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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재활물리치료도 ‘아웃도어 시대’로 가야 한다
  • 안명환 러스크병원 재활치료부장
  • 등록 2013-12-19 14:30:20
  • 수정 2014-01-07 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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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실내 훈련만으로는 환자 불만 … 실외활동으로 삶의 활력, 인지능력 개선효과 극대화해야

안명환 러스크병원 재활치료부장(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오랫동안 필자가 근무하는 러스크병원에서 환자재활에 참여하다보니 환자나 보호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주로 뇌졸중으로 인한 성인 편마비환자가 많다. 뇌경색 부위와 범위에 따라 마비 정도 및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게 된다.
 
환자들이 병원 측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더욱 직접적인 치료목표는 혼자 스스로 서고 걷는 것이다. 3차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마쳤다면 그 다음은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위해 재활전문병원에 입원하는 게 수순이다. 자연회복이든,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든 불완전한 형태라도 서고 걷게 되면 환자는 다시금 희망을 싹틔우고 치료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된다.
 
의료진의 노력과 재활치료사의 전문적인 치료, 보호자의 정성으로 환자는 나날이 조금씩이라도 좋아지고 이는 치료사들에게 가장 큰 보람으로 남아 치료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
실제로 얼마 전 치료를 맡은 모 방송국 PD 출신의 환자는 오른쪽 편마비와 함께 심한 언어장애를 겪었지만 치료시작 6개월 만에 다시 걷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환자는 치료 성과와는 달리 의외로 우울했다. 상담을 하다보니 처음에는 그렇게 걷고 싶었지만 정작 걷게 되니 앞으로의 생활에 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병원생활에 상당히 지쳐있었고 과거 직업활동과 전성기 자신을 돌이켜보니 현재의 자신이 초라하고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에 필자는 환자에게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것의 목록을 적어오라고 숙제를 내줬다. 원예, 야구장 가기, 초등학교 동창과 식사하기, 방송원고 봐주기 등등…. 며칠간 계속해서 목록을 늘리다보니 40건에 달하는 일종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의 목록)가 작성됐다. 환자도 스스로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환자와 처음으로 산책을 나설 때에는 비록 지팡이(Cane)에 의지했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량의 소음에 순간 긴장하기도 했다. 약 20분간의 걷기와 외부환경 적응하기를 마치고 병원 문을 들어설 때 환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는 병원에만 있을 때 한없이 무기력하다 느꼈는데, 세상에 나와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니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또다른 사례로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분당 탄천 파크골프장과 동탄 파크골프장으로 인솔해 파크골프를 즐긴 것이 기억에 남는다. 휠체어로 이동하며 부축해서 일어서는 게 가능한 사람부터 스스로 조금씩 걷기를 유도했다. 많은 환자들이 파크골프게임을 통해 다시 삶을 느끼게 됐다.

최근 ‘아웃도어 열풍’으로 야외활동과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했고, 이에 편승해 톱스타 연예인 광고모델이 기능성 옷과 신발을 연일 TV에 소개하고 있다.
재활도 이제 ‘아웃도어 시대’다. 즉 답답한 실내공간에서 물리치료를 받는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 게임, 놀이, 걷기 등을 통해 재활치료에 나섬으로써 더 큰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추신경계질환으로 초래된 마비장애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의 답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인지장애나 정서적 결함 등 눈에 보이지 않게 동반되는 문제도 많다.
뇌의 전두엽은 주로 인지기능을 담당하는데 이를 대폭 개선하려면 다양한 과제를 처리하는 능력, 운동능력을 훈련시켜야 한다. 이 때 자연환경에서 흥미로운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해야 개선 효과가 극대화된다.
오래전부터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아웃도어재활’, 즉 병원외부 재활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서는 건강보험 재정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제부터라도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풀어나가야 할 때다. 재활치료의 첫 단계이자 중요한 관문은 기존의 전문적인 재활치료인 게 맞지만, 중장기적인 재활치료 발전과정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아웃도어환경에서의 재활치료가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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