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부천세종병원 웰빙의학센터에서 심장 운동부하검사를 받고 있다.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겨울에는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위험이 높아진다. 돌연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은 상승한다. 혈관이 갑작스럽게 수축되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심장운동에 이상이 생기고 심한 경우 심장기능이 마비돼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혈액순환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가 3~4분 이상 지속되면 뇌기능이 마비돼 심장을 소생시켜도 식물인간이 된다.
돌연사는 고령층이 아닌 젊은 사람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35세 미만의 돌연사 중 67%는 심장 이상으로, 36%는 비후성 심근증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종류의 부정맥도 젊은 사람에서 돌연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도 피로감, 흉통, 호흡곤란 등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심장마비를 겪은 환자의 25% 정도는 이 같은 증상이 전혀 없었다. 이후 급성 증상이 시작돼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직전이나 1시간 전 부정맥, 호흡곤란, 저혈압 등이 나타난다.
박창규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돌연사는 1년에 인구 1000명당 1~2명(0.1~0.2%)꼴로 발생하고 남성에서의 발생률이 여성보다 4배 높다”며 “심장병을 앓던 환자의 50% 이상이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흉통, 호흡곤란, 피로함 등 전조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심장 전문의를 찾아 검사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의들은 갑작스러운 심장질환도 초기에 병원을 찾아 검사받으면 증상이 악화되거나 돌연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심장질환에 대한 진단검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심장질환에 대한 진단검사는 정맥이나 동맥내에 카테터를 삽입해 시행하는 ‘관혈적 검사(invasive test)’와 혈관내 기구를 삽입하지 않는 ‘비관혈적 검사(non invasive test)’로 구분된다.
관혈적 검사는 비관혈적 검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를 제공하고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가의 장비로 인해 검사료가 다소 비싸고, 진단에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며, 검사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심도자검사와 관상동맥조영술 등이 해당된다.
반면 비관혈적 검사는 검사과정이 간단하고 신체적 고통이 없어 환자의 부담이 적다. 비용도 관혈적 검사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불완전하고 간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종류로는 심전도검사, 심초음파검사, 핵의학검사, 운동부하검사 등이 있다.
심장 운동부하검사는 운동 중 나타나는 심장과 혈관의 생리학적 반응을 측정해 운동에 대한 안전성과 심혈관계질환 위험을 진단한다. 환자 가슴에 심전도 전극을, 팔에는 혈압계를 부착한 후 특정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런닝머신 위를 달리게 해 혈압, 심박동수, 심전도 등의 변화를 관찰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트레드밀(treadmill)은 일정한 속도와 경사에서 환자를 걷거나 가볍게 뛰게 한 후 심장 상태를 측정한다. 3분 간격으로 속도가 빨라지고 경사도 급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힘차게 뛰어야 한다.
자전거 에르고미터(bicycle ergometer)는 보행이 불편하고 정형외과적인 문제가 있어 트레드밀검사가 어려운 검진자에게 시행한다. 측정기구는 바닥에 고정된 자전거와 같은 모양으로 생겼으며, 바퀴 분당 회전수(rpm, revolution per minute)를 50~60으로 고정한 상태에서 페달을 밟아 운동능력을 측정한다. 고령자나 비만자도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지만 운동 범위가 하지에 국한되고 최대 부하가 낮게 나오는 단점이 있다.
이밖에 두 가지 검사를 모두 수행할 수 없는 하지장애자, 근육질환자, 말초혈관질환자 등에게는 암(arm) 에르고미터검사를 시행하지만 심장질환 검사와는 연관성이 없어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운동부하검사는 협심증과 부정맥을 진단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있는 환자에게 권장된다.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져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심장혈관이 70% 정도 좁아지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거나 모호할 수 있다. 협심증은 일반적인 심장 초음파검사로는 진단이 안될 가능성이 크므로 운동부하검사를 병행하는 게 좋다.
