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OX 채널 심슨네 가족들(The Simpsons) 캡처.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는 선망의 대상이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활동량은 감소하고 식사량은 넘쳐 ‘일부러’ 줄여야 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입버릇처럼 ‘다이어트 해야지’라고 말한다. 상당수 사람의 비만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수준을 넘어 혐오에 가깝다.
음식조절은 힘들고, 운동할 시간은 없어서 사람들은 결국 비만클리닉 등을 찾는다. 비만치료법으로는 경구식욕억제제부터 비만주사까지 메뉴판이 빡빡하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지방흡입수술’이다. 수술로 아예 지방자체를 걷어내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 1월, 전세계에서 절개과정이 있는 성형시술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지방흡입’(19.9%)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는 피부·제모시술이 제일 많았으며 지방흡입, 얼굴성형이 뒤를 이었다.
지방흡입술은 불만족스럽거나, 병적으로 비정상적인 비율로 축적된 피부밑 지방층을 음압이나 초음파를 이용해 제거해 몸매를 다듬는 시술이다. 1974년 이탈리아의 산부인과 의사 조르조 피스케르가 처음 개발했다. 복부에 조그만 절개구멍을 낸 뒤 흡입장치에 부착된 전기회전식 메스로 지방을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시술은 원래 복부수술을 쉽게 진행하기 위한 지방제거 목적으로 개발됐다. 종종 환자가 큰 출혈(blood loss)로 인해 고통받는 경우가 발생했다.
지방흡입술이 개발되고 4년 뒤, 프랑스 성형외과 의사인 이브 제라르 일루즈(Yves-Gerard Illouz)는 성형수술을 목적의 지방흡입을 시행했다. 그는 끝이 뭉툭한 캐뉼라를 도입해 합병증을 줄이고 회복시간을 단축했다. 이후 1980년대 초 미국에 도입됐지만 실패율이 높아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수술에 대한 연구는 계속됐고,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피부과 의사 제프리 클라인 박사가 ‘튜메슨트(tumescent) 마취법’을 개발해 실패율을 낮추게 된다. 튜메슨트 마취법은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lidocaine)과 혈관수축제인 에피네프린(epinephrine)을 섞은 혼합약물을 사용하는 기법으로, 출혈위험을 떨어뜨리고 전신마취 필요성을 줄였다.
지방흡입수술의 원리
지방흡입술은 크게 습윤액(수액) 사용 여부, 흡입방식에 따라 세분된다. 우선 방식에 따른 종류는 크게 ‘음압지방흡인술’(SAL, Suction-assisted lipoplasty), ‘동력지방흡인술’(PAL, Power-assisted lipoplasty), ‘초음파지방흡인술’(UAL, Ultrasound-assisted lipoplasty)로 나뉜다. 초음파 대신 레이저로 지방흡입을 촉진하는 ‘아큐스컬프’는 지방흡입술과 다른 일종의 ‘지방용해술’로 주로 얼굴살을 빼는데 활용된다.
음압지방흡인술은 진공펌프를 이용, 음압을 유발해 캐뉼라로 지방을 흡입하는 방법이다. 동력지방흡인술은 음압지방흡인술과 동일한 원리에 캐뉼러가 모터에 의해 자동으로 움직임으로써 지방이 쉽게 떨어져 나오도록 만든다. 시술자는 편리하지만 수기로 흡입하는 것보다 섬세하지 못할 수 있다. 기계적 진동을 이용하므로 빠른 시간 안에 지방량을 뽑아낼 수 있다.
초음파지방흡인술은 우선 초음파로 지방을 녹인 다음 음압을 이용해 흡입해낸다. 지방조직만 선택적으로 흡입해 다른 조직의 손상 및 출혈이 없지만 시술시 열이 발생해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우섭 중앙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수제품이 공산품보다 섬세하게 만들어지는 것처럼 지방흡입수술도 아무래도 의사가 직접 수기로 진행하는 게 더욱 매끈하고 정교한 수술 결과를 이뤄낼 수 있다”며 “수기 시술(음압지방흡인술)은 기계로 진행하는 수술(동력지방흡인술)에 비해 의사가 체력적으로 더 피곤함을 느끼고 수술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는 게 단점 아닌 단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기 시술은 의사의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지방흡입술의 부작용 중 하나인 피부가 울퉁불퉁해지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시술 부위를 매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액(습윤액)을 넣는 방법에 따라 크게 드라이(dry)·웨트(wet)·슈퍼웨트(super wet)·튜메슨트(tumescent) 등 4가지 방법으로도 나뉜다. 수액은 리도카인과 에피네프린을 희석한 용액이다.
김우섭 교수는 “지방흡입술을 할 때 수액을 넣는 이유는 출혈을 적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사의 선호도에 따라 수액량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수액이 피부밑 지방층에 침윤되면 피하지방층이 팽창돼 지방이 잘 떨어지고 캐뉼라가 쉽게 들어가 지방흡입을 용이하게 한다. 또 수술 중과 수술 후 국소마취 효과를 나타내는 역할도 담당한다.
