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되새기는 신년다짐에 빠지지 않는 게 다이어트다. 요즘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건강이든 미용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뱃살을 빼려고 안간힘을 쓴다. 두둑한 뱃살 때문에 유행하는 타이트한 옷은커녕 남들에겐 넉넉한 옷이라도 내가 입으면 뱃살이 이중 삼중으로 겹쳐 적잖이 스트레스 받는다.
비만은 미용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 가운데 복부비만은 가장 위험한 형태로 만성질환을 유발한다. 최근 몸무게는 정상이라도 배꼽 위를 기준으로 잰 허리둘레가 남성은 36인치(90㎝), 여성의 경우 34인치(85㎝) 이상으로 복부비만에 해당한다면 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리둘레만 비만인 사람은 당뇨병·고혈압·고중성지방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발병 위험도가 각각 정상인의 2.1배, 1.4배, 1.7배, 1.2배 이상 높았다. 이런 ‘올챙이형’ 비만은 남성은 40대부터, 여성은 폐경기를 지난 50~60대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올챙이형 비만은 평소 운동이 부족하거나 식사의 균형이 맞지 않는 않거나 무분별한 다이어트가 원인이 돼 나타나기 쉽다”며 “비만을 해소하고 만성질환을 예방하려면 체중뿐만 아니라 허리둘레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복부비만은 다른 부분비만에 비해 생활습관이 결정하는 부분이 크다. 생활습관이란 다른 게 아니라 ‘먹고 움직이는’ 습관을 의미한다. 당연히 하루에 섭취하는 에너지보다 소비하는 열량을 늘리면 복부비만을 예방 및 해소할 수 있다. 여기에 운동을 병행하면 복부비만은커녕 복근까지 새기는 게 가능하다.
활동량 적은 경우, 가벼운 신체활동도 운동효과 있다
꼭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헉헉거리면서 운동해야만 살이 빠지는 게 아니다. 예전엔 노동과 운동을 구분했지만 요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사활동만 열심히 해도 칼로리 소모량이 늘어나 복부지방 제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대학스포츠의학회(ACSM)에서는 가드닝(정원관리)도 분명 운동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생각해보면 집에서는 푹 퍼져있기 마련이다.
ACSM은 이밖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아이들 혹은 반려동물과 산책하기 △직장 휴식시간에 커피타임을 갖는 대신 틈틈이 스트레칭하기 △진공청소기 등 자동화기계 사용 줄이기(빗자루나 걸레로 쓸고 닦기) △사무실에 운동화를 두고 언제든지 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이동할 때에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등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활동량을 150분만 늘려도 심장병, 당뇨병 등 만성질환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고, 300분으로 늘리면 발병 위험성은 더욱 줄어든다.
조성연 하늘병원장(스포츠의학 전문의)은 “꼭 운동으로 보기 어려운 가벼운 신체활동도 비만해소, 신체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집중력향상, 뇌활동 활성화, 치매·우울증 예방 등에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가벼운 신체활동보다 효과적인 게 찬공기 맞으며 실시하는 실외운동
겨울철은 어쩌면 여름철보다 ‘살빼기 수월한’ 계절일 수 있다. 물론 추운 날씨에 전기장판 속에 들어가게 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하는 칼로리소모량이 떨어져 살찌기도 쉽다. 하지만 이럴 때 운동하면 비만 해소에 더욱 효과적이다.
조성연 원장은 “여름철에는 근육이 처지고 습도가 높아 운동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겨울철에 비해 근비축력이 떨어진다”며 “동일한 강도로 운동했을 때 여름에 비해 겨울철에는 근육 수축력이 높아 지방을 태우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조 원장은 “겨울철엔 근육이 딱딱해져있고 강직된 상태가 유지돼 여름에 비해 수축력이 좋아 동일한 강도로 운동했을 때 효과가 높은 만큼 부상위험도 커진다”며 “인대가 찢어지거나 근손상이 유발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철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칭”이라며 “운동 전 스트레칭만 잘 해도 부상을 막을 수 있는데, 여름에 20분 스트레칭했다면 겨울철엔 30분 정도로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다만 협심증, 심근경색, 고혈압, 뇌졸중 등을 앓았거나 발병위험이 높은 사람은 가급적 실외운동을 삼가고,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시간대를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갈색지방세포 자극해 지방 태우는 담즙산 부족 … 도토리묵, 식초, 유산균음료 마시기
담즙산(膽汁酸, bile acid)은 쓸개즙의 주요 성분으로 음식물의 소화 및 소화산물, 특히 지방·카로티노이드·비타민의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갈색지방세포(brown fat cell)를 자극해 쌓여있는 지방을 태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혈관에 끼는 지방과 함께 복부지방을 제거할 수 있다.
