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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행동장애 유발 선천성난청 ‘청각선별검사’로 예방하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3-31 01:58:36
  • 수정 2014-04-03 11: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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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OAE 후 AABR로 확진, 정부 최저생계비 200% 이하 가정 지원 … 진단 늦으면 삶의 질 급감

박수경 한림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가 지난 28일 서울대병원 소아임상강의실에서 열린 ‘제10회 신생아청각선별검사 워크숍’에서 신생아 청력선별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픈 곳 하나 없었던 내 아이가 갑자기 청력을 잃게 된다면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까. 2010년 발표된 ‘신생아난청조기진단 및 청구대행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3~5명이 선천성 난청을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각종 언어·행동장애가 유발돼 아이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될 수 있다.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는 선천성 난청을 가장 빠르고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국내의 경우 여전히 인지도가 낮고 관련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못해 선진국에 비해 시행률이 낮다.

이에 대한청각학회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대병원 소아임상강의실에서 ‘제10회 신생아청각선별검사 워크숍’을 열고 신생아청각선별검사 문제점과 향후 개선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번 워크숍에는 오승하·서명환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조창현 가천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박수경·홍성광 한림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조종희 강동구보건소장, 방정화 한림대국제대학원대학교 청각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청각은 오감 중 가장 먼저 완성되는 것으로 영유아 시기 두뇌·언어 발달 및 집중력 향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생후 6개월 이내 소리자극은 언어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생아는 성인이 듣는 것보다 큰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출생 1개월 이내 신생아는 강한 소리자극을 줬을 때 깜짝 놀라면서 심장박동과 호흡이 변한다. 출생 1~4개월에는 소리가 들리면 집중하면서 조용해지고, 4개월 째에 접어들면 엄마의 목소리에 웃는 반응을 보인다. 생후 4~6개월 때에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고개를 돌려 찾을 수 있다.

난청의 진단 및 치료가 늦어지면 언어·학습·행동장애가 유발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신생아 난청선별검사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부모가 난청을 발견하는 시기는 대개 생후 30개월 전후다. 이 시기에는 청각의 뇌발달이 거의 종료돼 난청 재활치료를 해도 언어와 지능의 발달이 정상수준에 도달하기 힘들다. 선천성 난청의 50%는 유전적 요인, 나머지는 임신 초기 풍진·감염·조산·홍역·이하선염·뇌수막염 등으로 발생한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난청고위험군은 보통 신생아보다 발병률이 약 10배 높다.

이 때문에 미국 신생아 청력검사를 위한 공동위원회(JCIH)는 2000년 “모든 신생아에게 청력선별검사를 실시하고,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생후 3개월 이내에 추적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난청으로 진단된 영아는 생후 6개월 이내에 중재치료, 고위험군 신생아는 청각적 검사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는 아기가 잠든 10분 동안 검사기기의 센서를 이마와 귀에 붙여서 청력을 측정한다. 검사방법으로는 자동청성뇌간반응검사(Automated-auditory brainstem response, AABR)와 자동이음향방검사(Automated Evoked Otoacoustic Emissions, AOAE)가 있다. AOAE는 AABR보다 검사시간이 짧고 전극을 두피에 부착하지 않아 간편하다. 그러나 외이 및 중이의 상태, 외부소음 등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후미로성 병변에 의한 난청은 확인이 어렵다.

AABR은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AOAE보다 불리하지만 위양성률(false positive)과 재검률이 낮아 더 효과적이다. 보통 AOAE를 먼저 실시해 결과가 재검으로 나올 경우 AABR로 난청을 확진한다. 방정화 한림대국제대학원대 청각학과 교수는 “신생아 청각선별검사에서 자동화된 기계를 사용하면 신생아가 안정된 상태에서 빠른 시간에 검사를 마칠 수 있다”며 “검사에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병원의 비용·시간·인력에 맞는 효율적인 검사프로토콜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생아 난청의 조기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최저생계비 200%(4인기준 309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신생아청각선별검사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 대상자는 출산 예정일 2개월 전부터 보건소에 주민등록등본, 건강보험카드 건강보험납부내역서, 산모수첩(출생 후는 출생 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청각선별검사 쿠폰을 지급받게 된다. 지급받은 쿠폰을 관할 구청이 지정한 병원에 제출하면 청각위험도문진검사, AOAE, AABR 등을 무료로 1회 받을 수 있다. 1차 검진에서 재검 판정을 받으면 확진검사(ABR) 1회 비용도 지원받는다.

박수경 한림대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청각학회 정보이사)는 “지난해 지원사업의 목표인원은 5만4085명으로 이 중 4만7713명(88.2%)이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재검아는 777명으로 평균 재검률은 1.6%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에는 예산이 3배 늘어 약 13만6000명이 신생아난청 조기진단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신생아청각선별검사의 인지도가 여전히 낮아 선진국에 비해 시행률이 낮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우 2006년부터 신생아 청력선별검사 서비스를 제공해 소득 정도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신생아가 검사를 받고 있다. 홍성광 한림대 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영국에서는 2006~2013년 약 589만명의 신생아 중 579만명(98.4%)이 청각선별검사를 받았으며, 이 중 1만869명이 청각재활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전문가들은 검사 관련 홍보 및 교육을 강화해 모든 신생아가 신생아청각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신생아 때 난청선별검사를 하지 않으면 생후 30개월 정도가 지나야 난청을 발견할 수 있다”며 “모든 신생아는 청각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는 주로 분만한 산부인과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분만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며, 출산 전 홍보와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검사시스템과 낮은 수가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목됐다. 박 교수는 “종이쿠폰을 전자쿠폰으로 전환하고 검사비 지원절차를 간편화하는 등 전산화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AABR는 2만7000원, AOAE는 1만원으로 2007년 당시 수가를 고수하고 있다”며 “선별검사비에 대한 합리적인 수가를 제시함으로써 분만산부인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청각학회 ‘신생아난청 조기진단사업 비용효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소요되는 난청 환자 1인당 사회적비용은 13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선별검사를 시행하면 1인당 사회적비용은 8억2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평균 난청아 발생률이 0.3%인 점을 감안할 때 연간 7000여억원의 예산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수는 “전체 신생아를 대상으로 생후 1개월 이내 선별검사, 생후 3개월 이내 확진검사(정밀청력검사), 생후 6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명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청력선별검사의 관리 및 감독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의료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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