부정맥은 비정상적인 심장의 리듬으로 심장 전도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거나, 심장이 빨리 뛰거나, 너무 천천히 뛰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부정맥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정신을 갑자기 잃고 쓰러지는 ‘악성 부정맥’으로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 된다”며 “술을 먹을 때마다 심장이 뛰거나 소화가 안되고, 잠잘 때 코골이가 심하다면 부정맥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기치료와 자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병원을 찾아 심전도검사, 운동부하검사, 심초음파 등을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운동부하검사는 검사 3~4시간 전에는 공복 상태를 유지하고 특히 커피, 술, 담배 등은 피해야 한다. 검사엔 30~60분이 소요되며, 병원을 찾기 전 간편한 활동복과 양말을 챙기는 게 좋다.평소 수축기혈압이 200㎜Hg, 이완기혈압이 115㎜Hg가 넘는 사람은 운동부하검사를 받지 않는 게 좋다. 또 검사 중 혈압이 이들 수치를 넘어서면 즉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흉통 및 근육경련이 나타나거나 호흡곤란이 심해질 때에도 검사를 중단해야 한다.
운동부하검사만으로는 협심증 등의 진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심초음파검사를 병행하는 운동부하 심초음파가 많이 시행된다. 이 검사는 운동 전 촬영한 심초음파 이미지와 환자가 한계치까지 운동한 후의 초음파 이미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장 초음파검사는 인체에 무해한 초음파(2~12MHz)를 이용해 심장기능의 이상 여부, 심장내 압력, 판만의 움직임, 심방·심실의 크기와 상태, 혈류의 양과 속도, 심장의 구조와 기능 등을 실시간 관찰하는 것으로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검사기법이다. 심장에 보낸 초음파는 서로 다른 음향밀도를 가진 접촉부분을 지날 때 반사돼 변환기를 거쳐 그래프에 기록된다. 선천성 심장질환, 관상동맥질환, 심장판막질환, 혀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 심부전) 등 대부분의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데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정확도와 진단율도 높은 편이다. 가장 일반적인 경흉부 초음파, 경식도 초음파, 도부타민 부하 심초음파, 심근조영 심초음파, 3차원 심초음파 등 종류가 다양하다. 검사시간은 30~40분 정도 쇼요된다.
심전도검사 결과 이상소견이 있거나, 흉부 X-레이 촬영결과 심장의 비대가 관찰되거나, 누워있거나 잠잘 때 숨이 차거나, 평소 저혈압이나 고혈압이 있거나,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앓거나, 심혈관계질환 관련 약물을 장기복용하거나, 평소 담배·술 많이 하는 사람 등에게 심장초음파 검사가 권장된다.
경흉부 및 3차원 심초음파는 금식이나 특별한 전(前)처치가 필요하지 않다. 반면 비만이나 호흡기질환자에게 실시되는 경식도 심초음파의 경우 검사 6~8시간 전부터 금식해야 한다. 환자가 10㏄ 정도의 국소마취 약물을 삼키고 왼쪽으로 돌아 누우면 초음파기구가 달린 내시경을 식도를 통해 삽입,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검사한다. 기구가 삽입되는 과정에서 위내시경처럼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며, 검사시간은 20~30분이 소요된다. 환자가 식도 정맥류나 상부식도 질환 등을 갖고 있는 경우 경식도 심초음파를 실시할 수 없다.
도부타민(dobutamine)부하 초음파는 도부타민이라는 강심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동안 심장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심장벽 운동에 이상이 있는지를 관찰한다.
심장 초음파검사는 비관혈적 방법으로서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심장을 관찰하고 심장의 해부학적 구조·기능 및 심장질환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몇 번이고 반복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초음파는 공기, 지방, 뼈 등은 잘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만환자나 폐질환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검사비용은 병원에 따라 15만~25만원선으로, 심장질환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초음파검사가 보험 적용돼 기존 비용의 4분의 1만 부담하면 된다.
심전도검사는 심장에 대한 검사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정확도가 높고 비관혈적이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예전부터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심박동과 관련된 전기적 변화를 신체 표면에서 측정해 그림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부정맥이나 심근경색 등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며, 종류로는 표준 12유도 심전도와 활동 중 심전도(홀터 심전도)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실시되는 표준 12유도 심전도는 침대에 편히 누운 상태에서 양쪽 손목 및 발목, 가슴 등에 6개의 전극을 부착한 후 나타나는 전기·생리학적 변화를 그래프에 기록한다. 검사시간이 2~3분에 불과하고 심장 전기의 발생 및 전달과정에서의 이상, 심장의 구조적·생리적 이상 등을 간편하게 확인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검사시간이 짧고 1회성이다보니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부정맥 등은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일반 심전도 검사비용은 2만원선이다.
