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방송국의 인기 드라마 ‘마이크앤몰리’의 주인공 마이크가 양압기를 착용하고 잠자리에 든 모습
코골이는 이혼 사유로 인정될 만큼 강력하다. 코고는 사람 옆에서 함께 자는 사람은 괴롭기 짝이 없고, 막상 코를 곤 사람도 괜히 민망하고 겸연쩍다. 미국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도 대단한 코골이로 악명 높다. 심지어 전 부인 케이티 홈즈는 그의 심한 코골이 때문에 한 방에서 잠을 자는 것을 거부한다는 소문이 일기도 했다. 크루즈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코고는 소리가 전혀 새 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방음이 된 ‘코골이방’에서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코를 고는 톰 크루즈가 소파에서 자는 것을 막고 서로의 잠은 방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지어졌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미국에서는 침실 옆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지어지는 코골이방이 꽤 인기를 끌었다. 미국 몇몇 주택회사는 코골이방을 마련한 집을 짓는다. 그렇다고 집값이 비싼 것은 아니다. 옷장이나 차고(garage) 면적을 조금 줄이면 얼마든지 공간이 생긴다.
방까지 따로 만들 정도로 강력한 코골이는 대표적인 수면장애 중 하나지만 막상 질병이라기보다 ‘소음’ 정도로 인식되는 게 대부분이다. 코골이는 자는 도중 호흡기류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이완된 연구개와 구개수(목젖) 등 주위 구조물에 진동을 일으켜 발생되는 호흡 잡음이다.
성인 10명 중 3~4명 꼴로 나타나는 흔한 질환으로 무심코 넘기기 쉽다. 비만으로 인해 목 부위에 지방이 축적되거나 혀·편도 등 조직이 비대한 경우에도 목 안의 공간이 좁아져 코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턱이 비정상적으로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사람에게도 흔하다. 여성은 폐경기에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없던 코골이가 생기기도 한다.
김현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만에다 목둘레가 43㎝를 넘고 체질량지수가 25이상이면 코골이가 쉽게 생긴다”며 “살이 쪄 목에 지방이 많이 축적되면 호흡이 이뤄지는 숨길인 상기도가 좁아지는데다 목에 지방층이 두터워질 경우 공기를 흡입할 때 기도가 버티는 힘이 떨어져 기도가 더 좁아진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OSA)’이 동반될 때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다가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숨소리가 점점 약해지면서 들리지 않다가 불현듯 ‘푸~’하고 내뱉는 소리가 난다. 일정한 숨소리 대신 ‘컥컥’ 거리는 것도 수면무호흡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남편이나 아내가 코를 심하게 골면 이런 증상이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장인 백 모씨(29)는 신혼생활을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은 새댁이다. 하지만 매일 밤 잠자리에 드는 게 어쩐지 민망하다. 최근 승진하면서 업무량이 늘어난데다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실 일이 많아진 탓인지 급격히 살이 찌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야근이 적은 남편은 최근 백 씨가 ‘코를 심하게 곤다’며 놀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피곤해서 안쓰럽다”며 걱정하던 남편이 코고는 소리까지 흉내내는 지경에 이르러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백씨는 각방을 쓸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특히 술을 마신 날, 남편은 “오늘은 더 드르렁드르렁 하겠네”하며 더욱 짓궂게 놀리는 데 이미 이골이 났다.
백 씨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코를 고는데 필요한 조건을 갖춘 상태다. 미국 수면 전문의 로자린느 카트라이트 박사는 “똑바로 누워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 과체중인 사람,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코골이에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카트라이트 박사는 “코로 숨쉬는 게 입으로 호흡하는 것보다 소리도 작고 건강한 호흡법”이라며 “입을 벌리고 자는 것은 부비동염으로 코가 충혈돼 있거나 폴립 또는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녁에 술을 마시면 코골이가 10배나 심해지는데, 술을 마시면 근육이 이완돼 목구멍이 더욱 열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코올은 인후두부 근육을 이완시켜 공기의 통로를 막아 코골이를 유발한다. 이밖에 진정제나 수면제, 항히스타민제 등의 약물은 호흡을 느리고 얕게 하며 평상시보다 인후두부 주위 근육들을 이완시키므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삼간다.
