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파마, ‘피카토겔’ 국내 본격 출시 … 잠재병변 잡아야 재발·악화 방지
미리암 베텐코트 미국 베텐코트 스킨케어센터 박사가 3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피카토겔 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광선각화증 치료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피부암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광선각화증(Actinic Keratosis)의 치료를 위한 레오파마의 ‘피카토겔(Picato gel)’(성분명 인게놀 메뷰테이트, ingenol mebutate)이 국내에 전격 출시된다. 레오파마는 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피카토겔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광선각화증 치료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광선각화증은 장기간 반복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에 발생한 각화성 병변으로, 표피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피부암 전 단계 질환으로 꼽힌다. 주로 50대 이상 중·노년층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피부암으로 이어지기 쉽지만 국내서 생소한 탓에 인구 노령화 및 야외활동 보편화로 유병률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높지 않다.
국내서도 이 질병에 대한 유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광선각화증 환자가 2011년엔 7300명이었으나, 2012년엔 9100명으로 약 23% 증가했다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2010~2012년 3년간 광선각화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총 2만2600명이다.
광선각화증은 만성적인 일광 노출이 각질형성세포에 영향을 끼쳐 세포 크기 및 모양을 변형시키면서 발생된다. 한개 또는 수십개의 붉거나 갈색의 병변이 피부에 나타난다. 한국 사람의 경우 아시아인 피부 특성상 색소침착이 심해 적갈색이 흔하다.
까칠까칠한 느낌과 점같은 모양에 습진이나 검버섯으로 오인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부과 의사는 대개 모양만 보고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다른 피부암 전구증상과 감별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증상은 얼굴에서 80% 이상 나타나며, 두피나 아랫입술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이밖에 팔·다리 등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에서는 다 나타날 수 있어 전신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이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유전, 기후, 연령 등을 꼽는다. 유전적으로 황인·흑인에 비해 백인에서 가장 흔하다. 다만 아시아인이 광선각화증에 노출되면 서양인에 비해 좀더 공격적인 질환 형태가 나온다.
백인은 햇빛을 1차적으로 막는 멜라닌색소가 적어 자외선의 영향을 그대로 받기 쉽다. 그렇다보니 미국(11~26%)·영국(남성 15%, 여성5%)·호주 등에서 흔히 발생한다. 호주의 경우 40세 이상의 40~50%에서 증상이 나타나며, 한명의 환자에서 6~8개 병변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 출신의 할리우드 영화배우 휴 잭맨도 이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선각화증 발현에는 자외선 노출 시간·빈도·강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외선에 의한 p53유전자(암억제 유전자) 변이가 질환 발생기전에 1차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령도 발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대부분 연구에서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는 결과를 보인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태양광선에 노출된 누적시간이 늘어나며, 환자의 대부분이 50대 이상 장·노년층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한국에서도 50대 이상 환자가 80% 이상을 차지하며 자외선 노출이 많은 농·어업 종사자에서 흔하다. 해외에서는 남성에 많지만 한국은 여성 환자가 과반수를 차지한다. 여성이 피부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빈도가 높은 때문으로 분석한다.
광선각화증은 편평세포암의 전구증상으로 간주돼 조기발견 및 치료가 관건이다. 광선각화증의 0.1~20%는 대개 2년 내외로 걸쳐 암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편평세포암 환자의 약 60%가 광선각화증 질환으로부터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편평세포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광선각화증 동반 비율이 무려 88%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명주 레오파마 의학부 이사는 “국내 광선각화증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나, 계속 방치할 경우 편평세포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다른 노인성 질환과 달리 내버려두면 증상이 악화되고 지속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 질환은 눈에 보이는 병변을 직접 제거하는 ‘병변의 직접적 치료법’(lesion directed therapy)과,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잠재적인 병변까지 치료하는 ‘필드치료법’(field therapy)으로 분류된다.
미리암 베텐코트 미국 베텐코트 스킨케어센터 박사(네바다주립대 임상조교수)는 3일 간담회에서 “광선각화증은 피부암과의 연관성이 높은 질환으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잠재적 병변과 함께 다발성 병변 가능성이 있어 치료법 선택이 중요하다”며 필드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직접치료로는 냉동요법, 전기소작술, 외과 절제, 화학적박피 등을 시행한다. 최근 국내 광선각화증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치료패턴을 조사한 자료에선 환자의 약 80%는 냉동요법을 선택했다.
직접치료는 한 부위에 적용할 때는 효과를 보이나, 여러 부위에 걸쳐 나타나는 다발성 병변과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병변의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병변 면적이 넓거나 10개 혹은 그 이상의 다발성 병변이 나타난다면 필드치료법을 선택하는 게 효과적이다.
광선각화증은 특정 병변에서 편평세포암으로의 진행여부에 대해 예측이 불가능해 단일 병변 치료는 물론 보이지 않는 잠재적 병변까지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피부암학회에도 최근 ‘광선각화증은 보이지 않는 잠재적 병변까지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새로운 가이드라인 내용을 추가했다. 인게놀 메부테이트(ingenol mebutate)·이미퀴모드(imiquimod) 등 바르는 연고치료, 광역동요법(photodynamic therapy) 등이 대표적이다.
피카토겔은 일종의 필드치료제로 기존 국소치료제에 비해 치료기간이 2~3일로 짧다. 다른 약물이 몇주에서 수개월인 것과 비교하면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가 높은 편이다. 완전 제거율과 부분 제거율, 병변의 개수 감소율의 치료효과도 좋아 환자 54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선 치료 57일째, 병변의 완전 제거율은 42.2%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