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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HPV’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3-12-11 18:27:44
  • 수정 2013-12-16 18: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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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인후두암·항문암·구강암 유발 … 첫 성경험 앞둔 15~17세 접종 적기

김민정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산부인과 교수

요즘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Human Papillomavirus)’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신혼부부들의 예방접종이 필수적인 사항으로 권장되는 추세다.  지난해 9월엔 차영주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한국 여성의 34.2%가 HPV에 감염됐다고 발표한데 이어, 지난 6월엔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가 ‘아내와 오럴섹스를 즐기다가 HPV에 감염돼 구강암에 걸렸다’고 말해 네티즌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국내 여성 3명중 1명이 HPV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 성생활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젊은층인 18~29세에서는 49.9%를 기록했다. HPV는 여성의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뿐만 아니라 남성에서 음경암을 일으킨다. 또 남녀 공히 구강암·생식기사마귀(곤지름)·인후두암·항문암 등을 유발한다. 최근엔 일부 식도암도 HPV와 관련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김민정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말로 HPV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Q. HPV는 정확히 무엇이며, 전염되나요?

HPV는 인체내 어느 부위에나 존재하며 특히 사람의 생식기, 점막 등에 감염되면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세계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일생에 한번씩 감염될 만큼 흔하다. 특히 ‘성 접촉’으로 전염되기 쉬워 성 경험이 있다면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HPV는 100여종이 있는데 이 중 14가지 정도가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고위험형’이다. 자궁경부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 고위험군 바이러스 중 HPV 16·18형이 대표적이다. HPV 6·11형 등은 생식기사마귀, 재발성호흡기유두종증 등과 관련된 저위험군 바이러스로 구분된다. 이밖에 미분류군, 고위험추정군 등이 있다.

HPV에 감염돼도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고 큰 건강문제를 유발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는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Q. 특별히 위험한 바이러스 번호가 있다면?

지난 5월 박종섭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팀은 2007~2010년에 아시아 5개국(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의 자궁경부암 여성환자 1012명을 역학조사한 결과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유전형은 HPV16, HPV18이라고 밝혔다.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의 경우 HPV16과 HPV18의 분포가 각각 61.3%, 12.9%로서 전 세계 여성의 60%, 10%와 거의 유사했다.
김민정 교수는 “자궁경부암 편평상피암·선암의 발암인자인 HPV16과 HPV18 등 두 종류의 유전자형 감염만 예방해도 자궁경부암 발생을 최소 70%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는 매년 47만명이 넘는 환자가 자궁경부암에 걸리는데 거의 100%에 가깝게 유발요인이 HPV에 의한 것이다.  이 중 HPV16번과 18번에 의한 게 70%가량을 차지한다. 이밖에 미국의 경우 2009년에 항문암은 90%, 인후두암은 60%, 질암·여성음부암·남성음경암 등은 40% 가량이 HPV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HPV16번과 18번에 의한 게 평균 90%(89.3~94%)를 웃돈다.

HPV관련 암의 세계적 발생률과 분포도



HPV연관된 암 신환발병수 (전체, 남, 녀, 2009 미국데이터)



고위험 HPV 전염에 의한 암 발생 가능성




Q. HPV, 남성에게도 ‘두경부암’ 유발한다는 연구결과 존재

마이클 더글라스의 사례와 관련된 연구결과가 2011년 발표됐다. 안나 귈리아노 미국 모픽트 암센터 암·전염병과 교수는 “남자가 HPV에 감염되면 머리와 목에 생기는 두경부암(구강·설·비강·인두·후두암)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혀와 편도선에 생기는 암의 65% 이상은 HPV 때문이며 이 중 80%는 남자에게서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18~70세의 건강한 남자 11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가 생식기에서 HPV가 나왔다. 귈리아노 박사는 “물론 구강성교가 유일한 바이러스 감염원인은 아니다”며 “바이러스가 입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다양하며 키스, 구강성교 등 성적 행위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평생 6명 이상의 파트너와 오럴 섹스를 했던 사람들은 구강이나 목구멍에 암이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8배 높았다.

