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심되는 관계 후 72시간 안에 복용해야 … 월경 1주기에 2회 복용하는 것 안 돼
경구피임약 장기복용이 사후피임약 1회 복용보다 낫다 … ‘더블더치’ 등으로 평소 피임 철저해야
사후피임약은 출산만큼 큰 충격을 체내에 줄 수 있어 평소 철저한 피임으로 이를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주말이 지난 월요일 산부인과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병원을 찾은 젊은 여성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순간의 실수, ‘혹시나’하는 불안감 등으로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을 처방받으려는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여름휴가철, 연말연시, 주말 이후엔 수요가 더 늘어난다. 서구 국가에서도 일명 ‘모닝필’(morning pill)로 불리며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여성이 많이 찾는다. 아직까지는 여성에게만 ‘제 몸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는 차별어린 시선에 죄인처럼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사후피임약은 고용량 프로게스테론을 집중 투여해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것을 막아 임신을 방지한다. 그러나 아무때나 먹는다고 피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언제 먹었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사후피임약을 ‘무조건 임신을 막아주는 약’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복용법을 제대로 숙지한 뒤 사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사후피임약은 의심되는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복용해야 한다
수정란은 수정 후 72시간 이내에 자궁에 착상한다. 즉 이를 막으려면 적어도 의심되는 성관계 뒤 72시간 안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일찍 먹을수록 성공확률도 높다. 24시간 안에 먹었다면 95%, 48시간 이내는 85%, 72시간 이내에는 58%로 점점 낮아진다. 이 약은 여러번 먹을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사후피임약은 워낙 고용량이라 일반 경구피임약 20알을 한꺼번에 먹는 것과 같다”며 “일반 피임약에는 프로게스테론 역할을 하는 레보노르게스트렐(Levonorgestrel), 게스토덴(Gestoden), 데소게스트렐(Desogestrel) 중 하나가 0.075~0.15㎎ 들어있지만 사후피임약엔 레보노르게스트렐이 피임약의 10~20배인 1.5㎎이나 함유돼 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호르몬 폭탄’을 몸에 던지는 셈이다.
그는 “사후피임약은 여성에게 출산만큼 큰 충격을 주는 만큼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며 “한 월경 주기 안에는 2회 복용하는 것도 안 되는데, 이를 피임약처럼 자주 사용하면 두통·오심·자궁출혈·생리불순 등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반피임약 20~30알을 한번에 복용하는 것은 ‘절대 금기’
간혹 ‘일반 피임약을 20~30알 한번에 복용하는 것과 같다’는 말에 병원 처방을 받기 두려워 일반 피임약을 한번에 복용하다간 병원 신세를 질 수 있다. 일반피임약과 사후피임약의 주성분인 황체호르몬의 종류가 다르다.
김미경 과장은 “일반피임약을 대량 복용하는 것은 절대 금기사항”이라며 “일반피임약에는 에스트로겐 성분이 포함돼 있어 한번에 여러번 먹으면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커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을 고용량 복용하면 여성암, 혈전증, 간기능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
사후피임약 복용 전 ‘배란여부 검사’는 참고 사항
사후피임약은 문제가 생겼다고 여겨지면 복용하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하다. 간혹 병원에서는 무작정 약을 처방하지 않고 초음파로 배란상태 여부를 확인한 뒤 이를 결정하기도 한다. 몸에 무리를 주는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면 피할 수 있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하지만 초음파 검사결과는 참고사항으로 할 뿐 초음파로 1회 측정해 배란일을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부정확할 수 있다”며 “난포의 크기가 18~25㎜인 경우 배란이 되는데 개인차도 있고, 난포 크기만 크고 배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음파는 배란뿐만 아니라 내막의 상태, 자궁·난소의 현재 상태를 반영하므로 초음파 비용이 저렴한 국내에서는 체크하는 게 환자에게 불리할 점은 없다”고 덧붙였다.
무시할 수 없는 난자·정자 생존일
배란일은 기본적으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간혹 난자·정자의 생존기간을 감안해 사후피임약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얼핏 과학적으로 들리지만 사후피임약을 먹고 싶지 않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배란일이 변하거나 정자마다 생존기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적절한 피임을 하지 못한데다 아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약을 복용해야 한다.
김 과장은 “일반인이 배란일, 난자·정자 생존기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방법은 안전하지 않다”며 “착상은 수정된 지 6일 정도 지나야 이뤄지기 때문에 사후피임약은 수정이 됐더라도 착상을 방해해 임신을 방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불안감에 복용해도 될까?
사실 사후피임약과 멀어지려면 평소 철저한 피임이 관건이다. 그러나 바이엘헬스케어가 2012년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 질외사정하거나 피임을 하지 않았다. 경구피임약은 ‘호르몬제라 꺼려진다’는 이유로 거의 복용하지 않는다.
김미경 과장은 “일반피임약을 오래 먹는 것보다 사후피임약 한번이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더 크다”며 “일반피임약은 피임 효과가 우수하고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일반피임약을 제대로 복용했다면 임신을 걱정할 우려가 거의 없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면 남성은 콘돔을, 여성은 약물을 복용하는 더블더치(double dutch)를 활용한다.
일반피임약은 21일 복용하고 7일 동안 휴약기간을 갖는다. 휴약기에 성관계를 갖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 휴지기 1주간 임신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일반피임약은 28일 내내 효과가 있으므로 휴지기에 사후피임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며 “단 이전 3주 스케줄을 잘 지켜서 빼먹지 않고 먹었을 때 국한된 이야기로,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못했다면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80㎏ 넘는 여성에게는 효과 없을 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사후피임약이 몸무게가 80㎏ 넘는 여성에게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의사항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의 안전성 정보 검토결과에 따라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의 긴급피임제에 대한 허가사항 변경안을 마련했다.
노레보 등은 체중이 75㎏ 이상인 여성에서 피임 효과가 감소되고 80㎏를 초과하는 여성에서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임상시험 내용이 사용상 주의사항에 추가된다. 시판 중인 △애프터원정 △비티오레보노정 △세이프원정 △레보니아원정 △레보니아정 △레보노민정 △포스티노-1정 △엔티핌정 △쎄스콘원앤원정 △엠에스필정 △유니온레보게스트정 △노레보정 △노레보원정 등 13개 품목이 해당된다. 단 울리프리스탈아세테이트 성분으로 제조된 ‘엘라원정’은 이번 변경사항에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