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불거진 방사능 공포가 지난 여름부터 국내 수산물 소비 격감으로 이어지면서 생선 횟집 점주들이 죽을 맛이다. 고등어 조기 갈치 명태 등 원양 수산물의 소비가 추락한 데 이어 활어회로 영업해온 일선 횟집과 일식집이 방사능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선회를 찾는 손님이 예전의 절반 이하로 급감하면서 폐업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횟집이나 일식집이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방사능 수산물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어서 수익악화를 견디지 못한 이들 업종의 무더기 도산이 우려된다.
2년 전 일본 동북부 연안 대지진으로 쓰나미가 덮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는 참극이 빚어졌다. 지난 5월 원전 내 관측용 우물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갔을 우려가 제기돼왔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이럴 가능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원전을 관할하는 도쿄전력은 자료가 없다며 버티다가 지난 7월에야 이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방사능에 대한 불안이 폭증해 급기야 수산물 시장에서 생선 및 선어 거래가 뚝 끊기는 등 큰 타격을 받았으며 이런 현상에 제동을 걸 정책적 수단이 딱히 없는 실정이다.
최근 일본산뿐 아니라 모든 수산물에 대해 먹지 말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태평양을 포함한 모든 바다로 퍼져나갔다는 설이다. 이에 오염된 바닷물에서 자란 전 세계의 수산물이 국내에 유통될 가능성이 높고 동해나 남해 등 근해에서 잡힌 수산물이라도 이미 방사능에 오염됐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인터넷을 타고 확산됐다. 아예 수산물을 먹지 말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수산물 불안 풍조는 일본에서도 거센 듯하다. 일본 수산종합연구센터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출하규제 대상이 아닌 수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피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게 검사하려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많다고 한다. 심지어 어느 자치단체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급식 식재료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문서를 학부모에게 배부하기도 한다. 미야기 현의 양식용 사료인 크릴새우의 경우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방사능 검사결과가 나왔음에도 중매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JF전국어업연합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수산물 소비감소로 어민들은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장에서 취급되는 물건들은 전부 안점검사를 마친 것들”이라며 “안심하고 구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듯 국내외에서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만연하지만 일각에서는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8월초까지 국내로 들어온 수산물 가운데 방사성 세슘 또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된 물량은 수입신고 기준으로 총 131건(약 3010t)이다. 2011년(4∼12월)에는 21건(159t)에서 기준치 이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2012년에는 101건(2705t)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선 최근까지 9건(160t)으로 다시 줄었다. 131건 모두 방사성 요오드(131I)는 나오지 않았고, 방사성 세슘(134Cs 또는 137Cs)이 기준치(1㎏당 100베크렐) 이내로 측정돼 안전하므로 유통에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부터 6월 말까지 고등어, 오징어, 갈치, 김, 미역 등 15개 품목, 165건에 대해 시행한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조사결과에서 모두 이상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국내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안전성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며 하반기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조사는 고등어, 가자미, 참조기, 굴, 미역, 다시마 등 17개 품목, 233건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일본 8개 지역(이바라키, 군마, 미야기, 도치키, 이와테, 아오모리, 지바, 후쿠시마)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국내 수산업을 살리려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