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독감백신을 개발한 녹십자가 독감백신 부문의 개발역량을 더욱 강화한다. 녹십자는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한 4가 독감백신의 안전성 및 내약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이 회사는 앞서 전통의 유정란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의 임상에 들어갔다. 4가 독감백신은 1회 접종으로 4종류의 독감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가 독감 백신으로도 충분한 면역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독감바이러스의 변이에 의해 대유행에 대비,광범위한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는 4가 독감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추세다.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백신은 3가지 독감바이러스를 예방하는 3가 백신이다.
세포배양 방식은 동물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백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기술이다. 이 방식은 전통의 유정란 배양 방식 보다 생산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생산 기간이 비교적 짧아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과 같은 위기 상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두 가지 방식 모두를 개발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전통방식과 새로운 배양기술 모두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유정란 방식은 6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고 세포배양 방식보다 생산단가 면에서 유리하다. 세포배양 방식은 생산기간이 짧아 신종플루 전염병 대유행(pandemic)과 같이 백신공급이 빨리 필요한 시기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안동호 녹십자 종합연구소 상무는 “녹십자의 4가 독감백신 개발은 글로벌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며 “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포화된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국내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독감백신 연간 소비량은 1600만도즈(성인 1회 접종량) 정도로 세계 전체 시장에서 소비되는 양(4억 도즈)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녹십자 독감백신 수출액은 280억원으로 수출을 처음 시작한 2010년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이 상승세가 이어져 올해 독감백신 수출고는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국제기구 독감백신 입찰 자격은 전세계를 통틀어도 단 네 곳이 갖고 있는데, 아시아에선 녹십자가 유일하다.
녹십자는 유정란 배양 방식 4가 독감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올해 안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2011년부터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한 독감백신 제품화 과제를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으로부터 연구비 일부를 지원받아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