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음, 심장마비·뇌졸중 위험↑ … 구운계란 칼로리 최저, 식혜 과다 섭취 피해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찜질방의 식당 메뉴판. 한식부터 양식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겨울이 되고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찜질방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중요한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는 누울 공간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이제 찜질방은 단순히 목욕하고 잠을 자는 장소가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외국인들도 한국의 찜질방 문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서울시와 서울관광마케팅이 국내 거주 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광체험 선호도조사에서 찜질방은 241명의 지지를 받아 건강부문 1위를 기록했다.
아줌마들의 반상회 장소나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인기다. 대학생 안모 씨(26)는 “요즘처럼 날씨가 춥거나 눈·비가 올 때 여자친구와 함께 찜질방에 있으면 데이트비용도 아끼고 새로운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식당, 만화방, PC방, 오락실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 심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식·분식·양식을 총 망라하는 먹거리는 찜질방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찜질방이 처음 생겼을 당시만 해도 목욕탕처럼 매점만 설치된 곳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예 식당까지 들어선 업소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먹거리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무엇일까. 서울 용산·강남·관악, 경기도 일산 등에 위치한 유명 찜질방을 찾아 판매업자에게 문의한 결과 예상대로 구운계란과 식혜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다음 순위는 의외의 음식이 차지했다. 바로 치킨과 맥주, 이른바 ‘치맥’이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찜질방 입구에 붙어있는 음주자 출입금지 문구를 떠올려 업소내 주류 판매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맥주부터 막걸리까지 다양한 종류의 술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업소내에서 술을 팔고 마실 수 있는 이유는 매점이나 식당이 별개의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지친 몸을 뜨거운 물로 씻은 후, 찜질방 바닥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실 때의 느낌은 상상만해도 즐겁다. 그러나 고온의 찜질방에서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탈수현상이 일어나고 심장박동이 빨라져 심장에 무리를 주게 된다. 뇌혈류를 악화시켜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혈관계 질환을 앓는 환자는 음주 후 찜질방 이용을 피해야 한다.
2007년 MBC 뉴스투데이팀이 소주 반병을 마신 40대 여성을 찜질방에 30분 정도 누워 있게 한 후 신체변화를 측정한 결과 혈압은 20㎜Hg 정도 떨어진 반면 맥박수는 40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인호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고온에 몸이 노출되면 혈관이 확장되는데 이 때 혈압과 혈액순환 속도가 떨어져 심장이 빨리 뛰게 된다”며 “이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탈수현상이 일어나 피가 끈적끈적해지고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끈적거리는 피로 인해 생긴 혈전(핏덩어리)이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유발된다”고 덧붙였다.
찜질방 음식 중 인기가 가장 많은 구운계란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계란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요한 단백질은 물론 비타민 A·D·E·B·2D, 무기질, 미네랄 등이 풍부해 ‘완전 식품’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계란 노른자에 함유된 ‘콜린’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활성화시켜 증진시킨다. ‘루테인’이라는 물질은 눈의 노화 및 눈부심 등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칼시페롤’은 칼슘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해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좋다. 그러나 계란은 비타민C가 거의 없고 무기질 중 인의 함량이 칼륨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게 단점이다. 또 계란 노른자에는 200㎎ 이상의 콜레스테롤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하루에 1~2개씩만 섭취하는 게 좋다.
계란은 조리법에 따라 칼로리 수치가 달라진다. 구운계란의 칼로리는 개당 75㎉로 80㎉인 날계란이나 79㎉인 삶은 계란보다 낮다. 조리과정에서 껍질내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크기는 다소 작아지지만 식감이 쫄깃하다. 구운 계란은 과도한 열로 인해 삶은 계란보다 양질의 단백질(특히 흰자)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삶거나 구운 계란은 영양학적으로 날계란보다 낫다. 카토 히데오 일본 히로시마대 명예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계란 흰자에 함유된 ‘아비딘’이라는 단백질은 수용성비타민인 ‘비오틴’과 결합해 이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한다. 그러나 열을 가하면 아비딘은 비오틴과의 결합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영양소 흡수가 원활해진다.
이처럼 든든한 영양식인 구운계란도 찜질방에서 먹을 때에는 주의해야 한다. 몸의 수분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수분이 적고 퍽퍽한 구운계란을 먹으면 목이 말라 음료를 함께 섭취하게 되는데, 가장 인기가 많은 식혜나 탄산음료 등은 당분 함량이 많고 칼로리가 높다.
찜질방에 사용되는 식혜통. 일반 캔음료보다 3배는 더 많아 보인다.
식혜(食醯)는 밥을 엿기름과 함께 삭혀 감미가 나도록 만든 전통음료로 단술이라는 뜻의 ‘감주(甘酒)’로 불린다. 엿기름 속에 함유된 아밀라제는 밥의 전분과 작용해 말토스와 글루코스 등의 당분해물을 생성한다.
문제는 찜질방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양의 식혜를 마신다는 점이다. 플라스틱통에 식혜를 담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혜 캔음료보다 2~3배 이상 많은 양이다.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이 공개한 ‘추석음식 칼로리표’에 따르면 식혜 한 잔의 칼로리는 200~250㎉로 밥 한 공기의 300㎉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찜질방에서 식혜를 마시는 사람의 대부분이 한 잔 이상의 식혜를 마신다고 가정할 때 400~500㎉나 되는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지나친 당분 섭취도 주의해야 할점이다. 예컨대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 업체의 캔음료인 OO식혜의 경우 238㎖ 용량에 25g 가량의 당분이 함유돼 있다. 성인의 하루 당분 권장섭취량이 40g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식혜의 당분 함유량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 감식초 등 초(醋)음료를 즐기는 사람도 눈에 띈다. 땀을 빼며 초음료를 마시면 디톡스 효과가 배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초음료는 과실을 원료로 발효시킨 것으로 제품에 따라 식초 0.5~3.5%에 벌꿀, 올리고당, 과당, 식이섬유 등을 첨가해 맛을 낸 음료다. 피로회복·다이어트·항산화 효과가 있어 건강 및 미용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식초 특유의 신맛을 감추기 위해 올리고당·과당뿐만 아니라 인공감미료 등 여러 성분이 첨가돼 열량이 높아지고 원재료의 기능이 손상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식초음료의 열량은 100㎖당 40~50㎉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감식초 등 초음료는 위산분비가 잘 되지 않아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에게 펩신이라는 효소가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 소화흡수를 수월하게 한다”며 “항산화성분이 많이 함유돼 몸에 흡수되면 항산화·노화방지 측면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음료는 하루 식후 한잔 정도가 무난한데, 너무 많이 마시면 속이 쓰리는 등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우나 중 마시면 증발된 수분을 보충하는 데 도움될 수 있지만 식초보다는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식도 찜질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다. 더운 곳에 오래 있으면 배가 출출해져 이것저것 집어먹기 쉽다. 그러나 과식한 상태에서 고온에 노출되면 위장에 부담이 가중돼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다. 한원희 세란병원 내과장은 “음식물이 위에 들어오면 혈액이 위장에 모여 소화흡수를 돕는다”며 “그러나 더운 곳에 들어가면 혈액이 피부로 이동해 소화가 잘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커피나 탄산음료는 갈증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