카트라이트 박사가 강조한 것은 ‘비만’이다. 그는 “잘 알려져 있듯 목이 굵을수록 코골이는 심해지므로 체중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수면무호흡증, 코골이를 치료할 때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는 게 체중감량이다. 과체중을 가진 사람이 코를 골 경우 자신의 체중의 약 10%만 감소해도 수면무호흡 횟수가 상당히 줄어든다.
카트라이트 박사는 또 코골이가 심한 배우자가 치료를 결심했다면 적극 지지하는 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놀리면 치료가 되는 게 아니라 서로 스트레스만 받게 될 뿐이다.
미국 시카고 러시대 메디컬센터가 코골이가 심한 수면무호흡으로 진단받은 남성 10명과 그들의 아내를 대상으로 2주 동안 잠잘 때 양압기를 착용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남성들이 배우자와 다른 방에서 잠을 잘 때에는 잠자는 시간의 43% 동안만 장치를 착용한 반면 배우자와 잠자리를 함께 할 때는 약 74% 동안 착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 연구로 배우자가 코를 고는 게 결혼생활을 어렵게 한다고 말할 필요가 없어졌고, 오히려 부부가 함께 교육 및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미국임상수면약학저널’(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게재된 바 있다.
코골이는 단순 스트레스를 주는 소음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심혈관계질환을 발생시키기도 해 문제가 된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해 경각심이 필요하다.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가볍게는 만성피로나 두통이 지속되고, 심하거나 오래 방치하면 심혈관계질환·뇌출혈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임신 중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을 겪는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정상 임신부에 비해 2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현직 교수는 “코를 심하게 골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집중력·학업·업무 수행력이 떨어지고, 수면 중에 자주 깨어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며, 혈압이 높아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무호흡이 동반되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심하면 고혈압·심부전증·부정맥과 같은 심혈관질환과 당뇨병·뇌졸중 등 내분비질환 및 뇌혈관질환, 발기부전 등 비뇨기질환 발생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수술적 치료, 구강내 장치 및 양압기 착용, 생활교정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므로 자기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수술 전 병원에 하루 동안 입원해 자신의 상태를 체크받는다. 이를 ‘수면다원검사’라고 한다. 특수장치를 이용해 수면 중 무호흡의 정도, 원인, 맥박·혈중 산소농도의 변화, 뇌파각성 정도를 측정한다.
아직 국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대략 60만~8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수면다원검사 후 생각보다 수술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자세 교정용 베개를 사용하거나 수면 시 착용하는 구강내 장치·양압기를 이용한 치료를 받게 된다.
코골이수술은 연구개와 목젖을 고주파 치료기로 줄여 기도를 넓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방법도 코골이가 심하지 않고 기도의 구조가 수술에 적합할 때에만 적용될 수 있다. 간혹 재발하기도 한다.
심한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는 마스크에 공기를 불어넣는 양압기를 코에 쓰고 자는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기도가 막히는 것을 방지해주지만 매번 잘 때마다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치료와 동시에 생활 속에서 사소한 습관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잠잘 때 자세를 바꿔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코골이는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더 심해지는데, 목젖이나 편도·혀의 뒷부위가 기도의 뒤쪽을 압박해서다. 가급적 옆으로 눕거나 엎드려 자는 방향으로 자세를 바꿔본다.
특히 태어난 지 6개월~7살 아이들이 코를 곤다면 빠른 치료가 절실하다. 아이들 중 10% 정도가 코를 골고 이 가운데 20%가 소아 수면무호흡증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존재한다. 아이에게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면 성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밤에 푹 잠들지 못하니 쉽게 짜증을 내는 등 성격형성에 악영향을 준다. 코골이로 인해 전두엽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고 이산화탄소가 늘면 뇌의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코골이 증상을 가진 아이들은 침대 밖으로 얼굴을 내밀거나 자면서 엉덩이를 위로 드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자다가 뒤척거리는 증상이 반복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호르몬은 밤 10시~새벽 2시 사이 자는 동안 가장 많이 분비된다. 이는 키가 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에게 수면장애가 있다면 키가 크지 않거나 점점 마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코골이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분명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점점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