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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 ‘신상털기’ 보도는 관음증과 다를 게 없다
  • 정종호 헬스오 편집국장
  • 등록 2014-03-30 13:28:20
  • 수정 2021-07-20 20: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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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고죄인 간통죄에 무관용 보도는 지나쳐 … 연예인 성추문처럼 호기심 갖는 건 ‘국격’ 떨어질 짓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총동원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신상털기’에 나선 정황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만의 당시 환경부 장관의 혼외자 논란에 대해서는 감춰주고 옹호해주기 바빴던 대다수 기성언론이 유독 채동욱 건에 대해서는 무관용이다. 심지어 간통죄니 축첩(蓄妾)이니 운운하며 처벌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기사까지 쓰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1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혼외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 ‘클린’ 검증동의서까지 받았다고 하니 씁쓸한 코메디가 아닐 수 없다.

흔히 공직자의 사생활에 대해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할 때 프랑스를 예로 둔다.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열애설 보도는 사생활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낭테르 지방법원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연예주간지 ‘클로저’가 여배우 쥘리 가예의 사생활과 초상권 침해 사실이 있다”며 1만5000유로(2200만원)를 손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클로저는 지난 1월 오토바이를 탄 올랑드 대통령과 가예가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 근처 아파트에 각각 들어가는 사진을 게재했다.


또 20년전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게 숨겨둔 정부(情婦)와 혼외의 딸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때도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고 반문했고 별 문제없이 넘어갔다. 성문화에 개방적인 프랑스는 공직자의 연애 스캔들도 사생활로 봐준다.

한국과 프랑스는 연예문화가 다르고, 사생활 보호의 강도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성적 스캔들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잣대도 엄정한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엄연히 간통죄가 존재한다. 또 프랑스라고 해서 개인의 성적 일탈에 대해서 모든 이가 관용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발 특종기사로 ‘2014년 한국신문상’을 받고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에 견주며 ‘권력자의 탈선을 용기있게 보도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눈에 거스른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채 전 총장의 낙마는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을 잡고 거침없이 수사를 몰아붙인 검찰 수장에 대한 보복의 결과다. 채 전 총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은닉재산 국고환수 수사에서 성과를 올렸고, 이명박 정부에 의해 심히 훼손된 검찰의 수사독립권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여 전인 지난해 4월 2일 인사청문회에서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칭송이 쏟아져나왔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칭찬회’ 같다”고 했고,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보좌진들에게 (의혹을) 파라고 했는데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고 하더라”고 해 좌중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검찰 출신 인사나 일반 국민들로부터 채 후보자가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많이 왔다”고 말했고,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은 “공직 후보자 단골메뉴인 병역기피, 위장전입, 탈세 등 의혹이 하나도 없던데 총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자기 관리를 해왔느냐”고 물었다.

 
여야가 입에 침이 마르지 않도록 칭찬하더니 청와대에서 몰아내려는 눈치를 주니 이게 부당하다고 반박하는 여당 정치인은 정우택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 정도 밖에 없다.

언론이 100% 도덕적일 수도 없고 시류에 영합하지 않을 수도 없다. 연예인의 탈선이나 미운 짓은 물론 별 것 아닌 사생활조차 필요에 따라 가공해서 독자들의 시선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도 언론의 불가피한 역할 중 하나다. 공직자의 탈선도 당연히 보도대상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간통죄는 친고죄이므로 채 전 검찰총장을 간통죄로 처벌하려면 배우자의 고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채 전 총창의 부인은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한 바 없으며, 이혼소송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간통죄 처벌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 태도는 스스로 완전무결하게 도덕적이지 않은 언론이 전혀 관용을 베풀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2008년 간통죄 위헌 논란이 됐던 ‘옥소리-박철 부부 사건’ 당시 정족수 6명 미달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당시 9명의 재판관 중 과반수인 5명이나 위헌 결정을 내릴 정도로 법조계에서조차 관대한 시각으로 보는 게 간통죄다.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위헌결정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법률적 효력이 사라지고, 2013년 6월 완전히 폐지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선 흥미거리, 먹고 즐기기 위주의 연성화된 보도나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반면 우리사회의 빈한하고 억울한 상황은 눈감으려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채동욱 신상털기 보도에 들일 열정을 우리 공직사회의 근본적 개혁이나 비리척결에 옮기는 게 어떨까. 


채동욱 신상털기는 타인의 사생활에 대해 지나친 호기심을 보이는 관음증(觀淫症, voyeurism)의 행태와 뭐가 다른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논란은 연예인의 성추문 보도처럼 다루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짓이다. 영화 ‘친구’ 1편에서 장동건이 꼬마깡패의 칼에 난자당하면서 “(이제)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이제 채 전 총장 괴롭히기는 그만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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