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진행중인 'got chocolate milk' 캠페인 포스터(got chocolate milk 사이트 출처)

요즘엔 ‘자신의 몸 자체가 패션’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몸매를 가다듬는 사람들이 적잖다. 단순히 마르기만해서도 안되고, 적당한 근육이 있는 탄탄한 몸이 선호되면서 근력운동을 즐기는 여성도 상당수다. 효과적으로 운동하기 위해 영양섭취·식습관개선에까지 나선다. 평소 세끼 식사뿐만 아니라 운동 전후에 어떻게 먹느냐에 포인트를 두고 이를 신경쓰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근육을 키우고 몸매를 가다듬기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영양소는 ‘단백질’이다. 사실 근육은 운동하는 중에 생기는 게 아니다. 오히려 파괴된다. 운동자극으로 파괴된 근육이 복원되면서 더 강한 근육을 생성하는 게 근육증강의 원리다. 따라서 운동 후 영양섭취가 근육 생성에 큰 일조를 하게 된다. 근력운동을 한 다음 단백질을 섭취하면 근육이 회복되고 자라는 게 수월해진다. 여기에 양질의 당분을 더하면 단백질이 더욱 빨리 소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운동 마니아들은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닭가슴살, 계란, 소고기, 단백질보충제 등을 섭취한다. 어떤 이는 스포츠음료만 고집한다. 특별한 조리과정이 필요 없어 편리한 단백질보충제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파우더 타입으로 어디서든 우유나 물만 있으면 수월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보충제는 성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결코 저렴하지 않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 중에서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한달에 100만원 남짓한 비용을 보충제에 투자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지갑에서 출혈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효과적인 단백질 공급원이자 운동 후 근육손상 회복제로 ‘저지방 초콜릿우유’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유럽에서 초콜릿우유가 운동 후 근육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는 우유단백질이 고급 천연 단백질이고, 함유된 우유와 초콜릿은 최적의 단백질·탄수화물 조합으로 근육 회복에 효과적이며, 우유 속 칼슘·칼륨·마그네슘·나트륨 등이 땀을 흘리면서 손실된 전해질을 보충해준다는 점을 내세우며 초콜릿우유를 새로운 운동 후 회복음료로 추천한다.

국내서도 이런 연구결과에 따라 초콜릿우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여대생 이 모씨(23)은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을 즐기는 마니아로 운동 후 저지방 초콜릿우유를 한 팩씩 챙겨먹는다. 이 씨는 “평소 운동을 하면 음식을 제한하는 타입인데, 초콜릿우유가 운동 후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블로그에서 읽고 챙겨먹게 됐다”며 “열심히 운동하고 맛있는 우유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모씨(28)는 초콜릿우유 마시는 것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그는 “어쨌든 초콜릿우유라는 것 자체가 건강해보이는 느낌은 아니다”며 “경제적이진 못하더라도 먹던 보충제를 우유로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초콜릿우유는 탈지분유나 흰 우유보다 덜 신선한 우유를 원료로 쓰며, 맛과 안정성을 위해 젤라틴·카라기난·알긴산나트륨·잔탄검(xanthan gum)·구아검(guar gum) 같은 안정제를 많이 첨가한다는 것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외국 연구진은 대체적으로 ‘단백질보충제를 우유로 대체한다 해도 효과는 비슷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09년 미국 제임스메디슨대(James Madison University) 연구팀은 ‘저지방 초콜릿우유가 운동 후 근육을 회복시키는 데 근육회복용 스포츠음료만큼, 심지어 그 이상 효과가 좋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13명의 축구선수를 대상으로 4일 동안 고강도훈련을 한 뒤 한 그룹에는 고탄수화물 근육회복 스포츠음료 1개씩을, 다른 그룹에는 저지방 초콜릿우유 1개씩 먹도록 했다.
 
연구 결과 평소 초콜릿우유를 마신 선수들은 근육손상을 나타내는 표지자인 크레아틴키나제(creatine kinase, 골격근·심근·평활근·뇌 등에 분포돼 있는 효소로 에너지 대사에 관여)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훈련 과정에서도 스포츠음료를 마신 선수에 비해 운동능력 및 근육피로도,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 등에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저지방 초콜릿우유는 운동 후 근육손상과 회복을 돕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스포츠의학회도 2010년에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학회는 “운동 후 초콜릿우유를 마시는 것은 탄수화물 스포츠 음료(carb-only)를 마시는 것에 비해 근육 재구성 및 회복을 돕는데 더욱 이롭다”고 밝혔다. 또 운동 후 초콜릿우유를 마시는 게 운동수행능력을 원활히 하기 위한 근육 재정비를 돕는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연구팀은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운동 후 2시간 안에 지방이 포함되지 않은 초콜릿우유를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운동수행능력 자체를 높게 끌어올려준다는 내용의 연구도 눈길을 끈다. ‘힘과 컨디션 연구(The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콜릿우유를 마신 사이클선수는 지구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이 일반 스포츠음료를 마신 선수의 2배나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 스포츠영양학자 로버트 포트먼은 “최근 텍사스대에서 실시한 ‘초콜릿우유와 근력회복’ 관련 연구는 낙농업체(milk council) 위원회의 후원으로 진행됐다”며 “(이런 연관성 때문에) 일반적인 스포츠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초콜릿우유를 마시는 게 체력회복 등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단백질은 근육회복에 같은 효과를 미친다”며 “기존 회복용 보충제는 유청(whey)을 포함하는 반면 초콜릿우유 속 단백질은 카제인(casein)이라는 형태로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제인은 운동 후 근육 회복 및 재건에 있어 유청보다 50%정도 효과가 떨어지고 유청보다 몸에 흡수되는 속도가 느리다”며 “근육단백질 합성을 활성화시키는 필수 아미노산인 ‘류신(Leucine)’의 함유량도 낮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미국 텍사스대가 내놓은 연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초콜릿우유를 섭취하면 운동지구력을 높여준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7%대의 완만한 증가량으로, 기존 단백질보충제의 경우 55~65%의 지구력 증가 수치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효과적인 회복의 관건은 근육재건과 고갈된 에너지 보충”이라며 “초콜릿우유가 기존 단백질보충제에 비해 근육재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탄수화물의 조합 때문”이라며 “(초콜릿)우유 속에 든 젖당(lactose)은 에너지원으로 변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기존 근육 회복 음료(단백질 보충제 음료)는 빠른 속도로 흡수되고 근육세포로 변화시켜주는 다양한 탄수화물 조합(제조업체간 노하우)을 갖고 있는 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콜릿우유는 운동 후 근육에너지 저장(지구력) 측면에서는 효과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탄수화물 및 미네랄 전용 스포츠음료(carb-only) 음료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박원하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교수도 “운동 후 복구 영양의 목적은 운동하면서 분해된 단백질과 산화스트레스로 인한 근육손상을 막는 것”이라며 “초콜릿우유는 이런 손상을 떨어뜨리거나 막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포함된 당분(초콜릿 성분) 덕분에 에너지 저장능력이 있어 지구력 증가에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저지방 초콜릿우유는 그 자체로 맛있는 기호식품으로 운동 후 근육 복원에 있어 단순 탄수화물 위주 스포츠음료보다 나을 수 있지만 정통 단백질 보충제에 비해서는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