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수급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없는 가운데 매년 수요 예측이 어긋나면서 한 해 수백만명분의 독감백신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백신 자급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김성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과 재작년 각각 2000만명 분의 독감백신이 국내에 도입됐지만 약 400만명 분이 매년 폐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폐기된 독감백신이 최근 3년간 약 1000만명분에 이른다. 비용으로 보면 약 700억원에 이른다.
어떤 해에는 독감백신이 부족해 일선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백신 품귀 현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어떤 해에는 독감백신이 남아돌아 버려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에만 약 400만명 분의 독감백신이 버려졌지만 올해에는 독감백신이 부족해 일부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는 접종이 중단된 상태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백신 수급이 해마다 부족하거나 넘치는 불안정한 상황을 보이는 이유는 백신수급을 민간에만 의존하고 국가 차원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백신 제조사에 재정 지원을 하면서 3~5년간 장기구매계약을 체결한다. 캐나다는 자국 내에서 생산한 독감백신을 장기구매하고 있으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백신의 원재료가 되는 유정란 공급을 매년 지원하고 있다.
필수예방접종 백신을 비롯해 기타예방접종, 대테러 대비 백신 등을 포함한 총 28종의 백신 중 국내 제약사가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은 8종으로 자급률이 약 25%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국내 주요 백신 28종을 기준으로 13종을 생산할 수 있으며(일본 백신자급률 46%) 미국과 유럽은 글로벌 백신 제약사가 자국 내에 있어 100%의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우리나라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유럽 제약사까지 찾아갔지만 추가로 백신을 들여오지 못한 적이 있다”며 “백신 수급을 민간에만 맡겨놓아서는 안되며, 정부는 안정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신종플루 발생에 대비해 백신주권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