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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예방백신 ‘독감’ 과잉생산, ‘기술력’ 부족 … 전략적 지원 필요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4-07-09 01:10:01
  • 수정 2014-07-21 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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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종 중 7종만 국내 생산 … 녹십자·SK케미칼 양강 구도에 보령바이오파마 도전 구도

한 아기가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녹십자 '수두박스'를 접종받고 있다

국내 토종 백신업체는 필수예방접종백신 총 12종 중 현재 7종을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 5종은 기술력 부족으로 아직 개발 중이거나, 시장규모 또는 채산성이 떨어져 생산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이에 필수예방접종백신 중 생산이 가능한 것은 인플루엔자, 일본뇌염, 수두, 신증후출혈열, B형간염, 장티푸스, 뇌수막염(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b형, Hib) 뿐이다.

이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품목 수도 많은 시장이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독감백신)이다. 녹십자 ‘GCFLU’,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플루백신’, 한국백신 ‘코박스’, 동아ST ‘백시플루’, 일양약품 ‘일양플루백신’, SK케미칼 ‘인플루엔자백신’, LG생명과학 ‘플루플러스’ 등이 있다.

이들 회사의 총 독감백신 생산규모는 국민이 6번 이상 맞을 수 있는 3억도즈를 웃돈다. 출시를 앞두고 24시간 풀가동하면 SK케미칼과 일양약품만 해도 각각 1억5000만도즈, 6000만 도즈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으면 가격이 폭락하기 쉬운 구조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700억원 어치의 백신이 버려져 국가가 나서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독감은 매년 유행 바이러스주가 바뀌기 때문에 그해 소모되지 못한 백신은 전량 폐기된다. 매년 버려지는 독감백신은 평균 400만도즈 분량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수요예측을 잘못해 지난해처럼 품귀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한 백신업체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해마다 일정량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구조가 아니라 해마다 임기응변으로 생산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극도의 과량 생산은 일어나지 않지만 비슷한 품질과 규격의 제품을 영업력을 앞세워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하는 구조여서 시장경쟁은 치열하고 실익이 적고 낭비 요소가 많은 게 현재의 시장판도”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백신시장에 발을 디딘 일양약품은 현재 독감백신만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소량의 제품을 맛뵈기 식으로 내놓고 시장경쟁력을 타진해봤다. 올해엔 생산량을 늘리고 영업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여 기존 업체와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독감 유행을 예측, 3종의 바이러스주를 선정해 독감백신을 만들었지만 최근 10년간 정확도가 떨어져 4가지 바이러스주를 넣은 예방백신을 개발 중이다. 한국에서는 녹십자와 SK케미칼만 올해 4가백신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해외에서처럼 4가백신이 대세가 될 경우 다른 회사의 백신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다른 업체에 비상등이 켜졌다.

독감백신은 녹십자만 원액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생산인프라를 갖춰 국내사들은 바이러스주(원액) 수급을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 과잉생산에 따른 활로가 수출 밖에 없는데 녹십자만이 유일하게 해외수출을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허가를 내줄 때 적정량의 생산을 유도했다면 문제가 적었을 것”이라며 “독감에만 지나치게 집중해 이런 기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에 빨리 다른 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고전하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원리라면 진입은 자유롭되, 퇴출은 각자도생이 맞다. 하지만 정부가 신종플루와 같은 판데믹(pandemic, 범지구적 감염확산)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독감백신의 과잉생산을 유도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자정능력을 상실한 제약업계에 일종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B형간염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균주와 생산이 100% 이뤄지고 있다. 녹십자 ‘헤파박스 진’, 한국백신 ‘헤파 비주’ LG생명과학 ‘유박스’ SK케미칼 ‘헤파뮨주’가 있다. 100% 국내 생산이 가능해 외자사들은 B형간염백신을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다.

일본뇌염백신은 녹십자와 보령바이오파마가 ‘세포배양 일본뇌염백신’을 공동 개발, 생산한다. 원숭이 신장세포(베로세포)에 베이징주를 이식, 대량 배양해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증식시킨 후 불활화한 사백신으로 지난 몇십 년간 안전성 면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 과민증 등 이상반응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젤라틴, 항생제, 치메로살 등이 함유되지 않은 고순도 정제백신이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베로세포에서 제조한 일본뇌염 백신만 허가해 사용하고 있다. 쥐 뇌세포에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증식시켜 만든 사균백신은 일본에서 생산 중단됐다. 일부 안전성 우려와 부작용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와 인도,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는 아직도 저렴한 비용 때문에 보급되고 있다.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사백신이 차지하고 있다.

생백신으로는 중국에서 햄스터 신장세포에 ‘SA14-14-2’ 바이러스주를 배양해 만든 ‘씨디제박스(CD JEVAX)’(글로박스 수입, 한국백신 판매)가 판매되고 있다. 사노피파스퇴르가 황열바이러스에 뇌염바이러스를 결합한 변종 바이러스주로 만든 ‘이모젭(IMOJEV)’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 2월 생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되면서 생백신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백신은 5회나 접종해야 하지만 생백신은 2회 접종이라는 편의성 덕분에 시장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사백신과 생백신 간 교차접종은 의학적으로 권장되고 있지 않다. 1차 접종한 백신을 사실상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맞아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녹십자와 보령바이오파마가 올해 공동 발매한 베로세포 배양 사백신이 기존 쥐 뇌조직 배양 사백신 시장을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2종의 생백신은 NIP 대상에 포함되면서 무료접종이 가능해졌고, 2회 접종이라는 편의성 때문에 베로세포 사백신을 위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63명의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4명이 사망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15일의 잠복기를 거치며, 일단 발병하면 증상이 급속하게 악화되기 때문에 예방접종만이 최선이다. 2012년엔 뇌염 환자 증가와 원료 공급 차질로 일시적인 품귀현상을 보이는 등 일선 보건소 등에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 틈에 생백신 접종 비율이 상승하는 덕을 봤다.

국산 수두백신으로는 녹십자의 ‘수두박스’가 유일하며 SK케미칼이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다국적제약사 제품으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바릴릭스’와 한국MSD의 ‘바리박스’ 등이 있다. 수두백신은 대상포진과도 연관돼 있어 수요가 증가할 여지가 크다. 한국MSD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대상포진백신인 ‘조스타박스’의 접종 필요성을 강력하게 마케팅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에는 수두의 일시적 유행으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신증후출혈열 예방백신인 ‘한타박스’도 녹십자에서만 생산한다. 휴전선에 근무하는 국군 장병과 인접 주민들, 쥐를 이용한 생체실험을 담당하는 연구종사자 위주로 한정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티푸스, 뇌수막염(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b형, Hib) 등도 원액을 들여와 분주하여 생산하는 방식이다. 개발 비용에 작은 시장 규모 때문에 경제성에 바탕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저부가가치 백신은 국내 인구 규모 때문에 시장이 크지 않아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발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고, 고부가가치 백신은 높은 개발 비용 탓에 체계적인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며 “전략품목을 엄선해 좀 더 많은 지원금을 장기적으로 밀어주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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