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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한반도 휩쓴 미세먼지, 우리가족 건강은 엉망진창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3-12-12 01:45:42
  • 수정 2013-12-12 20: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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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금속이 호흡기질환, 심장발작, 당뇨병 등 유발 … 하루 물 2ℓ 이상 마셔야, 삼겹살은 효과 없어

도심에 미세먼지(스모그)가 가득 낀 모습. 이런 경우에는 하루 2ℓ 이상의 물을 섭취하고 외출시 방진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온갖 유해물질이 가득한 중국발 미세먼지가 지난주 한반도 전역을 덮쳤다. 덕분에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누구나 아는 ‘사일런트 힐’의 한 장면처럼 사방이 뿌옇게 변해 유령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주는 악영향은 더 공포스럽다. 잘 알려진 대로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 안질환, 피부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 심한 경우 폐암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10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제약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성모 씨(32)는 “기분 탓일수도 있지만 눈이 따갑고 비염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며 “직업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효과는 그저 그렇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일 미세먼지 경보제 시행 및 중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국 언론매체인 환구시보는 미세먼지와 스모그가 군사적으로 적의 공중정찰이나 미사일공격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어이없는 궤변을 내놔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언제 또 한반도를 덮칠 지 모르는 미세먼지에 대비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관련 정보들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 미세먼지는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고,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며, 적절한 대비책 등은 어떤 게 있는지 간략히 알아봤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로 주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되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벤조피렌(발암물질) 등 각종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성분은 발생원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모래나 흙에서 발생한 먼지는 무기물질이나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반면 연소에 의해 발생한 먼지는 타다 남은 연료, 검댕, 황화합물, 미네랄성분, 유기탄소, 미량의 중금속등이 들어 있다. 대기 중 기체에서 고체로 변화되면서 생성된 먼지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준휘발성으로 전환돼 유기탄소, 황화합물, 질소산화물 등이 많다.

먼지는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분류되는데 먼지 입자가 작을 수록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름 100㎛ 이하의 먼지는 총부유분진, 10㎛ 이하(머리카락 굵기의 7분의 1)의 미세먼지는 PM-10, 입경 2.5㎛ 이하는 PM2.5(초미세먼지)로 부른다. 10㎛ 이하의 미세먼지부터 인체의 폐포로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면역기능을 악화시킨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혈관까지 침투해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중금속과 발암물질의 함량이 많아 일반 미세먼지보다 독성도 강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40%까지 감소한 반면 초미세먼지는 증가했다. 지난해 전국 11개 측정소 중 6곳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25㎍/㎥를 넘어섰는데 이는 뉴욕의 13.9㎍/㎥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오염도다.

일반적으로 먼지는 1차로 코털에서, 2차로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만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고 체류시간이 길어 페포까지 침투한다. 기관지나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점막을 자극해 천식, 비염, 중이염, 후두염증 등을 유발 및 악화시킨다.
주영수 한림대 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비염·천식 등 알레르기성 기도질환을 앓고 있거나 만성 폐질환으로 폐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치명적”이라며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의 증상이 심해지고 기침이나 객담이 증가하며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 8월 덴마크 암학회 연구센터의 라쇼우·니엘센 박사팀이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이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미세먼지의 경우 10㎍/㎥ 상승할 때마다 폐암 위험이 22% 증가했다.
미세먼지는 조기사망의 위험도 높였다. 롭 비렌 네덜란드 워트레흐트대 박사팀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증가할 때마다 조기사망률이 7%씩 커졌다는 연구결과를 랜싯을 통해 발표했다.

입자가 더욱 작은 초미세먼지는 폐와 혈관까지 침투해 심장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경우 혈액점도가 증가하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은 올라 동맥경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마틴 데네캄프 호주 멜버른 모니쉬대 박사팀이 심장발작을 일으킨 환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초미세먼지가 많이 퍼져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심장발작 위험이 평균 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영 을지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고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많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며 “우리 몸의 코와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속에 위치한 폐포까지 침투해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미세먼지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국내 60세 이상 성인 560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혈당수치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3배 높아지면 혈당수치는 10% 정도 상승했다. 이미 당뇨병에 걸린 환자는 혈당수치가 30%나 올랐다.
이는 폐에 축적된 미세먼지가 염증을 일으키면서 혈당 조절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혈당은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날로부터 4일 뒤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먼지가 잦아들더라도 한참 동안은 혈당조절에 신경쓰는 게 좋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2ℓ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다. 물을 자주 마시면 호흡기 점막이 마르지 않아 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을 가래를 통해 배출할 수 있게 된다. 수분이 많은 채소나 배즙을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녹차는 기관지확장 작용을 하는 테오필린(theophyline)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자주 마시는 게 좋다. 테오필린은 천식치료제의 주성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부작용 예방법 중 잘못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속설은 삽겹살의 효과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삼겹살에 있는 지방성분이 입이나 기관지에 낀 미세먼지를 씻어내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을 때 삼겹살의 매출은 평소보다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삼겹살이 먼지를 제거해준다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단지 과거 배고프던 시절 삼겹살 같은 고기를 먹으면 원기가 회복되고 체력이 좋아져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는 생각에서 이같은 속설이 퍼진 것으로 추측된다.

마스크를 구입할 때에는 종류가 어떤 것인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일반 천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환경부 인증마크가 있는 방진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방진마스크를 구입하기 힘들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황사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간혹 마스크를 빨아 쓰는 경우가 있는데 물에 닿을 경우 방진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100% 막아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모그 현상이 심할 때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집 안에서는 창문을 항상 닫고 있어야 하며, 환기는 대기의 움직임이 커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떨어지는 정오 쯤에 하는 게 좋다.

정훈 서울시 북부병원 내과장은 “호흡기질환에 취약한 노인, 천식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를 청결하게 유지하며 평소보다 물을 충분히 마셔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세먼지로 기침이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스모그가 걷혔더라도 도로, 건물, 나무 등에 미세먼지가 쌓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보가 해제된 후 이틀 정도는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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