만 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며, 술은 1차적인 원인이기보다는 2차적인 악화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원인이 작용하는 ‘개인의 체질’ 때문인 것으로 본다. 체질적으로 주사가 생길 소지가 큰 사람에게 피지분비나 여드름 모양의 발진이 생기고, 얼굴혈관이 자극에 자주 노출돼 혈관이 늘어나면서 나타난다. 처음엔 얼굴이 남보다 쉽게 빨개지는 증상에서 시작, 점차 실핏줄이 겉으로 보여 항상 얼굴이 빨갛게 되는 안면홍조증으로 발전한다.
치료를 서두르지 않으면 이후 뺨, 코, 코둘레 등의 모세혈관이 확장된다. 또 붉고 딱딱한 결절, 작은 고름집, 단단한 부종이 생기면서 코가 붉어지고 모양도 울퉁불퉁하게 변한다.
치료법은 질병이 나타난 시기와 증상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초기에 치료해야 혈관확장 및 비류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여드름성 발진을 짜거나 절개하는 등 물리적 치료는 염증을 깊숙이 파급시키거나 딱딱한 흉터를 남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고, 피지분비를 억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약물치료로 염증이 진정된 후 다음 단계에 옐로우레이저, 색소레이저, IPL 등을 병행하면 딸기코 등 혈관성병변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처음부터 레이저치료를 성급히 결정하는 것은 삼간다. 강진수 원장은 “무엇보다도 자가치료는 금물”이라며 “코가 붉어지고 염증이 한두개 올라올 때 임의로 스테로이드제가 들어있는 연고를 사용하다 증상을 악화시키고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안면홍조증과 마찬가지로 혈관이 늘어나기 쉬워 음주,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얼굴에 열을 가하기 쉬운 사우나, 뜨거운 목욕, 피부 마사지, 심한 운동도 자제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