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작과 함께 전국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22~28일간 발생한 인플루엔자(유행성 독감) 환자가 1000명당 15.3명으로 유행 기준인 12.1명을 초과해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3일 밝혔다. 1000명당 연령별 인플루엔자 환자는 7~18세군 28.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65세 이상군이 4.8명으로 가장 적었다. 바이러스 종류로는 B형이 총 100건 중 83건으로 가장 많았다.
유행성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질환으로 오한, 마른기침,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는 몸살 등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1주일 이내에 회복되지만 면역력이 낮은 노인이나 만성 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바이러스 항원형에 따라 A·B·C형으로 분류되며, 이 중 A형이 항원변이를 가장 잘 일으킨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의 90% 정도가 A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B형은 소규모 유행만을 일으킨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A형은 보통 10~40년을 주기로 전세계적인 유행이 발생하는데 1918년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 1977년 러시아독감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유행 시기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로 이 때 성인의 10~20%, 학생의 30% 이상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이 있는 가족 구성원은 없는 가족보다 독감에 걸릴 확률이 2배 정도 높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에 포함된 분비물에 직·간접적으로 접촉할 때 전염된다. 이 때문에 유치원, 학교, 버스, 전철, 백화점 등 사람이 많은 곳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 1~4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고열, 오한, 근육통, 기침, 콧물, 인후통 등이 나타나며 보통 39도 이상의 고열이 3∼5일간 지속되다가 체온이 떨어지면서 다른 전신증상이 함께 없어진다. 그러나 기침이나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은 2주 정도 지속된다.
독감은 합병증으로 인한 2차 질환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라이(Reye)증후군’은 감기나 수두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린이·청소년에서 종종 발생하는 질환으로 구토, 경련, 혼수상태, 간기능장애 등 증상이 나타나며 사망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위험하다.
독감으로 인한 폐렴은 심혈관계 질환자, 노약자, 임산부에서 자주 발생하며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악화될 경우 사망률이 50%까지 높아진다.
독감에 걸린 후 △증상이 3주 이상 호전되지 않고 열이 없어지지 않는다 △코 주위가 아프고 코에서 냄새나는 누런 이물질이 나온다 △가슴통증이 심해 숨쉬기가 곤란하고 각혈을 한다 △귀가 아프고 평소보다 많은 귀지가 나온다 △기침과 39도 이상 고열이 4일 이상 지속된다 △목이 한달 이상 쉰다 등에 해당된다면 합병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독감은 완벽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와 합병증 예방에 주력하게 된다.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적절한 운동과 균형잡힌 식단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 다녀오면 반드시 양치질을 하고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장소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바이러스는 씻지 않은 손에서 5분 정도 생존하며 물과 비누로 20∼30초 동안 꼼꼼히 씻을 경우 90% 제거된다.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손 세정제를 사용하면 100%에 가깝게 박멸할 수 있다.
옷, 이불, 손수건, 책자 등 부드러운 물체의 표면에서는 12시간까지 생존한다. 그러나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양의 생존시간은 12분에 불과하다.
한 번 사용한 마스크에는 수 시간 생존할 수 있다. 햇볕에 10시간 이상 건조시켜야 멸균효과를 볼 수 있다. 사람의 손이 자주 닿는 문고리나 대중교통의 손잡이 등에서는 2~8시간 생존하기 때문에 이 경로를 통한 감염 사례가 많은 편이다.
평소 자주 만질 수밖에 없는 지폐는 바이러스의 주요 전염 경로다. 바이러스를 지폐에 묻힌 후 생존기간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수 시간내에 사라졌지만 일부는 2주간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이러스를 침, 콧물, 눈물 등 체액에 섞어 지폐에 묻히는 경우 최대 17일까지 생존했다.
독감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신에 포함된 균주와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향림 서울시 북부병원 내과장은 “백신에 포함된 균주와 유행 균주가 어느 정도 일치할 경우 독감의 70~90%를 예방하고, 독감 합병증에 의한 사망률을 최대 80% 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백신은 주원료인 독감 바이러스의 형태 및 생산방식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불활화사(死)백신은 독감 바이러스가 특정약품으로 처리돼 활동할 수 없게 조제된다. 대부분의 백신이 해당되며, 연령에 맞는 적정량을 근육주사로 접종하게 된다.
반면 코에 직접 스프레이 형태로 분사하는 약독화생(生)백신은 바이러스가 활동성을 갖고 있다. 실제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와 경로로 몸에 들어오기 때문에 몸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이 실제 감염에 의한 반응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불활화사백신보다 높은 면역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백신에 사용되는 바이러스는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만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면역반응만 유도할 뿐 자체적으로는 증식하지 못해 사멸한다.
독감 예방접종은 매년 9~11월 중에 하는 게 좋다. 접종 2주 후 항체가 생기고 6개월간 효력이 지속된다. 6개월 이상 소아 및 성인 중 심혈관계 만성질환자, 호흡기질환자, 65세 이상 노인, 암·당뇨병·에이즈 등 대사질환자 및 면역질환자 등은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5세 이하 유아 및 어린이도 독감백신을 맞아야 한다.
김세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모든 질환이 그렇듯 독감도 발병 후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충분한 수면, 균형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생활리듬을 유지하고 과로·과음·흡연을 피해 몸의 저항력을 높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