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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국내 생산 백신 거의 없어 … 독감백신만 과잉생산 우려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4-06-20 21:07:12
  • 수정 2014-06-27 18: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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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백신산업의 현주소와 활로 …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 해야

백신은 생체 면역성을 높여 질병 예방과 치료 목적을 갖는 생물학적제제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의약품이다. 백신을 통한 질병예방효과는 질환에 걸린 뒤 드는 치료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해 국가가 관리할 경우 100%에 가까운 질병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필수예방 백신 12종 중 6종의 백신만 생산이 가능한 데다 전량 국내 생산 백신은 B형간염백신밖에 없어 아직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항공기 등 이동수단의 발달로 전염병은 한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백신 분야는 하나의 산업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됐다. 2009년부터 정부도 백신 개발 및 생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녹십자, SK케미칼,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백신, 일양약품, LG생명과학 등 여러 회사가 앞다퉈 개발과 생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백신에 대해 무조건 믿는 것만은 아니다. 항체형성이 안 되는 ‘물백신’이 많다거나, 백신이 오히려 전염병에 걸리게 만든다거나, 백신 안에 들어있는 수은화합물 때문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늘어난다는 소문에 반신반의하며 백신 효능과 자궁경부암백신의 부작용 등에 걱정한다. 이에 국내 백신산업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1796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두창(천연두)백신을 개발한 이후 19세기에 콜레라, 광견병, 파상풍, 장티푸스, 페스트 등 백신들이 개발돼 걸리면 거의 사망하던 질병들이 예방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엔 디프테리아, 백일해, 결핵, 황열, 인플루엔자, 소아마비, 일본뇌염, 탄저병, 아데노바이러스, 홍역, 장염, 볼거리, B간염, 풍진, 수두, 폐렴, 뇌수막염 백신 등이 개발됐다. 현재 40종의 백신이 사용 및 개발 중에 있는데 과거 단일 백신에서 혁신형 접합백신을 거쳐 암 등 치료용 백신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1880년 지석영 선생의 우두(천연두)백신을 생산하는 우두국을 설치해 국가가 직접 나서 백신을 생산했다. 이후 1980년대에 접어들며 정부가 주도하던 백신 개발과 생산은 민간회사들로 넘어가 1983년 녹십자와 동아제약이 B형간염백신을 개발했다. 1993년엔 녹십자가 세계 두 번째로 수두백신을 개발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백신 부작용이 이슈가 됐다.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질병에 걸린다거나 ADHD가 걸린다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로 국내에서 홍역백신을 접종한 뒤 유병률이 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우가 생겼다.

2004년에는 영국 등에서 백신에 들어있는 수은화합물인 치메로살이 수은축적을 일으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논란으로 전세계가 시끌벅적했다.

1990년대에는 백신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접종 기피현상이 벌어져 제약회사들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기 시작해 국내 백신 자급률도 10%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2000년에 홍역이 대유행하자 국산 홍역백신은 생산량이 적어 전량 소모됐고 2000원에 공급되던 국산백신에 비해 고가인 1만원대의 수입백신도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에 수두가 대유행하자 급하게 해외에서 백신을 구매했지만 일부는 유행이 지난 뒤에야 수입됐다. 2009년에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퍼지자 각국 정부는 백신 및 치료제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수입이 어려워지자 ‘백신주권’ 정책을 내세우며 정부 주도의 백신산업 육성책을 펴기 시작했고 이 덕분에 국내 백신시장은 다시 고성장 모드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신종플루를 해결하기 위해 육성책을 들고 나오자 거의 모든 백신 업체가 독감백신 생산에 집중한 나머지 연간 최대 생산가능량이 2억도즈를 초과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백신생산량의 수급조절과 첨단제품 개발 지원 등에 개입해 적극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백신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약 4400억원(생산단가 기준)이다. 판매액 기준으로는 이미 2011년에 약 7100억원 규모를 이뤘다. 생산액 기준으로 보면 2012년 기점으로 최근 7년 동안 연평균 14%로 성장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세계시장 규모의 2%에 불과한 소규모 시장으로 자급률이 50% 미만이다.

