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혈모세포이식센터·안센터 등 육성, 해외환자 적극 유치 … 연구중심병원 진입 다짐
승기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장
“‘선택과 집중’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백혈병의 4차 의료기관’’이라고 불리는 조혈모세포이식센터(BMT센터)와 국내 안구 이식수술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안센터 등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집중 육성함으로써 의료계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습니다.”
지난 9월 취임한 승기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장은 16일 병원 2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승 병원장은 “대표적인 중증질환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 센터는 우수한 의료진과 첨단장비 등 인프라를 갖춰 대외적으로 탄탄한 경쟁력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며 “내실있는 운영으로 글로벌 리딩 병원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저수가 시대에 접어들고 의료보장이 강화되면서 국내 병원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빅5’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승 병원장은 무분별한 몸집불리기는 경영난을 타개하는 데 더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는 국내 최초로 조혈모세포이식 5000례를 돌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안센터는 국내 최초로 인공각막이식수술에 성공했으며 국내 이식수술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들 센터를 포함해 최소 3~4개 이상 분야를 집중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병원 측은 환자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병원은 지난 6월 종합병원을 포함한 총 29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서비스품질지수에서 서비스 업종의 집약체인 호텔이나 항공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각 층 병동별로 원무매니저를 배치하고, 태블릿모니터를 활용해 환자 만족도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환자의 문의사항에 적극 응대하기 위한 앤젤간호사제도도 시행 중이다.
승 병원장은 심혈관센터장 재직 시절 신속한 진단 및 치료를 목표로 ‘심장 원스톱클리닉’을 개소한 바 있다. 당시 이 클리닉은 센터에 처음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당일 진료와 검사를 제공하는 신개념 의료서비를 제공했다.
이 병원은 또 의사·간호·행정 등 병원내 모든 직군으로 구성된 고객행복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할 계획이다. TFT는 환자 대기시간 관리, 설명강화, 의료기술 수준 신뢰성 라화, 고객의 소리 경청, 가톨릭기관 이미지 강화, 고객접점관리 등 6개 핵심과제에 대한 개선활동을 담당한다.
승 병원장은 “임기 중 슬로건을 ‘여러분의 희망이 돼 드리겠습니다’로 정했다”며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고 환자 사랑을 실천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번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는 데 실패하면서 큰 굴욕을 맛봤다. 승 병원장은 “연구중심병원으로서 필요한 연구역량이나 인프라는 충분히 갖춘 상태였다”며 “측정기준을 잘못 잡는 등 사소한 행정적 오류로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21세기를 선도하는 연구중심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내외 우수 연구자를 영입하고 연구공간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이같은 노력으로 차후에 있을 재공고에서는 반드시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겠다”고 다짐했다.
국가별 특성을 고려해 해외환자를 유치함으로써 의료관광 활성화에도 앞장 설 방침이다. 병원 측이 국제진료센터를 개소해 예약·진료·수납 등 전 진료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한 결과 최근 2년간 해외환자는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국적은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중동지역 등 다양하다. 작년 5월부터는 아부다비 보건청 의뢰시스템을 본격 가동해 필요한 검사나 치료계획을 사전에 준비하고, 입국부터 출국까지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동권 환자의 유입을 증가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승 원장은 “세계적인 첨단 의료기술을 널리 알리고 환자가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해외환자를 적극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기배 서울성모병원장은 1981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후 순환기내과학교실 학과장, 심혈관센터장, 대한심장학회 중재시술연구회장 등을 지냈다. 심혈관질환 치료의 권위자로 20년간 1만례 이상의 심장질환 관상동맥성형술(스텐트삽입술)을 시행했다.
그는 또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200여건의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제1저자로 참여한 ‘관상동맥 좌주간지 병변에 대한 경피적 스텐트시술 및 관상동맥 우회로수술의 비교’ 논문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지(NEJM)’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