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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이빨 ‘치아레스’, 수아레스가 물어뜯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유는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6-27 14:10:59
  • 수정 2014-06-30 2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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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헐적 폭발성 장애’우려 … 젊은 남성에서 흔해, 스트레스 강도 상관 없이 충동행동 후 죄책감

우루과이 축구팀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지난 25일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깨물었다. 관련 패러디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우루과이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이번 브라질월드컵서 ‘치아레스’, ‘핵이빨’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지난 25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우루과이는 고딘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우루과이 공격의 핵 수아레스는 경기 후반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깨무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수아레스는 키엘리니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 선수를 물어버린 것이다. 키엘리니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경기장에 쓰러졌고 수아레스 역시 가격당한 듯한 모습을 취하며 치아를 부여잡고 키엘리니 옆에 드러누웠다. 키엘리니는 주심에게 상처가 난 어깨를 보였으나 주심은 몸싸움을 보지 못하는 바람에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경기 후 수아레스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중에 흔히 있는 일”이라며 “키엘리니가 먼저 내 어깨를 밀쳤고 그래서 내 눈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갖고 큰 소란을 피울 필요는 없다”고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중계 카메라에 찍힌 영상에 이런 변명이 먹히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 사건에 대해 “A매치 9경기 출전정지에 처하고 4개월간 모든 축구활동을 금지한다”고 밝혀 사실상 이번 월드컵에서 더 이상 뛸 수 없게 됐다.

수아레스가 이빨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4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첼시와의 경기에서 수아레스는 상대편 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 징계받았다. 네덜란드에서 뛰던 2010년에는 PSV에인트호번의 오트만 바칼의 어깨를 깨물어 7경기 출장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의는 수아레스 선수의 ‘발달장애’ 증상을 제시했다. 국내 양궁 대표팀의 심리상담을 담당한 김영돈 박사(정신과 전문의)는 “수아레스의 물어뜯기 공격은 구강적인 공격성으로 보인다”며 “굉장한 불안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 경기에서 그가 상대 선수를 물어 뜯은 행동은 구강적인 발달장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아레스가 어렸을 때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미성숙한 방식으로 분노와 공격성을 표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우열 생각과느낌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무조건적으로 수아레스의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댓글 등을 보면 안타깝다”며 “사람을 이해하려고 시도해보기 보다는 드러나는 행동만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언론은 수아레스를 치아레스, 흡혈귀 등 자극적인 용어로 비꼬지만 아무리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100%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 욕해서는 안된다”며 “좋은사람·나쁜사람, 정상·비정상으로 2분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그가 직접적으로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직접 만나보는 게 가장 정확하지만, 주위사람의 증언과 그의 반복적인 비매너 행위로 미뤄봤을 때 ‘분노조절장애’로 볼 수 있다”며 “정확히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라고 설명했다.

폭발적 행동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며,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공격충동, 파괴적 행동, 분노조절 어려움, 충동적 행동, 폭력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런 현상은 전체적인 인구에선 드물지만 젊은 남성에 흔하다. 평균 25세, 증상은 10~20대에 시작된다. 수아레스는 20대 후반의 남자이고, 15세에 심판을 머리로 박은 전적이 있다.
수아레스 선수는 여러번 불연속적으로 폭력행위를 하고, 받는 스트레스 정도에 비해 과도한 행동을 하는 것은 분명해 이같은 증상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의 동료들은 수아레스를 ‘전사’라고 평가한다. 투지가 워낙 강해 이기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다보니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헤르만 핑크스테르 네덜란드 아약스 팀매니저, 톰 에그버스 네덜란드 축구 프로그램 진행자, 유소년 시절 코치인 줄리안 모레노는 모두 “그는 결코 패배를 좋아한 적이 없고, 뭐든 이기고 싶어 했다”고 회상했다.

수아레스 선수를 아는 사람들의 평가에서 나오는 공통점으로 △간절히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 △분노조절이 안되는 돌발행동 △돌발행동 뒤 후회를 꼽을 수 있다.

정우열 원장은 “강한 승부욕은 수아레스를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만들어준 원동력이지만 나머지는 약점으로서 개선만 된다면 더욱 훌륭한 축구선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분노조절이 제대로 안되는 행동을 하는데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대개 ‘불우한 어린시절’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톰 포셋(Tom Fawcett) 영국 샐포드대(Salford University) 스포츠심리학 박사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깨무는 버릇은 가난한 어린시절의 경험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성장기의 경험은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데, 수아레스는 꽤 어려운 환경(가난한 가정 7남매)에서 자랐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과정이 필요했고, 일찍 세상을 알 필요가 있었다는 게 포셋 박사의 설명이다.

이 상황에서 분노조절이 안되는 상황은 크게 자존심이 상하거나, 자신이 무기력하다고 느껴질 때다. 즉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바꿀 수 없다는 불가항력적 느낌이 올 때 무의식적으로 충동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정우열 원장은 “자기애가 강하거나, 강박적인 성향이 있거나, 편집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간헐적 폭발성 장애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수아레스도 스타플레이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하는 것은 그의 ‘자존감’과 연관돼 볼 수 있다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예컨대 자존심이 상하거나 무기력에 빠지는 것 모두 자기애적 손상을 일으키는 상황인데 그때 자기도 모르게 크고 작게 폭발, 상대가 거리감을 느끼게 하고 다시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막는 무의식적인 방어심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수아레스는 충동행동을 한 뒤 후회하고 죄책감을 갖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첼시전에서 이바노비치의 팔을 깨문 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바노비치와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간헐적 폭발성 장애를 가진 사람은 스트레스 크기에 상관없이 긴장감을 느껴 공격적행동을 한 뒤 분노를 표출해 일시적으로 안도감을 느끼지만 이내 죄책감을 갖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수아레스는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세바스티안 바우자 우루과이축구협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바우자 회장은 “징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되며, 수아레스는 스포츠에 많은 기여를 해왔고,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 만큼 축구계가 그를 도와야 한다”며 “징계는 그라운드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기쁨을 뺏어가는 것밖에 더 있느냐”고 두둔했다. 그는 이어 “수아레스가 어린시절 우루과이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포셋 박사는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의 그의 행동을 보며 “이번 사건은 놀랍지 않으며 예전에 있었던 일은 반복되기 마련”이라며 “어떤 치료를 해도 이런 행위는 또 일어날 것”이라고 비관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인물은 보통 치료를 통해 개선되지만 수아레스는 문제가 마음속 깊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며 “저런 행동은 타고났다고 보이며, 심리학자와 몇번 면접해서 교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속팀인 리버풀에서 좋은 재활치료를 받고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 만큼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정우열 원장은 “세계인이 주목한 이번일을 계기로 수아레스가 ‘경기 중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해명하기보다는 이 기회에 자신을 잘 돌아보고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더 뛰어난 선수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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