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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콜라·사이다 마니아, 건강 생각해 ‘탄산수’로 여름 나볼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7-14 09:11:12
  • 수정 2014-07-17 12: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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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량감은 그대로, 설탕·감미료 빠져 칼로리는 제로 … 다이어트·미용 효과 입증된 바 없어

최근 웰빙 열풍에 힘입어 탄산수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기호식품일 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니 권하거나 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된다.

“누가 물을 사 마시겠어” 먹는 샘물이 시중에서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20여년 전의 사람들 반응이었다. 대동강 물을 팔던 ‘봉이 김선달’을 떠올리며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물을 사 마시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여러 종류의 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각자 취향대로 좋아하는 물맛을 고른다. 5년 전부터는 자신에게 딱 맞는 물을 찾아주는 ‘워터 소믈리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우리나라가 먹는 샘물을 처음 공식 판매한 것은 88서울올림픽 때다. 당시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외국 선수들이 국내 수돗물의 안전성을 의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먹는샘물 판매를 허가했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이를 폐지했다. 자칫 수돗물 정책 포기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다. 생수 판매가 돈 있는 사람은 물을 사먹고 돈없는 사람은 수돗물을 마시게 돼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며, 지하수 고갈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도 야기할 것이라는 게 집권층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1994년 대법원은 먹는샘물 유통금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국회는 ‘먹는샘물관리법’을 제정해 공식적인 시판을 허용하게 됐다.
 
최근 가장 트렌디한 물로 단연 ‘탄산수’, 일명 ‘스파클링 워터’를 꼽는다. 더운 여름철 청량감을 주면서도 건강은 해치지 않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탄산수 시장규모는 200억원대로 크지는 않지만 30여종이 출시된 것을 보면 전망이 밝다. 국내 탄산수 시장은 3년 전 100억원, 2012년엔 130억원, 지난해 말에는 20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엔 230억~250억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엔 아예 집에서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 ‘소다스트림’ 등 탄산수 제조기도 신혼 집들이 선물로 선호된다.
 
탄산수는 유럽에서 발달했다. 유럽은 석회질 암반으로 이뤄진 지형이 많아 물속에 탄산칼슘 또는 중탄산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 칼슘은 몸에 적절한 양이 들어가면 심근경색·뇌경색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상적인 섭취는 요로결석이나 만성설사를 초래할 수도 있다.

천연 탄산수는 주로 중탄산나트륨 중탄산칼슘 중탄산수소 등에 들어 있다. 석회동굴 암반을 통과하면 중탄산칼슘이, 낙엽 같은 유기물이 분해된 퇴적층을 통과한 물은 중탄산수소나 중탄산나트륨이 풍부하다.

서양에서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적합한 생수로 천연 탄산천에서 나온 이들 탄산수를 채취해 레몬즙을 섞어 레모네이드 형태로 상업화했다. 이어 화학공법이 발달하면서 상수도를 정수한 물에 이산화탄소를 강제 주입하는 방식으로 탄산수를 생산하고 있다.

유럽 레스토랑에선 특별히 주문하지 않으면 생수 대신 탄산수를 내오는 곳이 대부분이다. 탄산수는 톡 쏘는 맛이 육류나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려 생수보다 인기가 많다. 반면 국내서 탄산수는 비만의 주범으로 여겨왔다. 탄산음료(청량음료)와 탄산수를 혼동해 생긴 오해다. 탄산음료의 문제는 탄산이 아닌 여기에 첨가된 감미료·설탕의 문제인데도, 탄산수가 억울한 취급을 받아온 것이다.
 
탄산수의 인기는 지속적인 웰빙 열풍에 힘입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김도형 롯데호텔 워터소믈리에는 “사이다·콜라 등 탄산음료는 치아를 상하게 하고 비만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갖지만 탄산수는 설탕이나 감미료가 들어있지 않아 청량감도 느끼고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호텔에서 탄산음료보다 스파클링워터를 주문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탄산수는 혈관을 이완해 동맥경화·심장병·혈압저하 등을 예방한다. 탄산수 속 이산화탄소는 입안 점막을 자극해 침이 잘 분비되도록 한다. 이는 위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소화력을 돕는다. 탄산수에 든 중탄산이온은 인체가 피곤할 때 생기는 유산(젖산)을 중화해 피로감을 풀어주고 숙취해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도형 워터 소믈리에는 “인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산을 생성하는데, 탄산수 속 중탄산이온이 이를 중화시켜 피로회복에 일조한다”며 “탄산수 속 기포가 입속 점막과 침샘을 자극해 소화를 돕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속 탄산함유량이 7.5㎎/ℓ 고농도 스파클링워터는 온도가 낮으면 먹기 부담스러워 17도가 적합하다”며 “탄산수의 청량감을 지키려면 입구가 가늘고 긴 플롯형 글라스(float glass)에 따라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래야만 탄산 방출을 최소화해 여운을 오랫동안 남길 수 있다.
 
최민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맹물은 무미하고 소량의 미네랄이 녹아 비린 맛을 느끼기 마련”이라며 “탄산수는 비릿한 느낌이 나지 않게 톡 쏘는 맛을 내 물을 더 맛 있게 마시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다수의 뷰티 블로그에 톡쏘는 탄산수로 세안했더니 피부가 탄력을 되찾는다는 내용을 포스팅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학적인 근거’가 나온 게 없어 과장된 측면이 있다. 

최민규 교수는 “탄산수 세안이 피부를 맑게 한다는 이야기는 의학적으로 증명된 내용이 아니다”며 “다만 비누거품이 묵은 때를 제거하듯, 거품이 일면 노폐물 제거가 용이해지는 것이지, 탄산수 자체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이어트 목적으로 마신다는 것은 더욱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혹 탄산수를 마셔 배를 더부룩하게 해서 식사량이 줄어든다면 모를까 탄산수와 다이어트와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비록 탄산수의 장점이 많지만 속쓰림, 신물오름, 위·식도역류 등 위장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탄산수가 위식도의 산도를 높이고, 위산 분비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위·식도 괄약근을 이완시켜 위산이 식도로 거슬러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민규 교수는 “탄산수는 누구나 마실 수 있지만 거품을 일으키는 탄산수의 특성상 역류성식도염, 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위장관장애가 있는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산수를 마신 뒤 트림하면서 더부룩했던 위가 비워지는 상쾌함에 마치 소화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나 실제 소화가 잘 되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며 “단지 ‘그런 것 같다’는 단순한 느낌일 뿐 오히려 가스가 속을 더부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산이 뼈에서의 칼슘 유출 및 골질 부식을 통해 골다공증이나 치아부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골다공증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또 탄산음료와 달리 당분이나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탄산수는 치아부식과 무관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건강상 특별히 해롭거나 이로울 것은 없지만 생활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부들은 동치미, 물김치 등을 만들 때 탄산수를 부어 톡 쏘는 맛을 낸다. 밥을 지을 때 탄산수를 쓰면 윤기가 흐르고 맛있게 된다는 경험담도 있다.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사람은 으깬 과일이나 잼을 섞어 색소·첨가물 걱정 없는 건강한 홈메이드 음료를 즐긴다.

최 교수는 “탄산수는 건강상 큰 문제도 이익도 가져다줄 수 없고, 물과 이산화탄소의 조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기호에 따라 탄산을 마실 수 있지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니 권하거나 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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