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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프리미엄 백신 개발 희망이 보이나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4-07-28 00:48:21
  • 수정 2014-08-01 17: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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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100여개사와 경쟁 … 범부처 지원 형태보다는 강력한 주무부처의 과감한 투자가 효율적

한독의 폐렴구균백신인 ‘뉴모23’(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한국화이자의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 GSK의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 MSD의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

백신은 영·유아 대상 감염성질환 예방 목적에서 최근 암, 치매, 당뇨병 등 불치병을 예방·치료 방향으로 개발의 초점이 바뀌어가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인 칼로라마 인포메이션(Kalorama Inform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백신시장은 10년 전 57억달러 규모였으나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서바릭스’(Cervarix),  MSD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Gardasil), 화이자의 폐렴구균 예방백신 ‘프리베나’(Prevnar), 한독의 폐렴구균백신인 ‘뉴모23’, MSD의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 등 성인용 백신의 시장이 확장 또는 신규 발굴됨으로써 현재 27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10년 230종이었던 백신이 오는 2015년 350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5년간 120종 백신이 증가할 정도로 수요와 공급이 활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시장지배력 강화와 연구개발 비용의 급격한 증가에 의한 투자비 부담,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 백신 개발국의 추격 등이 국내 백신개발의 발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J제일제당, 동아제약, SK케미칼, JW중외제약 등이 현재 프리미엄백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국내사 대부분이 필수예방백신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리미엄백신 개발에는 컨소시움을 구성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기간을 단축하며, 부족한 연구능력 및 인력을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메워보겠다는 의도다. 이는 다국적제약사도 예외가 아니다. 자체개발 외에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동아제약은 제넥신과 성영철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팀과 같이 에이즈 DNA 백신의 실용화 연구와 에이즈 DNA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성영철 교수팀은 에이즈바이러스 유전자를 운반체에 넣어 세포에 주입시켜 자체적으로 백신이 생산되도록 하는 ‘DNA 백신’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알레르기나 천식과 같은 면역질환 치료제로도 이용될 수 있다.

1993년 ‘사이언스’지를 통해 알려진 DNA 백신은 세포내로 감염하는 병원균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살상세포(CTL, Cytotoxic T Lymphocyte)를 유도하면서도 위험성이 적어 기존 백신으로 예방이 어려운 에이즈, 암, C형간염 등에 대한 백신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외신약 자회사인 바이오벤처기업 크레아젠은 간암 백신 ‘크레아박스-에치씨씨주’를 개발했다. 이 약물은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를 분리해 제조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고 암세포에 대한 기억면역이 유도돼 장기적으로 암의 전이와 재발을 억제한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리더스와 자궁경부암 백신을 포함한 인체 감염 바이러스에 대한 다양한 경구용 백신개발을 진행한다. 바이오리더스가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은 균체표면 단백질 디스플레이 기술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유산균 표면 단백질에 암표적 항원, 바이러스 항원이 안정적으로 노출되게 한다. 이 회사는 경구 투여 시 장내 특정 세포로 유입돼 체액면역과 점막면역이 동시 유도되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은 국산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대상포진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1상과 2상에 이어, 임상3상을 진행하기 위해 피험자 모집을 최근 완료했다. 국산 대상포진 백신 개발을 완료하고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면 MSD의 ‘조스타박스’를 판매하는 녹십자와 경쟁하게 된다. 최근 대상포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 비해 백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경쟁보다 시장확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사노피파스퇴르와 폐렴구균 백신 공동개발 및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진원생명과학은 ‘대상포진 DNA백신’을 개발 연구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현재 후보물질 도출을 완료해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비임상 연구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DNA백신 디자인 기술과 전달장치를 확보해 만성 C형간염 치료용으로 사용될 DNA백신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고 B형간염 DNA백신은 비임상단계에서 로슈로 기술이전됐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연 610억원 수준으로 다국적 제약회사가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평균적으로 투입하는 비용인 1600~6500억원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이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체계적 지원과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합동으로 ‘백신산업 글로벌진출 방안’을 작년 9월 발표했다.

이는 2020년까지 백신자급률을 80%로 제고하고, 국제경쟁력 세계 5위의 수출효자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비전 아래 ‘부처간 협력으로 ‘해외 틈새시장 진출로’를 확보하고, 산업인프라를 강화시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며, ‘전략적 R&D 지원’으로 기술력을 강화해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부는 세부적으로 △해외진출 전제 조건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심사 승인’ 획득 지원 △해외공관,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보건산업진흥원 해외지소 등을 통한 적극적 세일즈 실시 △저개발국의 낮은 단가나 선진국의 높은 인·허가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자금 및 편의 제공 등에 나설 계획이다.

프리미엄백신은 고가 제품이어서 국내 자급이 시급하다. 폐렴백신의 경우 1회 주사에 12만~15만원이 들며 4~5회를 맞아야 면역력이 생긴다.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되면서 7만~8만원대로 낮아졌지만 독감백신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다.

질병관리본부가 13종의 필수예방백신을 접종하는데 지원하는 전체 예산 4000억원(국비 50%, 지방비 50% 분담) 가운데 폐렴백신 하나가 1100억원 규모에 달할 정도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폐렴백신의 접종률을 필수예방백신으로 지정하기 이전인 75% 안팎에서 95%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백신은 화학 신약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고도의 설비와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1100억원대에 이르는 시장을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화이자(프리베나)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신플로릭스) 등이 독차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백신 개발은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추진돼야 하는데 해외수출 경험과 역량을 갖춘 곳은 녹십자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산과 해외 수출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 컨트롤타워가 세워지지 않으면 세계 100여개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사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

필수예방백신의 자급도 중요하지만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려면 프리미엄 백신의 개발과 수출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부처가 십시일반 도와주는 형태의 ‘태스크포스팀’보다는 강력한 주무 부처가 총대를 메고 과감한 지원에 나서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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