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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절반의 성공’ 달빛어린이병원 … 동네의원 몰락 초래하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9-19 11:33:17
  • 수정 2015-05-11 18: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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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지자체 1억8000만원 지원, 환자만족도 높아 … 의협 “소아진료가산제도 강화 우선”

지난 1일부터 정부가 소아 경증환자의 야간진료를 담당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을 실시한 가운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시범사업 기관으로 지정된 6개 시·도의 8개 소아청소년과 병원(부산성모병원·온종합병원·시지열린병원·한영한마음아동병원·성세병원·다솔아동병원·포항흥해아동병원·김해중앙병원)은 평일엔 오후 23시, 토·일요일엔 오후 6시까지 환자를 진료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도 운영에 필요한 평균 1억8000만원(월평균 1500만원)의 보조금을 50대50의 비율로 지원한다.

그동안 소아환자의 야간진료를 위한 시설 및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야간에는 유독 응급실을 찾는 경증 소아환자가 많다. 실제로 최근 조사결과 응급실 방문 환자의 31.2%를 소아환자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상이 약하게 나타날 때 성인은 다음날 아침까지 참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지만 소아환자의 부모는 불안한 마음에 바로 응급실을 찾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경증환자가 응급실 병실을 이용할 경우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가 소홀해지고,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가 진료할 때가 많아 만족도가 낮다. 병원 입장에선 인건비 등의 문제로 야간진료를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
또 응급실을 이용하면 진료비가 비싸고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예컨대 부모가 소아 환자를 데리고 대형병원급 응급실을 방문할 경우 평균 전체 진료비 6만8259원 중 5만5300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동네의원을 이용할 경우 진찰료는 2만5470원, 본인부담금은 5300원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달빛어린이병원 시행에 대체로 만족했다. 포항에 사는 주부 윤모 씨(36)는 “추석연휴에 아이의 열이 갑자기 올라 병원을 찾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응급실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달빛어린이병원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야간진료 지원보다는 동네의원의 진료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달빛어린이병원은 파생되는 문제점을 무시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개원의사회에 따르면 소아 야간진료 건수는 지난해 2분기 16만4973건, 3분기 16만2507건, 4분기 15만4294건으로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소아환자가 가까운 1차의료기관이 아닌 멀리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이는 국민편익을 위한다는 원래 취지에 반하는 조치로, 동네 소아청소년과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 소아가산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3월 시행된 이 제도는 오후 8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 6세 미만 소아를 진료할 경우 100%, 오후 6~8시 진료시엔 30% 진료비가 가산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실효성이 의문스런 시범사업보다는 현재 시행 중인 소아가산제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1차의료 활성화 등 더 큰 틀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해 분기별 소아야간 진료건수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제도의 효율성 제고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는 “달빛어린이병원의 도입취지는 공감하지만 의사 1~2명이 진료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이번 사업에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재원 부담의 일부가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가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일본의 경우 6세 미만 소아환자를 진료할 경우 최소 26%에서 수백%의 가산률을 인정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1차의료를 활성화하려면 소아진료비 가산율 인상, 육아관리제도 도입, 유·소아 진료시 본인부담률 인하 등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1차의료기관이 야간진료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야간진료시 원내 약 처방이 안되는 것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병원에선 약을 처방해주지 않고 원외 약국은 야간에 모두 문을 닫으니 진료가 끝나고 약을 받을 방법이 없다. 병원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지만 약국은 자비로 야간운영을 해야하니 참여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복지부에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과 약국을 포함시키고 야간·휴일 운영을 위한 보조금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복지부는 참여 약국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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