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개나리, 진달래, 장미, 백합 등은 충매화로 꽃가루가 바람에 잘 날리지 않아 알레르기 증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최근 길가 곳곳에 개나리와 벚꽃 등이 만개하며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지만 알레르기비염 환자는 걱정부터 앞선다. 봄만 되면 하루종일 눈이 가렵고, 콧물이 줄줄 흐르며, 재채기도 멈출 생각을 안한다. 알레르기는 과민한 항원·항체반응이다. 인체에 유해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항체가 만들어지는데, 간혹 유해하지 않은 꽃가루나 음식물 등에도 과민반응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올 봄은 유독 기온이 올라 봄꽃도 피고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평소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각종 꽃가루에 과민반응하는 결막염, 비염, 아토피피부염 등도 일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알레르기질환의 증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조태호 삼육서울병원 피부과장은 “꽃가루의 감작으로 항체가 생산된 곳에 알레르기원(꽃가루)이 재차 침입하면 항원·항체 반응에 의해 히스타민 등의 화학물질이 유리된다”며 “이 같은 작용의 영향으로 코, 눈, 인후 등에서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2013년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심사결정자료를 토대로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에 대해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2009년 약549만명에서 2013년 627만명으로 78만명(14.2%) 증가했으며, 연평균 변화율은 3.4%로 나타났다. 총진료비는 2009년 1616억원에서 2013년 1995억원으로 5년새 380억원(23.5%) 늘었으며, 연평균 변화율은 5.4%였다.
알레르기비염은 집먼지진드기, 황사, 꽃가루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의해 코 점막이 자극받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지속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밖에 눈충혈, 눈·코 주위 가려움, 후각 감퇴, 두통 등이 동반된다. 심한 경우 중이염, 부비동염, 인후두염, 결막염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헷갈릴 때가 많은데, 발열증상이 없고 지속기간이 길다는 게 특징이다.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봄에만 나타난다면 꽃가루를 주원인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꽃가루알레르기는 ‘화분알레르기’로도 불리며 식물의 가루(화분)가 원인이 돼 발생한다. 꽃가루는 매우 멀리 날리기 때문에 제주도를 제외한 거의 전지역이 영향권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전형적인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 및 결막염 환자가 많은 반면 한국에서는 꽃가루의 절정기에만 증상이 악화되는 양상이 나타난다는 게 특징이다.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은 3월부터 시작돼 4~5월에 절정을 이룬다. 봄에는 나무, 초여름에는 잔디, 초가을에는 잡초의 화분이 알레르기 증상의 원인이다. 향기가 좋은 벚꽃, 개나리, 진달래, 장미, 백합 등은 충매화로 꽃가루가 바람에 잘 날리지 않아 알레르기와는 상관이 없다.
반대로 풍매화인 소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느릅나무, 오리나무 등은 꽃가루가 공중으로 날려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5월에 버드나무, 사시나무, 플라타너스 등에서 날리는 솜털은 꽃가루가 아니라 씨털로 알레르기를 직접 유발하지는 않고 점막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킨다. 초가을에는 두드러기쑥(돼지풀), 환삼덩굴 등 잡초 화분이 원인이 된다.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콧물이다. 물 같은 콧물이 계속 흐르면서 재채기가 나오고 양쪽 콧구멍이 번갈아 막힌다. 코 속 표면은 외부 이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점액으로 덮여 있다.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 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들어오면 코 속 점막세포는 ‘히스타민(histamine)’을 다량 만들어낸다.
히스타민은 알레르기반응이나 염증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이다. 면역계세포에서 항원항체반응으로 유리된 히스타민은 기관지수축(알레르기성 천식), 모세혈관 확장 등을 일으킨다. 또 점막 아래에 있는 혈관을 확장시켜 혈관 속에 있던 물이 점막으로 빠져나오는데, 이게 바로 콧물이다.
