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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아듀’ 로빈 윌리암스 … 감정 숨기는 한국인, 우울증·자살 위험 높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8-12 18:15:49
  • 수정 2014-08-20 1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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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80세이상 노인 자살률, 20대와 5배 차이 … 10만명당 12.4명 자살, 미국보다 2.5배 많아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역으로 열연한 로빈 윌리암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역으로 열연했던 할리우드 인기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63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사망해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현지 경찰은 로빈 윌리엄스의 사망원인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고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겼던 그도 결국 우울증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우울증은 전체 환자의 70%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평생 유병률은 15% 정도로 여자의 경우 25%로 높다. 감정, 생각, 신체 상태, 행동 등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며 일시적인 우울감과 달리 개인적인 의지로 없애기는 쉽지 않다.

우울증과 조울증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학적으로 병의 경과와 치료의 측면에서 구분된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심한 상태를, 조울증은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조울증은 일종의 양극성 장애로 단극성 우울증으로도 불린다. 재발이 잦고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우울증 환자의 5~10%가 6~10년 뒤 조울증을 진단받는다. 치료법으로 항우울제보다는 기분안정제를 장기간 투약한다.

한국인은 감정을 억누르고 속으로 삭이는 경향이 짙어 우울증에 걸렸을 떄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높은 편이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과 모죠리 파버 하버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국내 14개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은 1592명의 환자와 미국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 미국내 14개 주요 대학병원 및 41개 클리닉을 방문한 환자 3744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보였다고 12일 밝혔다.

전 교수팀에 따르면 국내 환자 중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거나 최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9%로 미국인의 3.8%와 2배 가까이 높았다. 이같은 결과는 국가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이 2012년 발표한 2010년 기준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12.4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자 수는 31.2명으로 미국의 약 2.5배였다.

전 교수는 “한국인은 감정이 억압돼 있고 표현을 잘 안하기 때문에 상당수가 자살징후가 나타날 정도가 돼야 병원을 찾는다”며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적 고통과 비용을 줄이려면 한국인의 우울증 특성에 맞는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8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20대보다 5배 이상 높아 노년기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인 우울증은 젊은 사람과 다르게 본인의 치료 거부,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제때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노인들은 우울증 증상이 젊은 사람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평소와 달리 ‘자신의 과거는 잘못됐다’든가 ‘주위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다’는 등 망상을 갖는 경우 증상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온몸이 자주 아프다거나, 소화가 잘 안되거나, 피곤함을 느끼거나, 건강염려증이나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우 우울증이 의심되므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게 좋다.
 
평소 ‘자살’에 대한 뚜렷한 표현이 없고 말수가 적어지며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살경고등’으로 판단해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이밖에 노인 우울증의 특징은 △슬픔의 표현이 적음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많음  △뒤늦게 발생한 알코올의존증 등이 있다.
 
하라연 서울시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노년기 우울증의 경우 환자가 증상을 자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 사람들도 '기운이 없는 것은 늙어서 그런 것이다'고 이해해 방치할 때가 많다”며 “평소 가족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부모님의 사소한 감정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 조기에 우울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와 달리 △우울감이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다 △일상생활이 재미 없고 따분하다 △평소보다 체중이 많이 감소되거나 부쩍 증가했다 △수면장애를 느낀다  △피로감 및 활력 상실된다 △존재감이 없고, 죄책감을 느낀다. △사고력 및 집중력이 떨어지고 안절부절한다 △ 반복적인 자살 시도 및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을 한다 등의 증상에서 5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노인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킨 항우울제를 투여한다. 대개 4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증상 조절 후 재발을 방지하려면 항우울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우울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최소한 6개월 이상 유지치료를 받는 게 좋다. 

우울증이 있는 노인은 스스로 소외감을 느끼고 사회활동에 대한 관심이 저하된다. 바깥활동이나 대인관계를 멀리하는 행동 자체가 우울증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우울증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로 활동을 유도하면 우울증 극복에 크게 도움된다. 여가시간을 자원봉사, 종교생활, 취미생활, 운동 등으로 활용하는 것도 우울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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