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양인에게는 이롭고 소음인은 피해야 … 부작용 없는 젖말리기 약으로 서구에서도 인정
김달래 한의원 원장
엿기름은 기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보리씨를 발아한 것을 말한다. 한방에서는 맥아(麥芽)라고 부르고, 한약재로도 사용한다. 일상에서는 엿이나 식혜를 만들 때 밥과 함께 넣어서 끓이는 재료로 애용한다. 경상도 북부지역에서 곡식의 씨앗을 ‘길금’ 또는 ‘질금’이라 표현하는데 아마도 엿을 만들 때 이를 이용흐므로 엿기름이란 말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보리씨 발아과정에서 배젖조직을 전분분해효소로 분해한 것
엿기름은 보리의 배젖조직을 분해하는 여러 가지 효소가 발아할 때 활성화되면서 생산되는 녹말 원료이다. 보리 씨앗에 물을 뿌린 다음 2~3일 지나면 잔뿌리가 나와 길이 1~2㎝ 정도로 자란다. 햇볕에 펼쳐 건조시킨 다음 거칠게 갈아서 사용한다. 엿기름을 약용하려면 잔뿌리가 1㎝ 미만일 때 햇볕에 건조시킨 것을 쓴다. 엿기름은 늦가을에 공기 중의 습도가 적을 때 만들었다가 충분히 건조시켜서 1년 내내 사용하곤 했으나 요즘은 겨울철에 만들기도 한다.
소화효소 덩어리 … 특정 품종 보리로 만든 맥아 섭취시 근육이완 초래 엿기름은 덱스트린(dextrin), 엿당(maltose), 포도당(glucose), 비타민B군을 기본으로 디아스타제(diastase)·아밀라아제(amylase)·프로테아제(protease)·인버타제(invertase)·인베스타제(investase)·파이타제(phytase) 등의 소화효소와 산화효소가 들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보리(학명 Hordeum vulgare)와 식물적 연원이 다른 보리(학명 Hordeum distichon)의 잔뿌리 부분에는 말톡신(maltoxin)이 들어 있는데 근육이완제인 데카메토늄(decamethonium)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따라서 이런 이런 보리류로 만든 맥아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낙태가 유도될 수도 있으므로 임신부는 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
복부팽만·신물·식체·구토·설사 해소에 그만 … 젖말리는 효과도 탁월
엿기름은 소화기능을 도와주면서도 기운을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해서 복부팽만이나 신물 올라옴, 식체나 구토, 설사 등에도 효과가 있다. 젖을 말리는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부작용이 없어 양방에서 젖 말리기 위해 사용하던 팔로델을 맥아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재 팔로델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맥아는 산모는 물론 젖먹이에도 에게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의서인 ‘단계심법(丹溪心法)’은 젖을 말리는 방법에 대해 맥아 75g을 3~4등분해서 물에 개어서 먹이면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소양인에게는 이롭고, 소음인은 피하는 게 좋아 맥아는 곡식의 전분을 강력한 전분분해효소를 통해 분해시켜 당화한 것이다. 이런 특성을 잘 이용한 게 식혜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고 체했을 때 식혜를 먹이면 소화제로 작용한다. 육류에 체했을 때는 소화효과가 약해질 수 있으나 그래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사상의학에서는 맥아를 소양인에게 이로운 분류하고 있다. 소음인 체질은 많이 먹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맥아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면 대부분의 의서에서 임신부에게 복용을 금하고 있다.
노르스름하게 약간 볶고 빻아서 복용해야 효과적
약으로 복용할 때에는 엿기름을 솥안에서 노르스름하게 약간 볶은 다음 꺼내어 식히고 다시 빻아서 복용한다. 엿기름은 한번에 6~12g을 달여서 먹거나, 가루약 형태로 복용한다. 소화불량에는 엿기름을 가루내어 식후에 한 숟갈씩 복용하고, 아기가 젖을 먹고 체했을 때는 엿기름 볶은 것 한 줌에 물을 적당히 넣고 달여서 하루에 4~5회 먹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