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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비싸도 너무 비싼 ‘신경성형술’, 치료효과는 몇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3-10-13 19:42:18
  • 수정 2013-10-21 14: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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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 안돼 최대 600만원, 스테로이드로 인한 통증감소일뿐 … 비용 대비 효과 우수한 점 없어

서울의 한 척추질환 전문병원에서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신경성형술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5월 KBS 추적60분의 ‘병원이 알려주지 않는 진실 제1편 위험한 열풍-신경성형술’ 방송이 나간 후 신경성형술의 실효성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날 방송에는 고가의 신경성형술을 받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오히려 보행장애 등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특히 한 환자는 시술 비용으로 약 600만원을 쓴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척추질환을 앓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병원에서 신경성형술을 권유받았는데 방송을 보고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경성형술의 실효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11년 대한척추외과학회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경성형술 열풍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대한통증학회는 “이 시술의 치료효과를 입증하는 수많은 사례와 연구보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막외강내 신경성형술은 1㎜의 초소형 특수카테터를 척추뼈 사이의 구멍을 통해 경막외강에 삽입한 후 유착방지제(필요에 따라 국소마취제·스테로이드제제) 등의 약물을 투입, 유착된 척추신경을 풀어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1990년대 미국 텍사스대 의대 통증치료센터의 가부라츠(Gabor Racz) 교수가 발명했으며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기존 치료법보다 비용 부담이 상당히 크다. 1회 시술비용은 적게는 80만원, 많게는 60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고가(高價)인 신경성형술이 치료효과나 급여화 여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신문이나 인터넷 웹사이트에서는 이 시술을 척추질환에 대한 표준치료법인 것처럼 보도 또는 광고하는 행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척추통증학회는 13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지하1층 대강당에서 추계학술대회 및 전문가토론회를 개최해 신경성형술의 실효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신경성형술, 과연 유의미한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용철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문동언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김동준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 이무열 신의료신기술평가사업단 본부장, 권용진 서울북부병원장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춘성 교수는 △척추신경의 유착이 통증의 원인인지 △신경성형술로 통증의 원인이라는 신경유착을 얼마나 풀 수 있는지 △다른 치료법과 비교 시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지 등 관점에서 이 시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신경유착은 척추수술을 받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발생한다”며 “이같은 유착이 통증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통증의 원인이 유착일지라도 가느다란 카테터로 병변 부위를 정확히 찾아 유착을 풀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신경성형술을 옹호하는 의사들은 “시술 후 60~72%의 환자에서 통증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으며, 이같은 효과가 1년간 지속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시술 자체보다는 카테터를 통해 투여한 스테로이드가 통증 감소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용철 교수는 “척추수술 후 극심한 통증, 우울증, 수면장애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경성형술의 긍정적인 역할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문동언 교수는 “신경성형술은 전세계적으로 경막외 유착이 동반된 척추통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비수술적으로 치료할 있는 환자를 무분별하게 수술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증상이 개선됐다고 느끼는 것은 위약효과(placebo effect)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1988년 프레이드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환자가 위약효과를 느끼듯이 의사들도 자신이 한 치료는 분명 효과가 있을거라고 믿는 경향(The physician as a placebo reactor)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어떤 치료법의 효과를 판단할 때에는 이익과 관계없는 객관적인 제3자가 해야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날카로운 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의사들은 가는 카테터를 통해 스테로이드를 더 많이, 더 효과적으로 병변 부위에 주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경성형술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준 교수는 “신경 유착이 통증의 원인이라는 의학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스테로이드 주입이 주목적이라면 환자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개원의·척추전문병원 관계자 등을 포함해 220여명이 참석했지만 예상과 달리 별다른 반박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대학교수 중심의 반대론에 맞서 개원의들이 옹호론을 펴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다만 한 전문의는 “신경성형술은 비수술적 요법으로 시술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같은 장점은 무시한 채 맹목적으로 비난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저수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개원의들의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신경성형술의 치료효과를 신경차단술 등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봤을 때 특별하게 우월한 점은 찾을 수 없다는 게 주류 의학계의 입장이다. 그러나 평균 비용은 신경차단술이 5만원, 신경성형술은 200만원 정도로 차이가 엄청나다.
신경성형술은 꼬리뼈를 통해 증상을 일으키는 신경 주위로 1㎜의 가느다란 카테터(특수바늘)를 주입해 흉터(삐져나오거나 덩어리진 비정상조직)를 없애고 신경이 눌린 곳은 풀어주고 유착방지제를 투약해 신경과 주위 조직이 다시 들러붙지 않게 막는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신경차단술은 척추신경, 말초신경, 뇌신경, 척추신경절, 교감신경절 등에 국소마취제 혹은 소염제를 투여해 예민해진 신경을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치료법이다.

신경성형술과 신경차단술은 시술 시간이 5~10분 정도로 짧고, 흉터가 남지 않으며, 퇴원 즉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고령이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에게도 시행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경성형술은 시술 후 하루 정도의 입원이 필요하지만, 신경차단술은 시술 후 5시간 정도 경과를 관찰한 후 바로 귀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저수가 시대에 병의원들이 경영난 타개와 고수익을 위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신경성형술에 손대는 것은 이해가 가는 바다. 하지만 신경차단술처럼 신경성형술과 효과는 비슷하고 비용 부담도 적은 치료법이 있는데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비싼 신경성형술만 권유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신경성형술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입장이다.

이 교수는 “신경성형술의 유행은 20년전 의료계를 떠들석하게 했다가 지금의 거의 잠잠해진 ‘레이저디스크수술’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며 “어떤 치료법이 급격하게 인기를 얻었다가 금세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는 이런 현상에 대해 해명하거나 반성하는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용진 병원장은 “언론에 의해 이슈화되기 전까지 신경성형술의 실효성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정립하지 못해 의료인으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토론회 같은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논의함으로써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지난 5월 방송 이후 예상 외로 시청자들의 신경성형술에 대한 문제의식 제기가 저조하자 △피보도자에 대한 지나친 인권보도로 인한 방송 영향력 감소를 타개 하기 위한 ‘실명 보도’ 강화 △시사프로그램의 연성화 지양 및 고발성 프로그램 비중 제고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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