24시간 홀터(HOLTER)검사는 환자가 하루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소형의 레코드를 통해 심전도의 변화를 기록 및 저장하는 방법이다. 표준 12유도 심전도로는 진단할 수 없었던 허혈성 심장질환, 가끔씩 나타나는 부정맥, 원인모를 가슴 두근거림 등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또 어지럼증이나 실신의 원인을 찾고, 항부정맥 치료효과를 평가하며,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퇴원 후 급사 위험을 판정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루 동안 가슴에 전극을 부착하고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전극이 떨어지거나 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에 빠지면 기기가 오작동하거나 망가질 수 있다.
심장 핵의학검사(SPECT)는 관류스캔으로도 불리며 관상동맥이 좁아진 경우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 피가 부족한 심근 범위와 동맥이 좁아진 부위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정맥주사로 팔에 소량의 방사선물질을 주입하면 심근에 도달하는 혈액순환의 정도에 따라 방사선물질이 축적된다. 이 방사선물질의 분포상태를 감마 카메라로 촬영해 심근에서의 혈액 순환상태를 진단한다. 안정된 상태에서는 혈액순환이 정상인 부위와 이상이 있는 부위를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을 시키거나 약물을 투여해 심장에 부하를 준 후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공복 상태에서 시행하며 검사엔 2~4시간이 소요된다.
심도자검사는 임상적으로 심혈관기능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검사 중 하나로 대퇴정맥과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해 심장의 심방, 심실, 판막, 관상동맥, 대동맥 등에 대한 진단적 정보를 얻는다. 또 혈액의 산소 및 이산화탄소 포화도를 측정하고 검사 중 심혈관 X-레이를 촬영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초음파검사가 대중화되면서 판막질환 진단을 목적으로 심도자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드물며, 풍선수술 등 치료 목적으로 주로 사용된다. 비관혈적검사로 심장질환의 진단이 어려울 때 시행하기도 한다.
관상동맥조영술(coronary angiography, CAG)은 풍선이 달린 도자(관)를 대퇴동맥과 요골동맥을 통해 관상동맥에 삽입하고 조영제를 주사한 후 여러 각도에서 관상동맥의 해부학적 모양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진단기법이다. 관상동맥의 협착 유무와 정도를 직접 관찰할 수 있어 협심증이나 허혈성 심장질환의 원인을 파악하고 내과적 약물치료,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관상동맥우회로이식술 중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 지 결정하는 데 근거를 제공한다. 검사 중 이상소견이 발견될 경우 중재술이나 우회술로 이어진다.
검사 6~8시간 전부터 금식해야 하며, 당뇨병 환자는 검사 당일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 복용을 피해야 한다. 와파린 등 항응고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는 검사 4∼6일 전부터 투여를 중지해야 하며, 항응고제 사용이 필요하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정맥투여제제로 변경한다.
도관을 피부를 통해 혈관으로 넣는 침습적인 검사지만 비교적 안전성이 높다. 매우 낮은 확률로 검사 중 심근경색·뇌졸중·심한 서맥, 검사 후 발진·두드러기·구토·두통·저혈압·발열·경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검사시간은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최근에는 관상동맥조영술과 기존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의 단점을 개선한 3차원 입체 영상촬영 장치를 도입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64채널 3차원 볼륨 CT’는 1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심장과 혈관의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입원, 도자 삽입, 조영제 주사 등의 과정이 없다. 기존 CT에 비해 왜곡이 거의 없고 영상도 정확해져 진단율이 95%에 달한다. 이 때문에 혈관 협착 정도나 심장구조를 정확히 확인함으로써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을 조기진단할 수 있다.
또 관상동맥조영술은 관상동맥의 석회화 정도를 정량화된 수치로 확인해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미리 판단할 수 있다. 김양민 부천세종병원 진단방사선과장은 “40대 이상 성인은 평소 정기검진을 받아 자신의 심장건강 상태를 알고 있는 게 좋다”며 “특히 심장병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스스로 위험하다고 느낀다면 128채널 CT검사로 자신의 심장과 혈관 상태를 확인해 혈관협착 여부나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보편화된 버전은 64채널 볼륨 CT로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17만원선이다. 요즘에는 64채널보다 발전된 128채널, 256채널 제품도 도입됐다. 채널 수가 높을수록 다양한 각도에서 짧은 시간에 입체적인 영상을 얻을 수 있으나 방사선 피폭량도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다만 각 의료기기 회사들은 채널 수를 높이면서도 피폭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을 적극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