Q. HPV에 감염되면 치료할 수 있나?

감염됐다면 바이러스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꾸준한 정기검진을 통해 추적 관찰해야 한다. HPV에 감염되더라도 90% 정도는 1~2년 내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 컨디션 및 면역체계에 따라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소멸되지 않는 경우 오랜 기간에 걸쳐 암이나 전암성 병변으로 발전할 수 있다.

Q. HPV,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정기검진과 백신접종

대부분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질환은 콘돔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HPV는 콘돔으로 예방할 수 없다.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부분도 피부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HPV와 관련 질환은 백신 접종과 정기검진 두 단계에 걸쳐 예방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정기검진이 활발한 덕분에 한국에 비해 첫 성경험 연령이 빠름에도 불구하고 2007년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10만명당 5.7건으로 한국의 14.5건보다 훨씬 낮았다. 30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반드시 2년에 한 번씩 국가에서 지원하는 자궁경부암 검진(국가 5대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을 통해 자궁경부암을 빨리 발견하면 자궁에 손상을 주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Q. 남성 대상의 HPV 감염 검사법은 아직 없어 예방과 백신접종 최선

여성들은 자궁경부암 검사(PAP smear test)를 통해 HPV의 인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남성을 대상으로 승인받은 HPV 감염 확인검사는 없다. 여성은 자궁경부 점막을 피가 날 정도로 긁어서 검사하기 때문에 HPV DNA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지만, 남성에서는 HPV 감염이 성기 전체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부위의 점막을 긁어서 검사하는 게 정확도를 담보할 수 없어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항문점막에서 항문암 선별검사로 PAP 검사를 매년 시행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Adapted from Cleveland Clinic recommendations (personal communication, Alan J. Taege, MD, February 2011).

Q. 예방 백신은 언제 맞아야 가장 효과적인가?

가장 예방 효과가 높은 시기는 첫 성접촉 전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 권고하는 최적 접종 연령은 한국 여성의 첫 성경험 연령을 고려한 만 15~17세다. 이미 성 경험이 있는 여성도 백신을 접종하면 HPV로 인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임신부의 접종은 권장되지 않으나, 임신 사실을 모르고 접종했을 때는 출산 이후 다시 남은 접종을 재개하면 된다. 수유 중에도 접종할 수 있다. 이미 성경험이 있거나 26세 이후라도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얻을 수 있으나 효과는 상당히 줄어든다.

사실 이 백신은 남녀를 불문하고 접종받는 게 좋다. 성접촉에 의해 상호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2011년 권고안에 ‘남녀 구분 없이 11~12세에 첫 접종을 3회 실시하고 13~26세에 따라잡기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 호주의 경우 최근 12∼13세 남학생들에게 향후 4년간 2110만 달러를 투입해 HPV 예방백신을 무료로 접종한다. 호주는 2012년 7월에도 세계 최초로 남학생도 HPV 국가 백신접종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28만명의 호주 남학생들이 백신을 접종받게 될 예정이다.

Q. 백신을 맞아도 특별한 이상 없나?

어떤 이들은 HPV 백신이 위험하다고 여겨 접종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접종 후 급성파종성뇌척수염(ADEM)과 길랑-바레증후군(GBS) 등 신경 부작용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와 백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작용 심한 주사’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일본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은 매우 희귀한 사례”라며 “일본에서 발생한 이상반응과 백신접종의 인과 관계가 없다”며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실 HPV 예방백신은 인플루엔자백신 접종보다 이상반응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상반응은 접종 부위의 통증이다. 근육 주사로 진행돼 통증이 생길 수 있지만 2~3일 내에 사라진다. 접종 후 통증, 부종, 발진, 두통, 근육통 등 경미한 이상반응은 정상 면역 반응일 수 있으나, 증상이 심해지거나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김민정 교수는 “실제 경미한 이상반응을 포함하더라도 접종자의 0.05% 미만에서 이상반응이 발생하며 주사부위 통증이 이상반응의 95%이상을 차지한다”며 “대규모 접종 후 실신(syncope), 과민반응(anaphylaxis)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긴 했는데 모두 다른 백신 접종 후 발생빈도와 비슷한 정도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HPV백신 접종 후 15분 정도 지켜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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