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가 치료 중 ‘약효소진 현상’을 겪으면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삶의 질 지수가 더 떨어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는 최근 국내 파킨슨병 환자 905명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삶의 질 지수를 조사한 결과 치료 중 ‘약효소진 현상’을 겪으면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10%, 삶의 질은 11%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약효소진 현상은 약물효과가 점차 떨어지면서 떨림, 경직, 통증 등이 전보다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약물치료 후 3~5년이 지난 후 발현되며, 5~6시간이 유지되던 약효가 3~4시간으로 줄어든다.
파킨슨병은 주로 50세 이상에서 발병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노인성 질환 중 치매 다음으로 유병률이 높다. 이 질환으로 인한 손발떨림, 관절 및 근육경직, 움직임 둔화, 보행장애 등은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요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8년간 파킨슨병으로 병원으로 찾은 환자는 2004년 3만798명에서 2012년 7만4627명으로 2.4배 증가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영호 학회장은 “파킨슨병은 운동장애는 물론 정서적·사회적장애를 동반하기 때문에 약물치료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나 약효소진 현상이 찾아와 약효가 잘 듣지 않으면 그동안 유지해왔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환자가 크게 당황하게 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척도(Unified Parkinson‘s disease Rating Scale, UPDRS)는 일상생활을 13개 항목으로 구분해 4점 척도로 평가한다. 총점은 52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일상생활수행능력이 저하됨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결과 약효소진 현상을 겪는 환자는 평균 14.1점으로 그렇지 않은 환자의 9.1점보다 5점 높아 일상생활수행능력이 약 10%(총점 52점 중 5점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일상생활수행능력 13가지 항목 중 걷기(1.39점)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꼈으며 이밖에 떨림(1.32점), 글씨쓰기(1.24점), 옷 입기(1.19점) 순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약효소진현상이 발현됐을 때 여성 환자는 남성보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평균 2.8% 떨어졌다. 또 평가항목 중 ‘침흘림’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여성 환자가 더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 평가척도(Parkinson’s Disease Quality of Life Questionnaire-8, PDQ-8)는 8개 문항을 통해 평가된다. 총점 100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저하됨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결과 약효소진 현상을 겪는 파킨슨병 환자는 점수가 35점으로 그렇지 않은 환자의 24.5점보다 높아 삶의 질이 약 11%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돌아다니기(46점) 항목에서 삶의 질이 가장 크게 떨어졌으며 그 뒤를 이어 옷 입기(40점), 우울한 기분(37점)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약효소진 현상을 겪지 않은 환자보다 ‘대인관계 시 파킨슨병 증상으로 인한 당혹스러움’은 15%, ’‘의사소통’은 12% 가량 삶의 질이 떨어졌다.
성별에 따른 삶의 질은 여성이 평균 2.2% 낮았으며, 특히 ‘우울감’에서 삶의 질이 10.3%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회장은 “일상생활수행능력과 삶의 질 정도는 파킨슨병 환자의 건강상태 및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척도”라며 “치료 중 약효소진 현상이 찾아왔을 때 전문의와 바로 상담해 조기진단 및 치료한다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