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검진 받지 않는 여성, 자궁경부암 걸릴 위험 검진받는 여성보다 3~10배 가량 높아
자궁경부암은 HPV의 지속적인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유일하게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진 만큼 제대로 관리하면 한시름 놓아도 될 듯하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Human Papillomavirus)’는 여성의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뿐만 아니라 콘딜로마(곤지름)까지 유발한다. 남성이 감염되면 곤지름 정도가 당장의 큰 문제로 여겨지며, 드물게 구강암의 원인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미국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라스가 이 바이러스에 의해 구강암에 걸린 것 같다고 발표해 관심이 증폭된 바 있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는 자궁경부암으로 영구불임 선고를 받은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전조증상 없이 찾아온 자궁질환으로 자궁적출술을 받는 장면은 여성 시청자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자궁경부암으로 전세계적으로 2분마다 1명, 국내서는 하루 평균 약 3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압감을 준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HPV의 지속적인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유일하게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진 만큼 제대로 관리하면 한시름 놓아도 될 듯하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장은 “HPV가 자궁경부암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맞지만, 성생활을 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감기 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HPV는 성접촉으로 감염되며 감기 바이러스처럼 매우 흔해서,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50~80%는 일생 동안 HPV에 감염되기 마련이다. 국내 여성 3명 중 1명은 HPV를 보유하고 있으며, 성생활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젊은층인 18~29세에서는 49.9%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선 암을 일으키는 HPV는 단순히 콘돔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백신을 맞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방 병원장은 “자궁경부암에 노출됐다고 해서 모두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는 것도 아니다”며 “ HPV 감염으로 인한 자궁경부암으로의 세포변화 과정은 수년에 걸쳐 이뤄지며,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사라지지 않는 현상이 오래가는 사람 가운데 0.5%에서만 암으로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침투한 바이러스는 자연소멸하기도 하며 이에 대한 자연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HPV가 검출됐을 때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은 분명 암 발병을 막는 데 보탬이 된다. 자궁경부암은 ‘무증상이 증상’으로 너무 늦으면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중국의 인기 여배우 쑹원페이(27)도 지난해 3월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등 생계를 위해 쉬지 않고 드라마를 찍다 4개월 동안 치료받지 못했다. 원래 생명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비관할 게 아니라 정기검진과 조기치료로 나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검사를 받지 않는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릴 위험이 검진을 받는 여성보다 3~1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검사 후 결과는 CIN1(경증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 CIN2(중등도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 암으로 가기 직전단계의 CIN3로 나뉜다. CIN3 단계에서도 제때 치료하면 완치율이 90%를 넘는다.
CIN1이나 CIN2로 판정되면 미혼인 경부 대부분 전기·고주파·레이저로 자궁경부 병변을 파괴시키는 자궁경부소작술이나 열응고술을 주로 시행한다.
방장훈 병원장은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을 초기에 발견할 경우 병소 부위만을 잘라내는 원추절제술이 주로 활용되는 만큼 자궁보존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자궁경부를 고깔 모양으로 도려내는 시술로 예전엔 직접절개로 이뤄졌지만 요즘엔 고주파를 이용하는 추세다. 대개 5~7㎜로 얇게 도려내며, 그 이상 깊게 절제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원추절제술을 받았다고 해서 임신이나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돼있지만 일부 보고에서 원추절제술을 크게 받았을 때 조산율이 조금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국가에서는 30세 이상의 여성들에게 2년마다 한 번씩 자궁경부세포검사 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스스로 건강을 지켜나간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백신을 맞으면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방장훈 병원장은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해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지 않거나, 괜히 맞았다고 투덜댈 필요는 없다”며 “현재 감염돼 있는 바이러스 이외의 다른 타입으로 인한 질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곤지름(콘딜로마)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곤지름에 걸리는 여성이 많고, 이를 시술하는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백신접종 비용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나아가 곤지름에 걸린 후 나타날 수 있는 우울증 등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사전에 예방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