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선별등재제도가 시행된 후 급여 등재된 국내 신약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가격의 42%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약의 74%는 OECD 국가 중 가격이 가장 낮아 국내 신약의 가치가 심각하게 평가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경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지난 7~8일 ‘미래 고령사회와 한국형 보건의료체계의 구상’을 주제로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창립25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와 OECD국가의 약가비교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선별등재제도 시행 전·후에 도입된 신약 중 특허가 완료되지 않은 198개제품의 가격을 OECD 회원국 및 대만을 포함한 30여개 국가와 비교한 결과 국내 등재신약의 소매가격은 OECD 평균 가격의 42% 수준에 불과했다. 각국의 물가수준을 고려한 구매력지수를 반영할 경우 국내 약가는 OECD 대비 58% 수준이었다.
선별등재제도 시행 이전의 국내 약가는 OECD 대비 51%로 제도 시행 후 9%p 하락했다.
국내의 낮은 약가수준은 최고 및 최저가 품목의 비교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국내에서 급여 등재된 신약 198개 제품 중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최고가 품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반면 최저가 품목은 147개로 비교조사 의약품의 74%가 OECD 국가 중에서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약가 협상에서 국제 약가에 대한 비교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협상의 용이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는 외국의 약가 활용방안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구책임자인 이의경 교수는 “공시가격과 실제 가격이 다른 국가들이 있어 약가를 보수적으로 측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불확실한 데이터는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OECD 국가들과의 약가 비교는 약가 협상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세영 경희대 약대 교수는 “그동안 국내 약가제도는 보험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앞으로는 그 중심을 비용절감에서 제약산업 육성으로 전환함으로써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OECD 평균 수준의 신약 가격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통해 약가 협상을 진행할 때 OECD 비교가격을 참고 가이드라인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동철 중앙대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약가제도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