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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손기훈 고려대 교수, 생체시계 관련 정서조절 원리 세계 최초 규명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5-09 15:40:57
  • 수정 2014-05-12 17: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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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V-ERBα 억제하면 조울증·우울증·불안증·공황장애·도파민 의존성 뇌질환 치료 가능성 보여”

손기훈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손기훈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정수영 해부학교실 연구교수, 김경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및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하루를 주기로 기분이나 정서 상태가 조절되는 핵심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각종 기분장애(Affective disorders) 및 중독질환에 대한 새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울·불안·공포·공격성·중독 등 정서 상태는 아침·저녁에 따라 상당한 기복을 보인다. 정서를 조절하는 일주기 리듬에 이상이 생기면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 계절성 기분장애 등 정서장애나 중독질환의 발병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같은 작용의 정확한 분자·신경생물학적 원리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선행된 행동생물학·유전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생체시계의 유전자 변이가 정서장애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인간·동물모델에서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원리는 규명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손 교수팀은 뇌 속 도파민 신경회로가 정서를 조절하는 핵심시스템이라는 점에 착안해 생체시계와 도파민 신경회로의 분자생물학적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분자 생체시계에서 표적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REV-ERBα는 NURR1과의 경쟁적 상호작용으로 티로신수산화효소(TH)유전자 발현과 도파민 신경 활성을 일주기로 조절한다. 이를 통해 하루의 정서 상태를 변화시킨다.

연구팀은 또 돌연변이 생쥐와 약리모델을 대상으로 신경행동·생리학적 연구를 실시해 중뇌 속 REV-ERBα단백질의 기능이상이 도파민 신경회로의 활성 이상, 조울증, 불안장애 등을 직접적으로 야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REV-ERBα는 레티노이드수용체와 유사한 형태의 핵수용체 계열 유전자발현 제어 단백질이다. 핵수용체는 주요 신약표적 중 하나로 REV-ERBα를 표적으로 하루 주기 생체리듬을 제어하려는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일주기 분자생체시계를 기반으로 한 정서·중독장애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도파민 활성이상이 주요 발병원인인 파킨슨병이나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새 치료제의 적응증이 확장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연구팀은 REV-ERBα 활성을 억제하면 정서·중독장애 및 각종 도파민 의존성 뇌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다. 

손기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시계와 도파민 생성을 연결하는 핵심 분자고리를 밝히고 실용화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제시했다”며 “조울증, 재발성 우울증, 중독질환, 계절성 기분장애, 불안·공황장애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서장애와 기타 도파민 의존성 뇌질환에 대한 새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뇌과학원천기술 개발사업 및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를 담은 ‘정서상태 및 뇌 도파민 신경회로의 일주기적 조절에 있어서 REV-ERBα 핵수용체 단백질의 역할(Impact of circadian nuclear receptor REV-ERBα on midbrain dopamine production and mood regulation.)’ 논문은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셀(Cell)’ 온라인판 지난 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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