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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정부, 원격의료 시범사업 강행 … 의료계 “엉터리·졸속 행정”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10-02 12:26:27
  • 수정 2014-10-15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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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간 11개 의료기관 대상 실시 … 안전성·유효성 입증 여부 의문, 11~12월 투쟁 시작

최근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자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첫 단계로는 참여 시·군·구 의사회가 추천한 의원급 의료기관, 참여를 희망한 개별 의원급 의료기관, 지역 보건소 등에서 원격모니터링이 실시된다. 모니터링은 기존 의료기관의 고혈압 및 당뇨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원격진료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본격적인 시범사업은 도서벽지나 교도소 등에서 진료받는 경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시범사업에는 서울 송파구, 강원 홍천군, 충남 보령시, 경북 영양군, 전남 신안군 등 9개 시·군·구 11개 의료기관(의원 6개소, 보건소 5개소)과 특수지 시설 2개소가 참여한다. 현재 홍천군과 영양군내 보건소가 우선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의 세부 과제는 △원격모니터링(건강상태의 지속적인 관찰 및 상담 등)의 안전성·유효성 검증 △원격진료의 안전성 검증 △원격모니터링 등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개발 △원격의료의 기술적 안전성 검증 등이다.

정부는 참여 의료기관에게 원격모니터링시스템, 화상상담 등 통신기능이 탑재된 노트북, 현장 업무 수행인력, 인센티브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환자에게는 혈압·혈당계, 활동량측정계 등이 지급된다. 환자의 편의성을 높여줄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된다.
올해 원격의료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13억원, 내년도 예산으로는 9억9000만원이 추가 배정됐다.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해 만성질환자나 증상이 가벼운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 상담, 교육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서·벽지 거주 환자, 거동이 불편한 고령·중증질환 환자, 군인 등 특수직 종사자 등의 진료에 크게 도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환자를 직접 보거나 만지지 않고 화상으로 진료할 경우 오진이나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의사들은 환자를 직접 보고 만져보지 않고 화상을 통해 진료할 경우 오진 위험이 높아진다며 원격진료 도입을 반대해왔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또 원격진료에 고가 장비가 필요한데, 동네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은 이같은 장비를 갖출 여력이 없고 이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있는 1차의료기관들은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해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리적 접근성을 무시하는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의료기관 종별간 무차별 경쟁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높은 한국에서 굳이 원격의료가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다. 최근 조사결과 한국의 의사 밀도(국토면적 대비 의사수)는 2010년 기준 1㎢당 0.95명으로 벨기에(1.0명)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의사 밀도가 높으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계는 원격의료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이번 시범사업이 졸속행정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5일 의협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엉터리·졸속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철호·조인성 공동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범사업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졸속 행정”이라며 “6개월 동안 겨우 6곳의 의원과 5곳의 보건소에 시행되는 엉터리 시범사업 결과는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경우 오진과 의료사고 위험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다수 의료계 인사들은 시범사업 참여기관의 수가 터무니없이 적고 사업 기간도 짧아 정확한 평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의협 비대위는 “비대위를 중심으로 의협 집행부, 대의원, 전국 시도의사회 등이 ‘원격의료 반대’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현재 300여명의 비대위 명단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앞으로의 투쟁 방향을 결정할 비대위 연석회의를 오는 11~12월 중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달 중순부터 청와대, 국회 등에 성명서를 전달하고 원격의료 반대를 지속적으로 호소할 계획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도 최근 성명서를 통해 “6개월의 시범사업으로 원격의료의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과 결과의 공정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며 이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원격의료를 강행할 경우 관련 사업에 참여하는 대기업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격의료 시행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개인정보 문제나 의료사고 책임 소재에 대한 법적 기준도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까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의사·환자간 대면진료가 원격진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입증한 자료는 없다”며 “도서·벽지 거주하는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 보건지소 활용, 1차 의료기관 장려정책 등 지역 실정에 따른 맞춤형 의료서비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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