김 교수는 “습윤용액 내의 혈관수축제의 영향과 습윤용액의 주입으로 혈관이 눌림으로써 출혈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간혹 수액에 들어가는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의 혈중농도가 올라가면서 두통, 졸음, 입 주변 감각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발작, 호흡저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드라이방식은 수액을 아예 주입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주입한다. 전신·척추마취로 이뤄지며 제거하는 지방의 밀도가 높고 부기가 적어 바로 체형변화를 예측할 수 있지만 통증이 심하고 출혈 위험이 높아 최근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웨트방식은 뽑아낼 예측지방량의 1배 미만의 수액을 주입한다. 수면마취를 이용하며 드라이방식 다음으로 부기가 적고 체형변화가 빠르다.
슈퍼웨트방식은 지방량의 1~2배의 수액을 주입한다. 수액이 많이 주입되는 만큼 의사의 시술이 편하고 출혈도 적다. 다만 부기가 오래가 체형변화를 바로 느낄 수 없는 게 단점이다.
튜메슨트 방식은 흡입할 지방량의 2~5배의 수액을 주입하며 수면마취로 이뤄진다. 집도의가 가장 편하게 시술할 수 있는 방식이다. 최근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으며, 부기가 가장 오래가고 체형변화가 늦은 게 단점이다. 다만 수액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 깊은 곳으로부터 지방을 균일하게 흡입하는 게 어려워 울퉁불퉁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서양인들은 굳이 수액을 많이 넣지 않아도 출혈 없이 지방을 많이 빼낼 수 있지만 동양인들은 서양인에 비해 출혈이 많아 지방을 많이 뽑아내는 게 어려워 수액을 많이 넣어야 그만큼 지방을 뽑아내는 게 쉬워진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는 환자의 상태와 의사와 선호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요즘엔 ‘수액없는 지방흡입수술’을 내세우는 병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액 여부와 수술 결과는 차이가 없다’는 해외논문은 서양인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인 만큼 아직까지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대체로 아시아인에게는 수액을 사용하는 방식이 적합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방흡입술은 피부 직하의 지방은 아주 가느다란 관으로, 심부 지방은 조금 더 굵은 캐뉼라를 이용해 조각하듯 흡입한다. 시술 부위와 흡입량에 따라 다르지만 복부, 엉덩이, 대퇴부를 시술할 경우 약 2시간이 걸린다. 얼굴·팔뚝 등 기타 작은 부위는 1시간 안팎으로 짧다. 시술 직후 수술 부위에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심하지는 않다. 심하면 진통제를 복용하면 되고, 3~5일이 경과하면서 호전된다.
수술 후 비대칭적인 또는 불규칙한 표면을 보정하거나, 환자가 추가적인 지방흡인술을 원하는 경우에는 조직이 완전히 치유되고 안정될 때까지 최소한 6개월간 기다린 후 시행하도록 한다.
요즘엔 일부 병원에서 지방흡입수술을 ‘고도비만환자’를 위한 의료행위로 홍보하는 추세다. 하지만 고도비만자에게 지방흡입술은 크게 효과가 없다는 게 대부분의 견해다. 지방흡입을 할 경우 복부 등 큰 부위에서도 많아야 2000~3000cc 정도밖에 뽑아내지 못한다. 몸무게로 치면 1~3㎏ 정도 빠지는 것에 불과하다.
김우섭 교수는 “지방흡입술은 사이즈·체형을 다듬는 몸매를 디자인하고 교정하는 수술이지 고도비만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며 “고도비만인 사람은 근본적인 다이어트를 시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초고도비만의 경우 위밴드수술, 위우회로수술 같은 비만외과수술이 적합하다.
즉 윤곽을 디자인하는 수술로서 전반적인 체중관리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의미다. 아무리 다이어트해도 특정 부위의 살이 빠지지 않거나, 특정 부위만 살이 쪄 ‘아쉬운’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시술인 것이다.
김 교수는 “내장비만이 심한 사람에게 복부 지방흡입은 효과가 적을 수 있다”며 “특히 음주가 잦은 남성에서 이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만큼 수술 전 여러가지 검사를 통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부가 얇거나 나이가 든 사람은 지방흡입수술 후 오히려 살이 처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지방흡입의 부작용으로는 감각 이상, 울퉁불퉁한 피부표면, 출혈, 혈청종(체내 혈장성분이 모여 덩어리를 이룸), 감염, 피부괴사, 체액불균형, 리도카인 독성,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지방색전증후군, 주요 장기 및 혈관 천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수술 부위의 일시적인 감각 저하는 정상이며 보통 1주일 안에 호전된다. 드물게 6주를 넘기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
지방흡입 후 울퉁불퉁해진 피부는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불균등하게 지방을 흡인하거나, 얕은 피부밑 지방층이 과도하게 흡입될 때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술이나 함몰 부위 지방이식 등을 시행한다. 2차 수술은 보통 6개월 뒤에 시행한다.
과도한 출혈은 부기와 멍을 오래가게 만들 뿐만 아니라 혈종, 수술후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쇼크까지 일어난다. 따라서 수술 전엔 환자의 출혈경향에 대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혈액검사로는 혈액응고검사, 전혈구측정을 시행한다. 수술 2주 전에는 출혈에 영향을 미치는 아스피린, 스테로이드, 항염증제, 항응고제 등의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 저혈압, 빈혈, 출혈질환이 있는 사람도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수술여부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