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선 환자 10명 중 6명은 두 달 만에 치료제 사용을 중단하고, 이 비율은 치료 6개월째에 73%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나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위한 의사의 적극적인 조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선학회는 ‘세계 건선의 날’(매년 10월 29일)을 맞아 2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건선 관련 국내 통계지표를 소개하면서 건선에 대한 편견 극복, 올바른 치료법 확산 등 인식 제고를 위한 ‘제2회 건선 바르게 알기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의약품유통 관련 IMS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7~12월에 건선 국소치료제를 처방받은 건선 환자 1만6976명을 1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건선 환자 10명 중 6명(59.5%)은 두 달 만에 치료제 이용을 중단했다. 6개월 만에 건선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72.9%까지 치솟았다. 1년까지 치료를 지속한 건선 환자의 수는 100명 중 약 14명(13.7%)에 그쳤다.
처음 건선으로 진단받은 환자(신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신환 환자 10명 중 7명(74.2%)은 두 달 만에 치료제 사용을 중단했다. 6개월 만에 건선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85.9%나 됐다. 1년 후까지 치료를 유지한 환자 비율은 5.8%에 불과했다. 건선으로 처음 진단받은 환자 중 100명 중 6명만이 1년 동안 건선 치료를 지속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약물순응도가 떨어질수록 건선 환자의 삶의 질은 심각하게 하락한다. 외국의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약물 순응도가 100%일 때 피부질환자의 삶의 질 점수(DLQI, Dermatology Life Quality Index)는 약 5점이던 것에 비해, 약물 순응도가 20%일 때에는 30점에 근접할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DLQI는 피부과 환자들의 삶의 질을 판단하는 척도다. 0점에 가까울수록 삶의 질이 높은 것이며 30점에 가까울수록 삶의 질이 최악인 것으로 평가한다. 10점 이상이면 삶의 질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
국내 건선 환자의 순응도 실태는 ‘낙제점’을 받을 만하다. 올해 2~6월까지 전국 25개 의료기관에서 만 20세 이상의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국내 첫 건선 환자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선 환자의 DLQI는 12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DLQI 점수가 10점 이상인 환자의 비율은 전체 54.1%에 달했다. 경증 환자는 11점, 중등증 환자의 경우 14.5점, 중증 환자는 17.1점을 기록해 건선 증상이 심각할수록 DLQI가 더욱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건선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비전염성 만성피부질환으로 국소치료제로 일시적으로 증상이 감소했더라도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에는 피부에 좁쌀 같은 붉은 색을 띠는 발진이 생기고 크기가 커지면서 전신으로 번진다. 발병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T세포 이상이 주요요인으로 꼽힌다.
건선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선 환자의 평균생산성장애지수(Total Work Productivity Impairment, TWPI)는 31.6%였다. TWPI지수는 질환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측정하는 도구로 해당 지수가 높을수록 업무상 손실 및 생산성 하락이 큰 것을 의미한다.
경증 환자의 TWPI지수는 28.1%였으며, 중등도 환자는 39.4%, 중증은 48.4%로 나타나 증상이 심할수록 전반적인 업무 장애 정도가 더 심각했다.
해외 중증 건선 환자의 경우 TWPI 지수가 영국 29.1%, 유럽 38.3%, 미국 43.2%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중증 건선 환자의 생산성이 현저히 낮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건선 중증도가 심각할수록 혈압 상승 수치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혈압은 경증 환자에서 124.5, 중등도 환자에서 127.6, 중증 환자에서 128.9였다(전체 평균 125.2). 확장기혈압은 경증 환자에서 78.9, 중등도 81.0, 중증 82.3으로 나타났다(전체 평균 79.4). 이는 건선 중증도로 갈수록 심혈관계질환 등 관련 합병증 위험이 더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주흥 대한건선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은 “심혈관질환의 경우 보통 비만한 사람에서 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건선으로 심혈관질환 합병증이 온 경우에는 비만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회는 ‘건선 바르게 알기 캠페인’을 통해 환자의 치료 순응도(adherence)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순응도는 환자가 처방받은 약물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잘 사용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만성 난치성질환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학회는 건선 환자들의 치료순응도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선 모바일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환자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어플리케이션은 건선에 대한 정보, 건선 치료의 목표, 의료진 상담코너 등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시간에도 건선관리를 도와주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학회는 또 건선 환자들의 순응도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순응도 향상 통합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주흥 회장은 “건선은 면역조절이상으로 발생하는 전신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건선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며 “건선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이 파트너십을 갖고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일상생활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