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담석증·간흡충증 등 원인, 고열·오한·소화불량·명치통증 증상 … 심하면 패혈증으로 사망
박원석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지난해 말 프로레슬러 이왕표 선수가 담도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는 경로인 담도에 생긴 종양으로 담즙 저장소인 담낭에서 발생한 암까지 총칭한다.
담도는 간과 위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이 부위에 생긴 종양은 조기발견이 어렵다. 또 담도암은 진행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나쁘며 발병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없다. 게다가 담석증 증상과 비슷할 때가 많아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이 질환의 구체적인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나이를 위험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담도암 발생률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간디스토마로 알려진 ‘간흡충증’도 주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이 질환은 중국·한국·베트남·라오스·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며, 이들 지역의 담도암 발생률도 높은 편이다.
담도암 환자의 10% 정도에서 발견되는 간내담석증도 발병원인으로 추측된다. 이밖에 염증성 장질환, 만성 B·C형 바이러스성 간염, 간경화, 음주, 흡연, 비만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국내에서 시행된 한 연구결과 비만인은 정상인보다 담도암 발생위험이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상인보다 만성 B형간염 환자는 두 배, 만성 C형간염 환자는 4배, 간경화 환자는 10배 이상 담도암 발생률이 높다.
담도암 증상으로는 소화불량,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 구토, 우상복부 및 명치 아랫부분 통증 등이 있다. 그러나 담관이 막히기 전에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고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나올 때가 많다.
담즙의 흐름이 차단되고 혈액내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지면 황달을 의심해볼 수 있다. 황달이 오면 눈 흰자위와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면서 가려움증이 나타나고 소변색이 황갈색으로 진해진다. 복부통증이 동반되지 않는 폐쇄성 황달이 자주 발생한다.
또 종양으로 담즙의 흐름이 막히고 담도관이 감염되면 심한 고열과 오한이 온다. 제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패혈성 쇼크(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복부초음파검사로 우연히 진단될 때가 많다.
담도암은 심한 경우 간에서도 발병할 수 있어 간질환과 구분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복부초음파검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복부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직경이 1㎝ 미만인 담관 안에서 종양이 자라 주변 조직으로 전이되는 담관 침윤형 암이 흔하고, 작은 담관내에서 용종 형태로 자랄 때가 많아 조기발견이 어렵다.
최근 자주 사용하는 내시경초음파검사는 담낭의 점막이나 근육층에 국한된 조기 담낭암을 진단하는 데 도움된다. 또 작은 종양이나 담석을 관찰하고, 암의 병기를 결정할 때 이용할 수 있다.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은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해 담관의 협착과 폐쇄 등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담관의 영상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담즙배액술 등을 동시에 시행하거나, 합병증이 우려되거나, CT 촬영만으로 진단이 애매하거나, 십이지장과 유두부를 관찰하거나, 담즙을 채취하거나, 담관내 생검 및 세포진검사가 필요할 때 선택적으로 시행한다.
내시경시술은 경험 많은 의사가 집도할 경우 9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인다. 담도스텐트시술은 항암·방사선치료 효과를 높이고 황달이나 패혈증 등의 합병증 위험을 줄여 삶의 질을 개선한다.
담도암은 위암이나 대장암과 달리 조기진단에 필요한 검사도구가 없기 때문에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초음파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박원석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담관 확장이 확인되거나 비특이적 상복부 불편감 및 소화불량이 나타날 땐 췌담도 전문의에게 내시경 초음파검사, MRI, 담췌관조영술 등을 받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