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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부자도 분노한 BC카드 개인정보 보호서비스(BCIC) ‘낚시질’ 영업
  • 정종호 헬스오 편집국장
  • 등록 2014-05-16 16:37:07
  • 수정 2021-07-20 20: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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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모르게 정보보호 명분으로 매달 700원씩 빼가 … 카드업계, 언론 지적에도 꿋꿋하게 버텨

BC카드의 BCIC 서비스 청구내역과 분노한 고객이 잘라버린 카드

이달초 필자에게 이메일로 날아온 BC카드 이용대금 청구서에 ‘비씨신용정보보호서비스(BCIC)-3월분 700원’이란 괴이한 청구내역이 적혀 있었다. 전달에도 같은 청구내역이 써 있길래 당시에는 ‘스카이패스’(항공마일리지 적립) 서비스를 위한 1회성 연회비쯤 되는 줄 알고 가볍게 넘어갔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신용카드사인 BC카드사가 고객의 신용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저지른 ‘낚시성 텔레마케팅’에 필자가 걸려든 것이었다.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보니 2011년 7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무려 33개월 동안 매달 원치도 않은 700원을 BC카드에 갖다 바치고 있었다.

카드사에 전화걸기에 앞서 주거래은행의 잘못일 줄 알고 은행 창구직원에게 문의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그것(BCIC) 때문에 화내고 가는 고객이 많아요. 예금이 수십억원대인 할아버지(70대 초반)도 노발대발하시면서 BC카드 본사까지 찾아간다길래 제가 말렸어요. 나이도 있으신데 화내다가 혈압만 오르시지 않겠냐고 달랬죠”.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 원효로 인근에는 강남처럼 티나는 부자는 없어도 수십년에 걸쳐 부를 쌓아온 나이지긋한 중산층 내지 여유층이 많은데 상당수가 이 할아버지와 같이 카드결제 청구내역을 무심히 살펴보다가 BC카드의 낚시걸이 마케팅에 당한 것을 알고는 뒤늦게 분노한다고 은행원은 전했다.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불안해진 소비자들의 심리를 노린 BC카드의 ‘신용정보보호서비스’(BCIC)는 대체로 회원에게 인터넷메일을 무작위로 보내 자신도 모르게 클릭을 유도한 뒤 이를 바탕으로 정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한두달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다음달부터 쭉 고객으로부터 매달 700만원을 날름 결제통장에서 빼내간다. 고객이 이를 알고 항의하기 전까지 말이다.

또는 텔레마케터들이 처음 몇달간은 무료이고, 차후에 유료로 전환된다는 말을 흐릿하게 하면서 서비스 가입을 유도한다. BC카드사는 무료 사용기간에서 유료 사용기간으로 바뀌는 순간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고 하지만 필자는 그런 전화를 받은 기억이 없다. 대개는 고객이 먼저 알아채고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계약은 유지되고 고객의 돈은 새어나가게 돼 있다.

필자가 당한 금액만 해도 2만원이 넘으니 전국 BC카드 회원 중 이 사기성 서비스에 당한 금액을 합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런 문제를 유수 언론이 여러번 제기했는데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당국이 무슨 처벌을 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나 공익변호사들이 손놓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게다가 관련기사를 검색해보니 이런 피싱(phishing)과 유사한 마케팅을 한 카드사가 BC카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NH농협카드, 하나SK카드, 롯데카드 등도 마찬가지였다. 일종의 ‘떼거리 정보보호 위장형 피싱(phishing) 담합’이라고나 해야 할까.

신용정보보호서비스란 사실 별 게 아니다. 누가 내 정보를 해킹해갔는지 알려주는 게 아니라 신용정보의 변동 또는 명의도용 내역을 고지하는데 그친다. 만약 제대로 된 신용정보보호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올들어 일어난 NH농협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 3사를 비롯한 삼성카드, 신한카드 등의 정보유출은 왜 막지 못했단 말인가. 그 많은 변호사 중에서 똑똑한 이가 나서서 ‘집단소송’이라도 제기해야 할 판이다.

부당한 청구액에 대한 환급이나 사과는 커녕 고작 해지 사실만을 알려온 BC카드의 영업 작태

필자가 BC카드의 BCIC 내역을 알 게 된 것은 2011년 9월 불의의 갑작스런 이직으로 과거 직장의 카드내역 수령용 이메일주소가 사라졌다가, 올들어 자주 쓰는 개인메일로 바꿔 카드결제내역서를 받아보기 시작하면서다. 2012년부터 2년간은 낯선 근무환경에서 적응하며 동분서주하느라 카드결제내역서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열심히 앞만보고 뛰던 시기다. 필자의 명운을 걸고 고생하던 시절, 미처 세심하게 카드내역서를 챙겨볼 겨를도 없던 사이에 기습처럼 내 주머니를 털었다는 게 더 화가 나는 이유다.

게다가 BCIC서비스를 해지하려고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직원은 다른 전화를 알려줄테니까 거기다 신청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 번호는 먹통이거나 ‘다른 고객의 전화를 받고 있다’는 메아리만 들려왔다. 여러번 허탕 전화를 걸다가 화가 나서 다시 콜센터 직원에게 ‘버럭’ 화를 냈더니 이번에는 그 직원이 순순히 직접 BCIC 서비스를 해지해줬다. 


고객이 깡패처럼 ‘성을 내야만’ 해지가 되니 이것도 카드사 본부에서 콜센터 직원들에게 내려진 매뉴얼 중 하나가 아닐까. 순한 고객은 ‘전화 뺑뺑이’ 돌리고, 성질 더러운 고객은 ‘대충 꼬리내리고’ 해지에 응해주라는 지침 같은 것 말이다. 

 
결국 BC카드사에선 며칠 후 서비스 해지를 알리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고, 환급은 커녕(물론 2만원 받겠다고 으르렁거리지도 않았고 그럴 시간도 없지만), 사과의 말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입월 무료기간에 참가한 고객을 자동으로 유료서비스에 가입되도록 하는 조항은 예상하기 어려운 기습 조항이므로 약관법상 무효에 해당된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수준이다. 현행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무료 서비스 사용 후 소비자 동의 없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돼 발생한 피해’의 경우 ‘유료로 전환된 시점에서 부과된 요금 환불 및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불만에 대응하는 정부 당국의 입장이 이 정도로 미온적이어서야 되겠는가. 전면 실태조사를 벌여 법적 문제가 있으면 해당 카드사에게 대대적인 과징금을 물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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