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금지약물을 복용한 채혈자의 혈액이 일선 의료기관에 출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헌혈 금지약물 혈액을 수혈받아도 정작 환자는 이러한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0~2013년 8월) 헌혈 금지약물 복용자의 채혈은 총 1373건이 있었고 수혈용으로 출고된 것은 1436건에 달했다.
약물별로 출고 건수를 살펴보면 여드름치료제(아큐·로스탄·이소티나)가 3년간 총 10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립선비대증치료제(프로스카·피나스타)가 362건, 전립선비대증치료제(두타스테라이드)가 28건으로 나타났다. 한번 복용하면 3년간 헌혈이 금지되는 네오티가손(아시트레틴)도 19건이나 수혈됐다.
헌혈 금지약물 복용 여부는 채혈 전 문진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헌혈자가 기억을 못 하거나 제대로 기입하지 않은 경우 적십자사는 ‘혈액사고방지 정보조회시스템’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방부·질병관리본부 등에서 매일 처방정보를 받아 해당 혈액제제의 출고를 막고 있다.
1개월 또는 수개월 전의 의약품 처방정보가 적십자사에 제공되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혈액의 특성상 헌혈 금지약물 혈액이 출고되는 문제가 있다. 전혈에서 분획된 농축적혈구의 경우 유통기한이 채혈 후 한 달이지만 농축혈소판은 불과 5일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외부기관의 처방정보가 적십자사에 오기 전에 이미 문제의 혈액은 출고돼 환자에게 수혈될 가능성 높다.
더 큰 문제는 출고된 헌혈 금지약물 혈액이 의료기관에서 사용되어도 정작 수혈받은 환자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적십자사는 심사평가원, 국방부로부터 처방정보를 받아 이미 출고된 의료기관에 연락해 문제의 혈액을 폐기하고 있다.
적십자사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사용된 혈액이 언제, 누구에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의료기관은 이런 정보를 적십자사나 환자에게 통보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 혈액 수혈자는 태아 기형이나 B형 간염 발병의 원인을 모른 채 지낼 수밖에 없으며 발병에 따른 고통과 비용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실정이다.
같은 문제를 제기한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문제 혈액 사용 시 의료기관은 수혈 사실을 적십자사와 환자에게 알려 분명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며 “문제 혈액 수혈에 따른 신속한 치료와 금전적 보상을 위해 입법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