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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케틀벨 스윙, 이렇게 하다간 ‘허리 나가요’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2-11 16:29:31
  • 수정 2013-12-17 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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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드스타일 스윙, 유산소운동 최대·몸매보정에 제격 … 복근 안쓰면 과신전, 허리 다쳐

유산소운동 효과를 누리려면 하드스타일 케틀벨스윙을 가장 추천한다.

눈 내리는 날이 늘어나고 찬바람이 얼굴을 아리게 만드는 겨울철은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밖에 나가서 운동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든다. 하지만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봄이 왔을 때 후회할 게 뻔하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게 바로 케틀벨(kettlebell)이다.
 
케틀벨은 영화 ‘300’의 조각같은 스파르타 전사들의 몸을 만든 주역이자, 국내서는 가수 비가 2009년 영화 ‘닌자어쌔씬’을 준비하면서 몸매를 다잡을 때 도움을 준 운동기구로 화제가 되면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지난해 그룹 다비치의 강민경 씨가 자신의 다이어트 비결로 케틀벨을 소개하면서 한층 대중화되고 있다. 요즘엔 ‘인기 좀 있다’ 싶은 퍼스널트레이닝 센터에서는 케틀벨을 이용한 운동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어쩐지 유행에 뒤처진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다.

스포츠브랜드의 광고에서 사람들이 동그란 추 같은 것을 마구 흔드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케틀벨은 주전자를 의미하는 kettle과 추를 의미하는 bell이 합쳐진 운동기구다. 무게별로 나뉘어져 있다. 케틀벨의 고향 러시아에서는 ‘기르’(girya)라고 부른다.

국내서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케틀벨은 실상 역사가 깊은 운동기구다. 바벨이나 덤벨보다 훨씬 오래된 연륜을 자랑한다. 공식적으로는 러시아 농부들이 농작물의 무게를 달 때 쓰던 추가 오늘날 쇠로 된 케틀벨의 원형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 기구에 대한 러시아의 자존심은 굉장하다. 그들은 러시아의 3대 발명품으로 보드카, AK-47소총, 케틀벨을 꼽는다.
이런 케틀벨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 구소련 선수들이 각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당시 세계 스포츠연구자들은 구소련 선수들의 훈련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많은 나라 가운데 오직 구소련만이 케틀벨을 이용해 훈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케틀벨을 이용한 훈련이 처음으로 과학적 효과를 입증받은 셈이다.

이후 1990년대 초반 구소련 특수부대 출신의 파벨이라는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북미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많은 할리우드 연예인들은 케틀벨을 이용한 트레이닝을 매우 선호한다.

케틀벨은 기존 덤벨이나 바벨로는 실시하기 어려운 동작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게 ‘스윙’동작이다. 추의 위쪽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 이를 잡고 흔드는 것은 흔한 장면이다. 스윙을 이용한 동작은 기존의 운동방식으로 효과를 보기 힘들었던 인체의 기본인 코어근육(척추를 둘러싸고 있으며 복부 내장장기를 잡아주는 중심근육)을 되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주당 2회 정도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힘, 지구력, 유연성을 모두 상승시킨다. 게다가 유산소운동을 하지 않아도 케틀벨 만으로 체지방을 태워준다. 한 시간 운동했을 때 1200㎉를 태울 정도로 강력하다.

또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눈비가 와도, 한겨울이나 한밤 중에도 케틀벨 하나만 있으면 어느 장소든 전신을 고루 운동할 수 있는 훌륭한 체육관이 된다. 한평 정도의 공간만 있다면 거의 모든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활용도가 높다. 이 부분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는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김주현 KS바디워크 강남점 케틀벨 강사는 “케틀벨의 기본 동작은 스윙, 클린, 스내치 세가지”라며 “기본 중 기본인 케틀벨 스윙만 제대로 실시해도 온몸의 근육과 심폐가 그야말로 덜덜 떨리게 되고, 세가지 기본기까지 숙지하면 온몸의 스태미너를 다 쏟아낸 것처럼 극한의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반복되는 고강도 스윙을 마치고 클린과 스내치로 마무리하면 운동의 끝을 본다는 얘기다.

