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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바이러스 사망자 1000명 돌파 … 내년 백신 출시 기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8-14 16:31:35
  • 수정 2014-08-18 11: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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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약사 수지타산 안맞아 개발 늦춰, GSK 등 백신 임상시험 돌입 … 국내 전염 가능성은 낮아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한 기니의 한 마을에서 방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한 에볼라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총 1975명의 환자와 106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가별 사망자 수는 기니 377명, 라이베리아 355명, 시에라리온 334명, 나이지리아 3명이었다.

이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전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서 세계 각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인구가 1억7000만명인 나이지리아로 에볼라바이러스가 전염될 경우 환자 및 사망자 수는 겉잡을 수 없이 늘게 된다.

에볼라바이러스 공포는 동부 아프리카에도 엄습하고 있다. 케냐의 경우 매주 70여편의 항공기가 서아프리카 지역을 운행하므로 바이러스 전염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에볼라 발생 위험국으로 지정됐다. 이밖에 홍콩, 루마니아 등에서도 감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발생해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환자 및 사망자 수가 급속도로 늘자 WHO는 지난 8일 설립 이후 세번째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포했다. 첫번째 PHEIC는 2005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됐을 때, 두번째는 지난 5월 파키스탄·카메룬·시리아 등에서 소아마비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졌을 때 선포됐다.

에볼라바이러스, 즉 ‘에볼라출혈열(ebola hemorrhagic fever)’은 필로바이러스과(Filoviridae family)에 속하는 감염질환으로 치사율이 50~90%로 매우 높다. 1976년 가봉·코트디부아르·수단·우간다·콩고 등 중부 아프리카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됐으며, 처음 발생한 마을 근처의 강 이름을 따 에볼라로 명명됐다. 효과가 입증된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정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야생박쥐의 일종인 과일박쥐가 유력한 중간 매개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과일·꽃가루·꽃에서 나오는 꿀을 먹어 과일박쥐로 명명됐으며, 애완용으로 기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창궐하는 것은 과일박쥐를 즐겨 먹는 식습관에서 기인한다. 현지 주민들은 식량부족으로 인해 과일박쥐나 원숭이 등 야생동물을 주요 단백질원으로 섭취한다. 게다가 익히지 않고 날 것으로 먹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초로 발견된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에볼라바이러스의 예방백신과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제약사들의 자본 논리다. 발생 범위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고 환자 수도 다른 질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제약사는 막대한 연구·제조비를 투자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어차피 병에 걸릴거라면 의료시장이 큰 미국에서 발병률이 높은 병에 걸려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소규모 제약사인 맵(Mapp)바이오파마수티클이 개발한 실험용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약물 ‘지맵(Zmapp)’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3년 설립된 맵바이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미국 국방부내 대량파괴무기 대응 전담기구인 국방위협감소국(DTRA) 등과 협력해 에볼라치료제 개발에 몰두해왔다.

지맵은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살아남은 실험용 쥐 3마리의 체내에서 뽑아낸 항체를 담뱃잎 등에서 추출한 물질과 칵테일처럼 섞어 만든다. 인체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시스템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동물실험 결과 에볼라에 감염된 원숭이 8마리 중 감염 48시간내에 이 약물을 투약한 4마리는 모두 생존했다. 이번에 지맵을 투여받고 상태가 호전된 2명의 미국인은 감염된 후 9일만에 치료제를 투입했는데도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모든 조건에서 치료효과를 나타난 것은 아니다. 라이베리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스페인 국적의 미겔 파하레스 신부(75)는 지맵을 투여한 뒤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나 부작용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지맵을 투여받은 2명의 미국인이 약의 효과로 살아났는지, 이 치료제 투여 후 평균 생존율인 40%에 해당되는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에볼라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임상연구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최근 개발단계에 있는 에볼라바이러스 실험약 사용을 허가한 WHO는 내년 중 백신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 제약회사인 테크미라는 에볼라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안전성 입증을 위해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문을 제기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프로펙터스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개발한 예방백신의 임상시험을 몇 주안에 시작할 예정이지만 접종 가능 여부는 연말에나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앤드존슨 소속 제약사인 크루셀도 빨라야 올해 말에나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제약사인 사렙다도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의 임상시험만 완료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가 에볼라 신약 임상시험장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서 캐플란 뉴욕대 랭곤의료센터 의료윤리국장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며 “그러나 만약 신약이 복용자 모두를 죽게 만들거나 끔찍한 부작용을 야기하면 제약사들이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에볼라바이러스의 국내 전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호흡기나 공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아 전염력이 낮으므로 국내로 넘어올 위험은 적다는 게 대부분 의사들의 입장이다. 또 국내 의료수준은 아프리카보다 월등히 높아 감염자가 발생하더라도 2차감염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에볼라출혈열은 치사율이 높지만 공기나 호흡기로 전파되는 게 아니므로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며 “감염 의심환자 및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즉각적인 치료를 실시하면 치사율을 낮출 수 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로 인해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 혈소판을 주입하고, 빈혈증상이 올 때 혈압상승제를 처방하는 등 조치가 크게 도움될 수 있다”며 “보건당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신종플루 대응을 통해 전염병 대처에 많은 경험을 축적해왔으므로 효과적인 방역 체계를 작동해 2차 감염을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공항 검역을 강화하고 추적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에볼라출혈열 검역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긴급 국립검역소장 회의를 갖고 검역 대상국가로 나이지리아를 추가 지정했다.
또 에볼라출혈열 발생 4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직항은 물론 외국을 경유한 경우에도 모두 게이트 검역을 시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해외여행 전 해외여행질병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스마트폰에 질병관리본부앱을 설치해 질병 발생정보와 예방요령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에볼라바이러스 감염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감염병 위험지역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전개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제 5정조위원회 주최로 열린 ‘에볼라출혈열 대응정책을 위한 전문가 긴급간담회’에서 “에볼라출혈열 등 감염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의 면밀하고 신속한 대처와 민간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라며 “정부 대책을 긴급 점검하고 보완점을 검토해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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