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 모씨(32)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 양 모씨(32)의 최근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임신 중 살이 찐다고 투덜대던 친구가 6개월 만에 살이 쪽 빠진 채 약속 장소에 나온 것이다. 김 씨는 다시 처녀 적 몸매로 돌아온 비결에 대해 물었고, 고액의 전문적인 관리를 받은 게 아니냐며 양 씨를 다그쳤다.
모유수유를 하면 하루에 약 500㎉가 소모된다. 여성의 1일 섭취 권장 열량을 1800~2100㎉로 봤을 때 4분의 1이나 된다. 유산소운동으로 치면 30~60분 운동하는 것과 맞먹는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진은 모유수유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허리둘레가 2.6인치(6.6㎝) 더 작고 복부지방은 41% 적다는 연구결과를 미국심장학회에 보고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워킹맘들이 ‘가장 빨리 원래 몸매로 복귀하는 다이어트법’으로 모유수유를 꼽는다. 미국 abc 방송국의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도 자신의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5살 정도된 아들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들이 모유수유를 거부하자 ‘이제 다시 헬스클럽에 가서 뛰어야 하잖아’라며 화를 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국내서도 방송인 장영란 씨가 모유수유를 산후 다이어트 비법으로 꼽기도 했다.
어느 정도 칼로리를 제한하고 격한 운동이 동반되는 산후 다이어트는 대개 출산 후 6주 이후부터 실시하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모유수유의 이상적 시기는 아기 출생 직후부터다. 모유는 출산 후 첫 24시간 내에 100㎖ 이하로 소량 분비된다. 아기가 모유를 지속적으로 젖을 빨면 4~5일 후에는 약 500~750㎖로 늘어난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출산 후 약 7일간 나오는 초유는 1ℓ 당 580㎉로 탄수화물 53g, 단백질 37g, 지방 29g으로 이뤄져있고 면역물질이 많다”며 “초유는 색깔이 진하고 면역성분이 많아 아이에게 먹이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초유가 아닌 보통 모유는 1ℓ 당 700㎉로 탄수화물 74g, 단백질 13g, 지방이 42g이다. 두 돌까지 아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영양공급원은 모유로, 이후에는 모유만으로 영양공급이 충분치 않으므로 이유식을 병행하면 된다.
김미경 원장은 “모유의 칼로리는 지방 성분이 좌우하는데 식단이나 몸 상태에 따라서 하루에 2g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하루에 500㎉나 더 소모된다고 해서 운동에 신경쓰지 않거나 음식을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산후비만은 실제 산모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출산 직후 몸무게는 아기 체중, 양수, 태반 무게가 빠져 임신기간 중 찐 몸무게의 4~5㎏ 정도가 빠지는 게 일반적이다. 예전의 몸매를 되찾으려면 조금 더 감량할 수밖에 없다.
모유수유 다이어트가 된다는 말에 일각에서는 ‘젖몸살로 인한 부분도 크지 않겠냐’는 말도 있다. 젖몸살은 아이가 젖을 먹은 뒤 남은 모유를 짜내 유방을 비워 두지 않을 경우 유방 속에 젖이 많이 불어 가슴이 붓고 통증이나 고열이 심해지는 것을 말한다. 산모가 모유수유를 포기하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젖몸살을 자주 겪는 게 아니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미경 원장은 “젖몸살은 힘들긴 하지만 수유 기간 중 한두번 겪는 게 고작이고 치료하면 24시간 이내에 좋아진다”며 “고열과 몸살로 인해 칼로리 소모가 되지만 1회성이므로 체중이 많이 빠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모유수유 다이어트는 ‘힘들어서’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건강한 식생활과 가벼운 신체활동량을 유지하는 최적의 상태에서 시너지를 일으켜 효과적으로 체중감량이 되는 것이다.
무조건 ‘다이어트는 출산 후 6주 뒤’부터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출산 후 1주일부터는 아주 가벼운 산후 체조, 산후 요가(스트레칭)는 실시하는 게 출산 후 회복에 도움이 된다. 밖에서 하는 가벼운 운동은 출산 후 4주부터, 산후관절통이 있으면 6주가 지난 뒤 실시한다.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은 아이에게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출산 후 2~3주까지는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후에는 모유수유 산모라도 임신 전 평소 먹던 양에 3분의 1 공기 정도를 더 먹거나 저열량의 간식 한두 번을 추가하면 충분하다. 모유수유만 믿고 많이 먹었다가는 오히려 살이 더 찔 수 있다.
김미경 원장은 “평소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있다면 수유 중이라고 해서 평소 먹던 음식을 바꿀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하루 400~500㎉를 더 먹을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모유의 탄수화물 양은 식습관이 바뀐다고 해서 큰 변화가 없지만 단백질, 비타민, 지방산은 식품 섭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 여성의 모유 단백질은 인도 여성에 비해 2배나 높은데, 이는 단백질 섭취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평소 콩, 고기 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단백질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양질의 단백질은 오히려 근육 생성에 도움이 돼 산모 다이어트에도 이롭다.
김 원장은 “젖을 자주 물리고 유방 안의 모유를 끝까지 먹이면 모유 속으로 지방 공급량이 늘어나게 된다”며 “즉 한쪽 유방속 젖을 비울 때 나오는 마지막 부분에 지방이 많아 아이에게도 충분한 열량을 공급할 수 있고 지방량이 빠지면서 산모에게도 약간의 다이어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유의 90%는 수분으로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되 당과 카페인이 많은 음료를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질의 단백질 식사, 신체활동(산모는 젖물림)을 통한 지방량의 감소, 충분한 수분섭취는 평소 다이어트 하는 여성에게도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를 지키면 아이에게 훌륭한 식사를 공급하고, 산모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다이어트 목적으로 모유수유에 매달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유는 아이에게 양질의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으로 체중감량은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다이어트 목적만 중시하면 이기적이고 타인을 당황케하는 엄마로 비칠 수 있다.
김미경 원장은 “모유수유는 상당한 열량과 수분을 소비하므로 출산 초기의 부기를 빼고 임신 중 찐 살이 빠지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다이어트는 근본적으로 수분이 아닌 지방의 감량이 목적이므로 모유수유와 운동, 균형 잡힌 식이조절이 동반돼야 요요현상 없이 다이어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TV에선 온갖 다이어트로 성공한 사례들을 쏟아내는 상황이지만 정작 내가 실천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급격한 다이어트는 요요현상뿐만 아니라 유방이 빈약해지고 처지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지나치게 욕심부리지 말고 1개월에 1~2kg씩 6개월 이상에 걸쳐 서서히 감량하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