요즘엔 여성들도 케틀벨을 즐기는 추세다. 스키니진·미니스커트·하의실종 패션의 유행이 식을줄 모르면서 뒷태와 각선미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굉장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진화론’의 저자 남세희 작가는 “여성이 다이어트와 아름다운 힙라인을 원한다면 당장 런닝머신에서 내려오고 케틀벨을 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남 작가에 따르면 케틀벨 스윙은 ‘발을 땅바닥에 붙이고 실시하는 100m 달리기’다. 그는 “터질 것 같은 심박수 증가와 놀라운 체지방분해 효과는 물론 엉덩이근육·허벅지뒷근육 등 운동시 자극을 받는 점까지 두 운동점은 공통점을 가진다”며 “그러면서도 관절에도 부담이 없어 더욱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인 힙업을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뒷태 라인을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초보자가 케틀벨로 운동할 때에는 10번 스윙하고 10초 쉬고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스윙을 100개 정도까지 시행하는 게 좋다. 여성들이 다이어트와 몸매보정 목적으로 케틀벨을 잡는다면 굳이 이런저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끼워 넣을 필요도 없다.
남 작가는 “반복횟수가 높아질수록 전완에 가해지는 힘이 커져 근육도 불어날 수 있으므로 여성이 순수하게 미용과 다이어트를 위해 접근한다면 적은 개수를 여러 세트로 늘려 시행하는 걸 추천한다”며 “이후 근력이 좋아져 16㎏ 짜리 케틀벨 스윙을 소화할 정도가 되면 살을 뺀다며 줄넘기며 런닝머신을 할 필요성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강사는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여성이 기본적인 체력과 보통의 체격을 갖췄다면 처음엔 8㎏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며 “저체중, 저질 체력을 가진 사람은 4㎏으로 시작해볼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운동 경력이 없는 초심자나 노약자, 고도비만환자들에게는 무리한 유산소운동을 주문하기 어렵다. 아무리 살이 쪘더라도 관절과 신체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물에서 하는 운동, 예컨대 아쿠아로빅이나 걷기 정도가 무난하지만 장소의 제약이 많고 칼로리 소모량이 적다. 케틀벨 스윙은 이런 상황에 딱이다.
남 작가는 “타인의 시선을 피해 외출을 기피하는 고도비만환자들에게 집에서도 관절 걱정 없이 빠르게 살을 빼주는 운동이 케틀벨”이라며 “이들이 처음으로 케틀벨을 들었다면 귀가 솔깃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케틀벨은 단순히 흔들어대는 운동이 아니다. 우선 이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게 배우는 게 전제돼야 한다. 방송에서 ‘케틀벨을 다룬다’고 말하는 트레이너조차 제대로 된 운동법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 여가수가 자신의 다이어트 비법을 밝히는 과정에서 케틀벨 스윙을 하는 장면이 방영됐는데, 잘못된 동작으로 ‘허리가 나갈’ 듯한 아슬아슬한 동작을 지속해 많은 운동전문가를 경악케 한 사례도 있었다. 최근 케틀벨이 점진적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일부 헬스클럽에서 단순히 유행을 쫓아 구비해 놓거나, 아령 정도로 취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주현 강사는 “케틀벨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면 강사가 어떤 스타일의 케틀벨 운동을 시행하는 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며 “자격증을 발급하고 트레이너를 양성하는 단체로는 정통 러시아식(WKC, the World Kettlebell Club), 하드스타일(RKC-Russian Kettlebell Challenge, KBC-Kettlebell Concept)를 대표적으로 꼽는데 이들은 모두 추구하는 바가 다르므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강사에게 찾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트레이너에게 “WKC, RKC, KBC 중에 어떤 스타일로 배우셨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당황하거나 존재 자체를 모른다면 아무리 멋진 몸매를 가졌더라도 그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재고해봐야 한다.