지방세포는 백색·갈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백색지방세포(white adipose tissue)는 인체의 연료저장고 역할을 하며 피하나 장기 주위 등에 고루 퍼져 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지방의 분해 및 합성은 호르몬의 조절을 받는다.
‘좋은 지방’인 갈색지방세포는 나쁜 지방을 산화시켜 비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갓 태어난 아기는 갈색지방세포가 백색지방세포보다 많다. 이는 목, 신장, 부신, 복부에많이 분포돼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세포수가 감소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백색지방세포가 연료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데 비해 갈색지방세포는 열을 생산하는 기능을 한다. 갈색 지방에서 지방의 가수분해로 생성된 지방산은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 열을 생산하기 위해 쓰인다는 점에서 백색지방세포와 비교된다.
따라서 갈색지방세포가 자극되면 지방분해효과가 일어나 허리둘레 감소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 담즙산이 풍부한 음식이 도움이 되는데 도토리묵, 유산균 음료, 식초가 대표적이다. 담즙산은 기본적으로 체내에서 생산되지만 생산량이 부족하면 인위적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다.
도토리묵은 89%가 수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체중감소에 효과적이다. 도토리에 함유된 탄닌은 담즙산과 결합해 담즙산의 재흡수를 방해한다. 담즙산의 배설이 증가되면 몸 속 콜레스테롤 흡수가 줄어들어 혈중 농도도 떨어진다.
하루에 식초를 15㏄정도 마시거나 유산균 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초에 함유된 초산이 갈색지방세포를 자극, 간에 축적된 과잉지방을 태운다. 유산균은 끊임없이 초산을 만들어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습관적으로 유산균음료나 식품을 섭취하는 게 효과적이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감식초 등 초음료는 산성으로 위산분비가 잘 되지 않아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에게 펩신이라는 효소가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 소화흡수를 수월하게 한다”며 “항산화성분이 많이 함유돼 몸에 흡수되면 항산화·노화방지 측면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이어트 목적이라면 하루 식후 한잔 정도가 무난한데, 초음료는 너무 자주 혹은 많이 마시면 속이 쓰리는 등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노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뱃살’ 막으려면 웨이트트레이닝 습관 들여라
젊은 사람이 복부비만을 가졌을 때에는 먹는 양을 줄이면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나이든 사람에게 피할 수 없는 노화과정의 하나다. 나이가 들면 팔?다리는 가늘어지는데 뱃살은 늘어나게 된다. 이는 갱년기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성장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이 호르몬은 성장기에만 분비되는 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 꾸준히 분비되는데 다만 나이가 들수록 분비량이 줄어들어 복부비만 근력저하 정욕감퇴 등을 초래하게 된다.
성장호르몬은 20대 이후부터 10년마다 14.4%씩 감소해 60대 이후에는 20대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이 호르몬은 성장기에 뼈·근육의 성장을 돕고 성장이 끝난 성인에게서는 근육량을 유지하고 지방이 사지말단으로 고루 뻗도록 한다. 나이 들수록 성장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에 지방이 사지말단으로 골고루 미치지 못해 배부터 지방이 집중적으로 쌓여 결국 ‘거미체형’으로 변한다.
성장호르몬뿐만 아니라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 분비의 감소도 복부비만의 주범이다.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30세부터 점점 줄기 시작해 40~50대 전후로 폐경을 맞으면 아예 여성호르몬분비 자체가 중단되고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폐경을 맞은 후 1년에 체중이 0.8kg 정도 저절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기에는 체지방 분포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젊은 시절 엉덩이와 허벅지에 주로 쌓였던 지방은 폐경 후 복부로 이동하게 된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 허벅지는 가늘어지고 뱃살은 저절로 늘어난다. 특히 복부내장지방이 늘어나 폐경 후 여성은 몸무게가 같더라도 폐경 이전에 비해 복부 내장지방 비율이 훨씬 높아진다.
남녀 할 것 없이 노화로 인한 뱃살을 예방하려면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일컫는 운동은 걷기 등 유산소운동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근력을 키워 복부의 힘을 증가시키면 뱃살이 탄력 없이 처지고 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조성연 원장은 “젊은이들의 비만은 근육은 보존되면서도 지방량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노인층은 근육량은 줄어들고 지방은 늘어나 복부비만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들은 살을 뺀다고 하면 유산소운동만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근육량이 많아 기초대사량이 높아야 신체 칼로리 소모량이 높아져 지방을 태우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층이 되면 점점 근육량이 줄어들되 지방량이 쌓이는 것은 변하지 않아 근력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이 필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