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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진 빠질 때까지 운동하는 게 미덕?’ … ‘횡문근융해증’ 주의해야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8-25 16:38:45
  • 수정 2014-09-01 11: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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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은 시간 고강도운동에 근육에너지 공급 부족, 혈중 독성물질이 신장기능 마비 … 심하면 사망

최근 ‘강한 운동을 통한 체력관리가 곧 미덕’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크로스핏, 스피닝, 프리레틱스 등 고강도운동이 인기를 끌면서 무리하게 운동하다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잖다.

횡문근융해증은 짧은 시간 강도 높은 운동으로 인해 근육에 공급돼야 할 에너지가 부족해지면서 근육이 괴사되고, 마이오글로빈, 단백질, 크레아틴키나제(Creatine kinase), 이온 등 독성물질이 혈류로 흘러 신장 기능을 마비시키는 질환이다. 횡문근은 가로무늬근, 즉 ‘골격근’으로 심장근육도 분류상 여기에 속한다.

장시간 고강도운동을 높은 운동을 하거나,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무리하게 썼을 때 발생한다. 이밖에 음주, 간질, 약물 부작용, 바이러스질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보통 인체 이온균형에 일정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약물에 의한 유발이 가장 흔하다.

과도한 운동으로 발생하는 경우 ‘운동유발성 횡문근융해증’이라고 한다. 운동유발성이라고 해도 운동은 방아쇠를 당긴 주원인일 뿐 대부분은 다른 요인이 밑바탕에 깔려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다소 생소한 이 질환은 지난 6월 서울 강서구의 한 고교에서 수학숙제를 해오지 않은 8명의 학생이 교사로부터 30분이 넘도록 기합받은 뒤 허벅지근육파열 및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받으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벌을 준 장모 교사(29)는 학생들에게 ‘앉았다 일어서기’를 800회 시켰다. 이 가운데 A군은 수업이 끝난 뒤 집에 돌아가다가 다리가 풀려 두번이나 넘어졌고, 이틀 후에는 콜라색의 검은 소변까지 봤다.

놀란 부모가 A군을 근처 병원으로 데려가자 “증상을 봤을 때 급성신부전 등으로 평생 투석받아야 할 수도 있으니 당장 큰 병원에 입원시키라”고 말했다. A군은 허벅지근육이 파열되면서 분비물이 혈액에 섞이는 등 장기까지 손상된 상태였다.

이 노폐물이 신장으로 바로 들어가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신장은 요소 등 피의 화학적 노폐물을 걸러내지만 다량의 독성물질은 정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근육의 잔해가 세뇨관을 파괴하고, 심하면 신부전으로 이어져 아예 신장을 못 쓰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은 혈중 크레아틴키나제 수치로 확인한다. 근육세포 속 물질인 CK의 정상 범위는 22~198 U/L인데 횡문근 융해증인 경우 정상치의 10배에서 200배 이상 증가한다.

박정환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횡문근융해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극심한 근육통과 함께 소변색이 커피색처럼 짙게 변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에게서 이같은 증세가 나타나지는 않고 심한 근육통이나 몸살 정도에 그쳐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 빨리 잡아내면 며칠 입원해 수액으로 체내 이온균형을 맞추는 치료로 근육과 신장의 손상악화를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우 지속적으로 수액을 투여, 마이오글로빈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치료한다. 혈중 칼륨농도가 높다면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해 심전도검사를 병행한다.

박 교수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세뇨관의 세포가 괴사에 빠지는 ‘급성세뇨관괴사’와 신장기능이 떨어지는 ‘신부전증’이 유발될 우려가 있다”며 “때를 놓치면 근육이 기능을 잃을 수도 있고, 신장이식이 필요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헬스의 정석’ 저자 최정욱 씨(필명 수피, 운동저널리스트)는 “요즘 문제가 되는 운동유발성 횡문근융해증은 일반인에게는 흔한 병이 아니었다”며 “보통 고강도훈련을 받는 군인, 일부 마라토너, 축구선수 정도에서 흔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훈련 특성상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서도 근육을 강제로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운동유발성 횡문근융해증은 물리적으로는 근섬유 자체의 손상, 그 중에서도 과도한 인장을 유발하는 신장성 수축에서 흔히 생긴다”며 “휴식 없이 과도하게 반복동작을 하면 이온불균형이 심해져 생체막이 약화되고, 결국은 근육이 파괴되는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만약 당분·산소 공급 부족으로 불완전대사 노폐물이 있다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된다.
 
매우 무거운 중량을 드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적은 횟수로 실시하고 바로 휴식을 취하거나, 걷기처럼 반복수가 많아도 운동강도는 매우 낮다면 질환이 나타날 위험도가 낮다. 최정욱 작가는 “전통적인 웨이트트레이닝, 혹은 저반복 위주(고강도 저횟수)인 파워리프팅에서는 운동 자체로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며 “보디빌더나 파워리프터에서 간혹 증상이 발현하지만 대부분은 기저 원인으로 탄수화물 제한, 스테로이드, 인슐린에 의한 고칼륨혈증 등이 꼽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2005년부터 대중화된 고강도운동인 ‘크로스핏’과 횡문근융해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이 많은 상태라고 소개했다. 최 작가는 “미국은 ‘소송의 천국’이다보니 미리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며 “2008년엔 횡문근융해증으로 하반신 영구장애를 얻은 34세의 해군병사가 크로스핏짐을 상대로 한 30만 달러의 배상금 소송에서 승소한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등은 종목 성격상 횡문근융해증이 유발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프로선수보다는 아마추어 쪽에서 빈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대회 출전자는 저탄수화물다이어트나 저염식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수분·전해질 섭취도 관리하는 만큼 문제를 최소화한다. 반면 고강도운동과 철저한 식이조절로 뿌듯함을 느끼거나, 잘 모르는 아마추어 동호인 사이에서는 발생 빈도가 다소 높은 편이다.
박정환 교수는 “운동할 때에는 운동 강도를 자신의 체력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욱 작가는 횡문근융해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팁을 제시했다. △더위는 운동과 결합되면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되는 만큼 너무 더운 곳에서 운동하지 말고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면서 쓸데없이 무염식·과도한 저염식에 집착하지 않되 △운동 후 단순 근육통이 아닌 극심한 통증, 마비, 몸살이 동반되며 소변색이 이상하면 즉시 응급실을 찾고 △운동 중 근육떨림, 쥐, 경련, 구토 등은 전해질 이상의 전조증상으로 웬만하면 그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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