코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콧물의 색깔을 확인하면 된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한 콧물은 색이 맑은 반면 코감기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난 뒤 남은 백혈구의 잔해가 콧물에 섞이면서 색이 누렇게 변한다. 히스타민은 또 코와 눈에 가려움증과 재채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밖에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한 증상으로 눈이 심하게 가려워 눈을 비비고, 눈이 충혈되며, 눈곱이 끼기도 한다. 결막부종이 생기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는 피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꽃가루가 공기 중에 날려 눈주위·얼굴·목·손·팔 등 노출 부위에 닿으면 피부가 빨갛게 변하면서 가려워진다. 전신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기도 하고 전부터 있던 피부염이 악화될 수 있다. 심한 경우 피부가 각질화되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기관지천식은 폐로 공기를 들여보내는 기관지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발생한다. 비염보다는 발병률이 낮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치명적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기도가 좁아져 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기침 천명이 증상으로 나타나며, 호흡곤란이 동반되기도 한다.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면 위와 장까지 알레르기반응을 일으켜 소화불량이나 식욕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이밖에 피로감, 집중력 저하, 후각기능 감퇴현상도 나타난다. 보통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꽃가루가 아침 이슬에 맺혀 있다가 이슬이 증발될 때 대기중으로 날리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국내 인구의 약 20%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부모 모두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때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80%, 한쪽만 있을 때에는 40% 정도다. 병원에서는 알레르겐 피부반응검사, 피부 패치테스트, 혈액검사 등으로 면역글로불린E(IgE)라는 단백질을 측정해 질환을 진단한다.
면역글로불린E는 혈액 속에 존재하는 면역단백질이다. 혈청IgE검사는 채혈한 혈액에서 혈청을 분리, 혈청내 전체 IgE의 약을 측정함으로써 알레르기반응 중 아토피성질환을 진단한다.
혈청특이IgE검사는 혈청에 존재하는 특정 항원에 대한 IgE양을 측정함으로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물질를 규명하고 증상의 정도를 진단할 수 있다. 채혈만으로 간단히 원인물질을 찾을 수 있고, 피부과민성으로 피부반응검사를 받을 수 없거나 항히스타민제 등 약제를 복용한 사람에게 적용이 가능해 유용하다.
알레르기피부반응검사는 알레르기 항원물질을 등이나 팔에 한방울 떨어뜨린 후 바늘로 긁어 15분 후 결과를 판독한다. 이 때 즉각적인 피부의 팽진이나 발적이 발생하면 해당 물질에 특이 항체를 지닌 세포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검사시간이 짧고 절차가 간단해 자주 사용된다.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회피요법이다. 평소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사람은 바람이 많이 부는날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부득이하게 외출 할 때에는 긴팔 옷, 마스크, 장갑 등으로 유해물질이나 꽃가루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안경이나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해야 한다. 렌즈 착용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헝겊으로 만들어진 일반마스크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특수필터가 장착된 꽃가루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들 닫은 상태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면 꽃가루를 제거하는 데 도움된다.
또 침구류나 카펫을 수시로 털어 집먼지진드기를 제거해야 한다. 박철언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침구류는 60도 이상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실내온도는 진드기의 번식을 억제할 수 있는 20도, 습도는 4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며 “HEPA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나 청소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외출 후 샤워는 기본이며, 집 안에 들어오기전 겉옷, 신발, 가방 등을 깨끗이 떨어야 한다. 또 바람이 심한 날에는 빨래를 실내 건조시키고 물걸레로 먼지를 꼼꼼이 닦아내는 게 좋다.
생선, 채소, 과일은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칼슘은 점막·신경기능을 강화시키며, 비타민과 무기질은 면역력 향상에 도움된다. 반대로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술, 커피, 찬음료 등은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봄에는 해가 길어지면서 수면시간이 짧아지고, 이는 면역력 약화의 주원인이 된다. 평소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면역력을 높이면 알레르기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최근에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눈·코·기관지 등에 투여해 증상을 줄이는 대증요법이 보편화돼있다. 효과가 확실하지만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박일호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회피요법으로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으면 약제를 사용해 병 증세에 따라 치료한다”며 “약물로 알레르기 질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투약을 중지할 경우 재발할 수 있어 규칙적으로 외래진찰을 받으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면역요법은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을 약한 강도로 투여하는 방법으로 보통 1년 이상 지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