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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불안장애, 70대 이상 노인이 60대 이하보다 3배 이상 많아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7-20 11:20:59
  • 수정 2015-03-04 2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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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노년 책임지는 시대 … ‘경제능력·건강 상실했을 때 돌봐줄 사람 있을까’ 가장 큰 불안 요인

국내서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70대 이상 노인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2013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경증성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체형장애’로 분류되는 ‘불안장애’ 진료인원은 2008년 39만8000명에서 2013년 52만2000명으로 1.3배 증가했다고 20일 밝혔다.

2013년 기준 연령대별 진료인원은 70대 이상이 인구 10만명당 305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2147명), 50대(1490명) 순으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70대 이상 노인 진료인원은 60대 이하(877명)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윤지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엔 과거와 달리 자신의 노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식들만을 위해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했던 노년층이 현실을 직면하면서 불안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사람들은 살기 바쁘고, 그들을 키워냈던 노인들은 정작 의지할 곳이 없어진 모양새”라며 노인층에서 불안증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신체건강과 기능이 상실됐을 때 돌봐줄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불안 상승의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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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정신장애 분류체계인 ‘DSM-IV’(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4th edition) 진단 분류상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특정 공포증, 광장공포증 등으로 나뉜다.

증상별로 차이가 있지만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공포’가 핵심이다. 불안과 공포로 인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자율신경계 증상이 두드러진다. 가슴 두근거림·빈맥·혈압상승 등 심혈관계증상 및 초조·떨림·과호흡·설사·어지러움·두통·졸도·절박뇨·빈뇨·손발저림·동공확장·발한 등이 흔히 나타난다.

윤 교수는 “불안장애는 각기 다른 성격의 여러 정신질환이 포함돼 있어 원인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일반적으로 정서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뇌신경 내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세로토닌·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의 부족 또는 과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소인 △뇌영상연구에서 밝혀진 뇌의 기능·구조적 변화를 포함한 사회심리학적 측면 △과거의 경험 및 현재의 받아들인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인지행동적인 부분 등을 꼽았다.
연도별 진료인원은 조사 기간 5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전반적으로 늘었다. 특히 70대 이상에서 증가율이 두드러져 총 진료인원이 1.8배(연평균 12.3% 증가) 늘어나 전체 연령대 증가율(1.3배, 연평균 5.6% 증가)보다 큰 폭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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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남성이 807명, 여성이 1401명으로 1.7배 많았다. 전체 진료인원도 남성이 19만3165명, 여성이 32만8886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7배 많았다. 그러나 2008~2013년 증가율을 살펴보면 남성의 불안증 연평균 증가율은 6.2%로 여성보다 5.2%보다 높았다. 불안증을 호소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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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를 세부적으로 나눠봤을 때 2013년 기준으로 ‘상세불명의 불안장애’가 20만4637명으로 조사돼 가장 많았다. 이어 ‘혼합형 불안우울장애’(12만3130명), ‘공황장애’8만7812명, ‘전신불안장애’(7만4750명)가 뒤를 이었다. 2008~2013년 광장공포증 진료인원이 2.5배로 늘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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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 질환 건강보험진료비를 살펴보면 전체진료비는 2008년 795억원에서 2013년 1090억원으로 1.4배 늘었다. 진료형태별로 외래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기준 전체 진료비의 73.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약국이 17.9%, 입원이 8.2%로 뒤따랐다. 외래진료의 경우 연평균 증가율이 8.6%로 가장 높았다.

윤지호 교수는 “불안장애는 다양한 신체증상을 유발하는 만큼 처음엔 정신과적 문제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타과를 먼저 찾게 된다”며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를 받았을 때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어지러움증, 가슴떨림, 호흡곤란, 소화장애 등이 지속된다면 불안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며 “이를 오래 방치하면 뇌기능 및 심혈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자문을 구하고 치료전략을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불안장애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불안증상은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등의 약물에 비교적 잘 반응하며, 단기간에 치료효과를 볼 수 있어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이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에게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상황에 대해 자주 노출시켜 스스로 상황에 대해 인지하도록 도와 불안증상 및 행동을 교정한다. 약물요법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나 이에 버금가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교수는 “불안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은 너무나 다양해 예방 자체가 쉽지 않다”며 “다만 적절한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며, 불안과 공포의 감정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장애는 대부분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외상 등으로 인해 병적불안을 유발하므로 평소 적절한 휴식, 취미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불안장애를 앓는 사람 중 스스로 정신과적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고 있더라도 정신과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잖다. 윤지호 교수는 “주변에서 불안장애가 의심되는 사람에게 불안장애가 아닌지 스스로 인터넷 등으로 검색해 보도록 유도하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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