이 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여개사의 백신시장 점유율은 SK케미칼이 21.4% 녹십자가 17.7% 한국백신 15.8% CJ제일제당 12.6% 보령바이오파마 9.3% 순이다. 외자사는 국내사와 대등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질병예방이 강조되면서 백신산업의 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의 제약산업 치료영역별 성장전망에 따르면 백신시장은 2018년에 매출액 규모 4위로 도약할 것으로 점쳐진다. 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을 고려할 때 항암제, 당뇨병치료제에 이어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백신시장은 자궁경부암·폐렴구균 등 고가 수입 백신이 포함된 ‘기타예방백신’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가검정량으로 볼 때 전체 백신 시장에서 기타예방백신(프리미엄백신)은 20%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로는 56%를 차지하고, 2006년도부터 2011년도까지의 성장률은 무려 24%에 이른다.

반면 ‘필수예방백신(기초백신)’은 전체 백신 사용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나 금액으로는 44%에 불과하고, 연평균 성장률은 1%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10년에는 약 9000만달러였던 백신 무역수지 적자가 2011년도에는 약 1억2000만달러로 증가됐다.

박정태 진흥원 상무는 “국내 백신 개발은 SK케미칼·녹십자·LG생명과학·보령바이오파마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양약품 및 종근당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며 “연구개발 투자는 연 610억원 수준으로 다국적 제약사가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평균적으로 드는 비용(1600억~65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정부의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도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체계적인 지원과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6~2012년국내 백신 생산실적(단위 백만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백신 자급능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주요 백신 27종 중 10종에 머물러 있는 국내 생산 백신을 2020년까지 22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필수예방접종백신은 총 12종 중 현재 6종이 국내 생산가능하며 2020년에는 11종까지 그 수를 늘리고 기타예방접종백신은 총 11종 중 현재 3종이 국내 생산가능하며 2020년에는 7종까지, 감염병 대유행이나 대테러 등을 대비한 백신은 현재 총 4종 중 1종이 국내 생산 가능하며 2020년에는 4종이 모두 국내 생산할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임상 혹은 자체 기술개발 중인 백신은 13종 19품목으로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 등 4품목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대상포진·인유두종 백신 등 6개 품목은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폐렴구균 백신 등 나머지 9개 품목은 비임상시험 중이거나 기술개발 중에 있다.


백신 분류 및 연도별 주요백신 개발 현황































 

기초백신 중 영유아 대상 백신은 원활한 백신 수급 및 백신산업육성 차원에서 정부가 국내기업 백신을 50% 우선 구매하고 있다. 바이오테러에 대비해 탄저백신과 수두백신은 이미 녹십자와 CJ제일제당에서 개발했고, 질병관리본부가 비축량 확보를 위한 양산과 추가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해외의 경우 글로벌 대형 5개 제약사가 전체 백신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후발 100여개 업체는 주로 특허 만료된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사노피파스퇴르가 24.6%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22.6%, 화이자 16.6%, 미국 머크(MSD) 13.8%, 노바티스 6.0% 순이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백신기업들을 식당으로 비유하자면 사노피파스퇴르는 역사가 제일 오래되고 제품군도 다양해 ‘전통한정식집’, GSK는 필수예방백신이 많아 ‘김밥천국’, 화이자는 적은 제품군으로 큰 매출을 이끌어내는 ‘곰탕집’, 머크는 다양하진 않지만 고가의 주력제품들을 가지고 있는 ‘고급식당’ 등으로 볼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자국민 우선 접종 후 남는 백신만 수출할 수 있게 했고, 일본은 국가 주도로 5개 제약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 비용과 접종 이상반응 관련(부작용 보상) 비용까지 국가에서 부담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미국은 기초수요량 확보를 넘어 비축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도 백신산업을 국가대표급 바이오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모험적인 제품’도 적극 허가해주는 분위기다.

세계 ‘빅5’ 백신기업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을 비롯한 전세계 100여개 회사들은 특허 만료된 백신을 생산하는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기업은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오리지널 백신제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프리미엄 백신시장에도 끼어들 수 있도록 판로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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