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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진단기준, 미국과 한국 등 ‘장애’서 ‘불쾌감’으로 변경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4-10-10 18:08:11
  • 수정 2014-10-14 19: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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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병 아님을 인식하는 대전환 계기 … 성전환수술·호르몬치료 의료사각지대 줄여야

태국의 트랜스젠더 미인대회의 한 장면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F64’이란 질병진단코드는 성주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s)를 지칭한다. 트랜스젠더로 공인받아 해당 질환에 대한 의학적 처지를 받길 원하거나(비보험), 병역을 면제받으려면 반드시 이 진단코드를 받아야만 한다. 최근에 바뀐 미국정신과학회 기준인 DSM-5는 이전에 이 코드명을 성주체성불쾌감(Gender identity disphoria)로 바꿨다. 일부에선 디스포리아(disphoria)를 ‘도착증’으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정신과에서는 ‘불쾌감’으로 표현한다.

DSM-5는 미국정신과학회가 만든 진단기준에 그치고, 실제 법적인 진단은 국제질병분류인 ICD-10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 큰 변화는 아닐 수 있지만 ICD-11판이 개정 작업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변할지 아직 모른다는 게 학계의 말이다.

이에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진단기준은 바뀌었지만 아직 이에 대한 진단사례가 드물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트랜스젠더들은 사회적 냉대로 인해 진료에 있어서도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그나마 트랜스젠더로 인정받아 의학적 처치를 받으려면 정신과에서 진단명을 받는 게 급선무다. 그런 연후에도 성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 영역을 진료하는 내분비내과나 산부인과는 찾지 못하고 비전문가인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관련 진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여성의 성징이나 심리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맞을 수 있도록 전문관리해주는 곳이 드물어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보고 관련 치료를 지속하거나 중단하는 상황이다. 비전문가인 성형외과나 피부과의 처방과 진료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조차도 여성호르몬을 피임용으로만 처방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치가 어렵다.

비공식적으로 트랜스젠더는 국내서 약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트랜스젠더는 본래 자신이 여성이나 남성으로 태어났는데 외모상으로 남성이나 여성의 모습을 띠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시선은 트랜스젠더를 게이나 레즈비언과 동급 선상에서 비교하는 수준이다. 외모상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이 남자를 좋아해서 성전환을 했다기보다는 본래 자신이 여자였기 때문에 성전환을 한다고 털어놓는다.
의학적으로도 여성호르몬을 맞게 되면 성욕이 사라진다. 성폭력 남성에게 화학적 거세를 할 때에도 여성호르몬이 투여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이런 여성호르몬조차 쉽게 맞을 수 없는 게 우리나라 트랜스젠더의 안타까운 실정이다.

서울 이태원 등지의 트랜스젠더바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강해 트랜스젠더는 ‘성적인 대상’으로 투사되고 있다. 취재 결과 바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외에도 전문직이나 일반적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트랜스젠더 A씨는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은 원래 여자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트랜스젠더”라면서 “성전환은 섹스를 매개로 하는 변태적 행위가 아니라 여성의 삶을 살고자하는 진심어린 노력”이라고 말했다.

A씨는 “트랜스젠더라는 ‘제3의 성’이 아니라 여자로 살고 싶다”며 “대다수 가정에서 트랜스젠더를 따뜻하게 맞아주기보다 버린 자식 취급해 어쩔 수 없이 술집을 나가게 되지만 자신의 직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고 귀뜸했다.

트랜스젠더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과거엔 마약을 하는 이가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정치권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환영을 받기 어려운 게 소수자들이다. 성형외과에서도 일반환자가 반발할까봐 걱정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진료예약을 받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다.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원장은 “트랜스젠더는 요구조건도 많고 다른 환자 시선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잘 받지 않는다”며 “성형외과 중에서 몇 곳만이 환자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국립병원의 노성원 정신과장은 “성주체성‘장애’라는 진단명이 ‘불쾌감’으로 바뀌면 이것이 질병이라는 인식에 대전환이 올 것”이라며 “아직 국내 정신과학회에서 공식적인 언급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의료기관에도, 정부에도 없다. 이들을 위한 이익단체도 사실상 없어서 성소수자인권연대에 기대고 있다. 외국 의료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해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전환수술을 위해 태국 등지로 가서 쓰고 오는 금액이 1인당 2000만원을 넘어선다는 것도 보건당국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10만명이라는 통계도 정확한 것이 아니라 추산일 뿐이어서 관계기관의 대책이 필요하다. 내눈에 보기 싫기 때문에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왜 그렇게 되야만 하는지, 대책은 없는지 지속적 논의가 있어야 할 시점이다.


☞ F64(성주체성불쾌감) 범주에 속하는 진단명
F64.0  성전환증 (Transsexualism)
타고난 성과 바꿔 살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하며 이를 위해 성전환수술이나 호르몬치료를 희망하는 경우
F64.1  이중역할 의상도착증 (Dual-role transvestism)
영원히 성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반대편 성의 옷을 입고 싶어하는 욕망이 지나친 경우
F64.2  소아기 성주체성불쾌감 (Gender identity disphoria of childhood)
어렸을 때 반대편의 성의 옷, 역할, 취미 등을 추구하는 경우
F64.8 기타 성주체성 불쾌감 (Other gender identity disphoria)
F64.9  상세불명의 성주체성 불쾌감 (Gender identity disphoria, unspecif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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