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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전자담배, 정말 금연효과 있을까? … 유해성 논란 여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5-28 09:13:45
  • 수정 2014-05-30 12: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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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암물질 ‘아세트알데히드’ 검출 … ‘골초’는 일반담배 병용해 니코틴중독 더 심해질수도

전자담배가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또 일부 제품에서는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되기도 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필립모리스코리아·BAT코리아 등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5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이른바 ‘담배소송’을 제기하자 사회 전반에 금연 인식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흡연율은 몇년 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흡연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08년 40.9%에서 2011년 39.0%, 여성 흡연율은 2008년 4.1%에서 2011년 1.8%로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다양한 금연요법 가운데 전자담배(E-Cig, Electronic Cigarette)는 실효성이 없어 흡연율을 낮추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효과를 맹신하다가 금연에 실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11년째 담배를 피워 온 자동차 영업사원 박모 씨(31)는 최근 결혼을 앞두고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구입했지만 전자담배에 중독되는 역효과를 겪고 있다. 그는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생각에 부담없이 전자담배를 선택했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 무는 횟수가 많아져 걱정된다”며 “지인 중에는 전자담배를 일반담배와 함께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축액이 함유되거나 담배향만 있는 액체를 수증기로 만드는 분무장치로 담배 대용으로 자주 사용된다. 배터리, 무화기(霧化機), 카트리지 등으로 구성되며 일회용 교환식 카트리지에 연무효과를 내는 ‘프로필렌글리콜’과 담뱃잎에서 추출한 액체 니코틴을 담고 있다. 사용자가 흡입대를 통해 흡입을 시작하면 전자칩에서 자동 충전된 전기가 무화기로 보내져 열이 발생한다. 이 때 카트리지에 있는 니코틴과 담배향 액상이 수증기로 나오면서 진짜 담배를 피우는 느낌을 받게 된다.

타르·일산화탄소·카드뮴 등 4000종 이상의 독성화학물질과 60종의 발암물질이 함유된 기존 담배와 달리 니코틴만을 흡입함으로써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가격은 세트제품을 구입할 경우 최소 2만원, 최대 15만원 정도로 브랜드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전자담배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2004년 중국 전자담배회사 루엔(Ruyan)이 세계 최초로 전자담배를 판매하기 시작한 이래 발암물질이나 독성물질이 꾸준히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핫이슈 중 하나다. 전자담배 제조사들은 “전자담배는 냄새가 없고, 연기가 나지 않으며, 타르도 없어 일반담배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심장전문의협회와 폐전문의협회 등 전문가단체는 “전자담배도 규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청소년 수가 늘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전자담배를 팔지 못하게 하는 규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 온라인 건강실태조사 결과 국내 13~18세 청소년 중 4.7%가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3.6%는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함께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전자담배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전자담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등 이해관계가 얽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명승권 국립암센터 분자역학연구과 선임연구원(가정의학과 전문의)이 지난 13일 열린 ‘흡연율 감소 정책과 담배소송의 쟁점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담배회사의 연구비 지원 여부에 따라 제품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다르게 도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2010년 크리스토퍼 벌렌(Christopher Bullen)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가 흡연자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 결과 전자담배 사용 20분 후 흡연욕구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루엔으로부터 연구비와 전자담배를 지원받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대로 지난해 벌렌 교수가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게재한 연구에서는 니코틴 전자담배군과 플라시보 전자담배군의 금연성공률에 차이가 없었으며, 이 연구는 담배회사 등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명승권 박사는 “전자담배의 효과 및 안전성과 관련해 지금까지 총 4편의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이 발표됐다”며 “이 중 전자담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2건에서는 금연욕구가 감소한 것으로, 연구비를 받지 않은 2건에서는 금연성공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각각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되거나 덜 해롭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므로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이성규 보건정책학 박사는 전자담배가 금연도구로 효과적이라는 해외 연구결과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최근 5년간 흡연자 5863명을 대상으로 전자담배, 니코틴패치(금연희망자 스스로 사서 사용한 경우), 도구 없이 의지만으로 금연 시도 등 각종 금연수단의 금연성공률을 분석한 결과 전자담배가 20%로 가장 높고, 니코틴패치는 10.1%, 도구 없이 금연 15.4%였다.

이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이성규 박사는 “이 연구는 전자담배 사용군을 ‘전자담배 이용자 중 반드시 금연을 목적으로 사용한 사람들’로 한정했는데, 이는 연구대상을 ‘모든 전자담배 이용자’로 선정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즉 단순한 호기심으로 전자담배를 피우거나, 금연구역에서 일반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등 금연 목적 외의 사용자들이 연구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금연을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에 한정된 연구결과를 두고 ‘금연효과가 탁월하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국민보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며 “전자담배에 대해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많은 만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연구를 통해 금연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담배연구로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 담배연구소 출신이다.
미국암협회의 토머스 글린 연구원도 “이번 연구가 전자담배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전자담배가 금연도구로서 일정 부분 효용성이 있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자담배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1월 “국내에서 시판되는 전자담배 121개의 액체성분 유해성을 연구한 결과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당시 복지부 조사결과 제품 전체에서 국제암연구소(IARC)로부터 발암물질로 지정된 ‘아세트알데히드’가 1ℓ당 0.10~11.81㎎가 검출됐다. 이 물질을 지속적으로 흡입하면 호흡기·신장·목 등에 심각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니코틴 함량도 문제다. 지난해 신호상 공주대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전자담배의 수증기를 분석한 결과 니코틴 검출량이 일반 담배보다 평균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생각에 전자담배를 자주 사용할 때가 많은데, 흡연량이 많은 ‘골초’의 경우 니코틴 중독성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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