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임신 중 암이 발생한 환자 수가 고령임신 경향과 맞물려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석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1994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내원한 임산부 4만7545명을 분석한 결과 91명(1만명당 19.1명꼴)이 암을 진단받았다고 18일 밝혔다. 국가암정보센터의 2010년 암환자 등록현황에서 여성 1만명당 29.7명꼴로 암에 걸린다는 통계에 비춰볼 때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1994~1999년 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12명이었지만 2000~2005년엔 33명, 2006~2012년 46명으로 약 10년새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고령임신과 연관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암종별로는 자궁경부암이 1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방암 16명, 소화기암 14명, 혈액암 13명, 갑상선암 11명, 두경부종양 7명, 난소암 6명, 폐암 3명, 기타 암 3명 순이었다.

최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3차 의료기관이라 고위험 임산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암 발생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2000년 이후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를 고려하면 임신 중 암 증가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임신 중 암이 발생하더라도 태아와 임산부의 건강을 위해 적극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 발생 부위, 병기, 임신 주수 등에 따라 진단 및 치료법이 다양하다. 임신 중 암이 발견됐다고 해서 치료를 위해 반드시 유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없는 임신 전반기에 진행성 말기암을 진단받아 태아의 생존가능성이 없거나, 임신을 유지한 상태에서 암 치료를 받을 수 없을 때에만 치료 목적의 유산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서 임신 중 암이 발병한 91명 중 임신 종결을 한 경우는 21명(23.1%)에 그쳤다. 평균 임신 주수는 13.6주로 태아의 생존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로 국한됐다. 

반면 나머지 70명은 그대로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까지 마쳤다. 44명은 출산 후, 26명은 임신 중에 수술·항암화학치료·복합치료 등을 받았다.
임신 중 암치료 결과는 암의 종류나 병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임신 중 암이 발병한 91명 중 사망한 환자는 25명으로 대부분 발견 당시 이미 3~4기 이상의 진행성 암이었다.
생존율은 자궁경부암 88%, 난소암 80%, 혈액암 75%, 유방암 67% 순으로 높았다. 반면 두경부암·폐암·소화기암의 생존율은 50% 이하였다. 

최 교수팀은 “임신 중 암은 드물긴 해도 최근 증가하는 추세”라며 “임산부라는 이유로 무조건 참는 것은 자신은 물론 태아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암이 의심될 경우 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