WKC는 케틀벨이 처음 기원한 러시아에 연원을 두고 동작 하나하나를 스포츠처럼 즐긴다. 반복 횟수를 늘리는 기록경쟁이 주된 목적이다. 미국에서 형성된 RKC는 케틀벨을 피트니스를 위한 ‘마스터 툴’(master tool)로 활용하며 동양무술의 방법론을 상당수 차용했다. KBC는 RKC에서 갈라져 나와 현대적인 피트니스에 적합한 동작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둔다.

김주현 강사는 “이 가운데 추천하는 게 RKC와 KBC에서 쓰이는 ‘하드스타일 스윙’”이라며 “발바닥을 지면에 밀착시키고 몸에서 가장 큰 고관절의 반동을 이용해 빠르게 앞뒤로 휘두르는 것으로 유산소·무산소 운동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발을 어깨너비 정도로 벌리고 케틀벨을 가랑이 사이에 둔다. 척추가 굽지 않도록 긴장을 유지하면서 마치 배꼽인사 하듯이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허리를 숙인다. 이 때 엉덩이가 무릎과 어깨 사이에 들어와 있고 허리가 펴져 있어야 한다. 데드리프트 자세와 같다.
케틀벨을 손에 든 상태에서 엉덩이를 뒤로 빠르게 뺐다가, 엉덩이를 앞으로 치듯 밀어 올리면 케틀벨은 자연스럽게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게 된다. 이 때 허리가 아닌 엉덩이를 주로 쓰고, 반대로 어깨와 손은 힘을 살짝 빼고 있어야 하는 게 포인트다. 케틀벨을 들어 올릴 때 누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얻어야 제대로 스윙한 것이다. 몸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발바닥과 아랫배에 최대한 힘을 주고 버텨야 한다.

김주현 강사는 “이 때 엉덩이 사이에 동전이 끼워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순간적으로 엉덩이근육을 조이고 복부를 강하게 압축해야 100% 성공한 운동법”이라며 “복부압축이 되지 않으면 허리 과신전(몸이 펼쳐지는 범위가 정상치를 벗어난 경우)이 일어나 다치게 된다”고 말했다.

남세희 작가는 “하드스타일 스윙을 실시할 때에는 벨이 가슴높이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끊어주는’ 게 관건”이라며 “일부러 몸에 힘을 줘 벨이 더 이상 못 올라가도록 해야 하고, 이 때 중력으로 인해 케틀벨이 아래로 자연히 내려가는데 몸이 따라 내려가지 않게 힘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강사도 “팔이 가슴 이상 올라가면 몸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상태가 풀림과 동시에 어깨가 뜨고 전신운동이 아닌 승모근 운동이 된다”고 지적했다. 호흡은 케틀벨이 내려갈 때 마시고, 올라올 때 내쉰다.

최근 스포츠 브랜드 광고에서 등장하는 케틀벨 운동장면에서는 RKC의 하드스타일을 벗어나 머리 위까지 올리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케틀벨은 이런 모양새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크로스핏(Crossfit)’에서 이용되는 방식으로 흔히 ‘아메리칸 스윙’이라 불린다. 크로스핏은 케틀벨 전문 단체는 아니지만 케틀벨 스윙을 운동프로그램에 포함시키고 있다. 아메리칸 스윙 스타일은 케틀벨 스윙 시 머리 꼭대기까지 들어 올릴 것을 요구한다.

남 작가는 “아메리칸 스윙은 겉보기엔 운동효과가 커 보이지만 여성들에게 권하진 않는다”며 “탄도성 회전운동이 근육운동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쉽게 말해 목은 굵어지고 어깨는 넓어져 미용적 차원에선 불필요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케틀벨 훈련의 성과는 가히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근력과 체력은 물론이고, 골격의 불균형을 교정하는 재활훈련으로도 제격이다. 다만 케틀벨이 아직까지는 단순한 운동보조용 소도구 정도로 알려져 좀 억울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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