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암환자에게만 사용했던 한국MSD의 항구토제 ‘에멘드(Emend)’(성분명 아프레피탄트, aprepitant)가 소아 암환자에게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소아 암환자를 대상으로 에멘드의 효과를 알아보는 세계 최초의 무작위배정 비교 3상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연구 결과를 지난달 30일 열린 세계암보존치료학회지(Multinational Association of Supportive Care in Cancer, MASCC)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세계 302명의 생후 6개월~17세 소아암 환자 중 비교군 152명은 에멘드와 기존 항구토제인 온단세트론(ondansetron)을, 대조군 150명은 온단세트론만을 복용케 한 뒤 항암치료를 실시한 결과 비교군의 구토예방률은 51%로 대조군의 26%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구역·구토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아 암환자도 에멘드를 통해 구토 증상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통 제약회사는 신약을 개발할 때 소아를 대상으로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인 소아에게 임상시험을 하는 게 비윤리적이라는 인식과 환자 수가 적은 소아용 의약품은 시장성이 낮아서다. 이 때문에 소아는 좋은 약이 개발돼도 혜택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회사가 소아에게 임상시험을 할 경우 신약의 특허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늘어난 특허 기간만큼 다른 회사는 복제약을 만들 수 없다. 이 제도는 시장성이 낮은 소아 환자도 효과적인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공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제약회사에게는 특허기간을 늘려줘 경제성을 보장한다.
이번 연구는 소아임상 연구결과를 통해 독점권을 얻는 신약개발 과정의 산물로 평가된다. 이에 온클린브(Onclinve) 등 암 전문신문뿐만 아니라 윌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비즈니스와이어(Business Wire), 마켓와치(Market Watch) 등 경제신문에 관련 내용이 소개됐다.
강형진 교수는 “한국은 임상시험 산업 분야에서 국제적인 리더가 됐지만 신약개발과 관련해 사회경제적 약자인 소아를 보호하는 제도가 전무하다”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