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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도 피부노화는 싫어 … 위장크림도 피부 상할까봐 ‘사제’ 챙겨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0-02 15:22:51
  • 수정 2013-10-07 17: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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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랜드 화장품’, 관물대 속 장악 … ‘코필러·피부과 시술’ 받고싶지만 현실적 한계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 행사에서 특전부대 용사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육군 하사관 박 모씨(22)는 일명 ‘꿀하사’로 부대 안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피부관리에 열성적인 그의 피부는 관리한 보람이 있었던지 ‘관리빨’을 톡톡히 보고 있다. 평소 새벽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기 전 여자친구가 선물해준 남성용 클렌징폼으로 세안하고, 스킨-에센스-수분크림을 발라 충분히 보습한다. 훈련 중 마음대로 쉴 수 없는 탓에 강도 높은(SPF지수가 높은) 자외선차단제를 발라 피부를 보호한다. 일과가 없는 주말에는 각질제거와 마스크팩도 잊지 않는다. 데이트가 잡히면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피부톤을 보정하는 컬러가 가미된 크림)’로 피부톤을 보정한다.

‘군인’이 뷰티업계의 새로운 타깃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 군인이란 직업은 피부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자외선 노출, 과도한 업무로 인한 만성피로, 계급 스트레스 등 필요한 조건은 다 갖춘 직군으로 인식됐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란 뜻의 ‘그루밍족’ 열풍은 장병들 사이에선 거리가 멀 것처럼 느껴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각종 훈련으로 상하기 쉬운 피부를 지키기 위해 보급품 항목에도 없는 속칭 ‘사제’ 브랜드화장품을 찾는다. 이에 따라 군대 간 아들·남동생·남자친구에게 피부관리 용품을 선물하고, 이를 선물받길 원하는 군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몇 년전만 해도 수입 과자·초콜릿 등 간식류가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이었다면 요즘엔 수분크림, 기능성 선크림, 마스크팩(시트팩)을 선호한다. 침투훈련에 얼굴에 바르는 위장크림도 아모레퍼시픽 계열 이니스프리가 만들어 ‘사제’로 인기리에 판매할 정도다.

여대생 최 모씨(20)는 최근 입대한 남자친구에게 ‘뷰티패키지’를 보냈다. 최 씨는 “군대에 가면 먹을 게 그리워 간식 등을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남자친구가 그런 것 보다는 시트팩을 보내달라고 말해 의외였다”며 “입대 전에는 별로 피부에 신경쓰지 않았던 남자친구가 훈련하면서 피부 트러블이 늘어나고 얼굴이 햇빛에 타 못생겨진 것 같다며 투덜대는데, 남자친구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카투사로 근무했던 대학생 윤 모씨(25)는 “입대 전부터 피부관리에 신경쓰는 편이었고 여자들보다 더 피부가 좋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입대 후에는 고된 훈련 때문인지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기능성 화장품을 구비하고, 휴가 때에는 피부과 시술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피부는 군대에서 더 좋아진 측면도 있다”며 “규칙적인 생활에 피부관리하는 습관이 시너지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군인들이 피부관리에 목을 메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일반인처럼 보이고 싶어서’라고 입을 모은다. 의무경찰로 근무했던 대학생 이 모씨(27)는 “병역기간 중 휴가를 나와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군인냄새 난다’, ‘짬내 난다’ 등 군인신분 자체를 가지고 놀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왠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위축돼 그 뒤로 피부에도 신경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모습에 나이 먹은 기성세대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육군 부사관인 김 모씨(24)는 택시 안에서 여자친구가 건내 준 립밤을 바르고 미스트를 뿌리다가 택시기사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기사는 “요즘 군인 애들은 (군기가) 빠져가지곤 얼굴이나 가꾸고 앉아 있어”라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해병대출신인데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 시국이 엉망인데 얼굴에나 신경 쓸 때냐’, ‘계집애처럼 굴어서 나라는 지키겠냐’ 등 흥분해서 말을 이었다.
김 씨는 “택시기사의 반응에 너무 당황했지만 ‘어른들이 보기엔 별로 좋게 보이지 않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시대가 바뀐 게 아니냐”고 억울해 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반응에 상관없이 자신의 피부미용에 투자하는 장병들은 꾸준히 늘어날 모양이다.
황규광 세련피부과 원장은 “최근 남성의 피부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업군인이 피부과를 찾는 경우도 간혹 있다”며 “직업 특성상 자외선에 피부가 심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피부건조증, 기미·주근깨 등 피부색소질환, 여드름홍반 등 혈관색소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군인에게 피부과 시술을 권하기에는 애매하다”며 “레이저시술 등 대부분의 피부과치료는 주의사항으로 ‘한달 정도 자외선 노출을 피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물게 결혼 등을 앞두고 직업군인 중에는 코를 높이기 위한 필러 시술을 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 역시 사격·유격훈련 등으로 망가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군인들은 ‘모공·여드름’을 가장 고민되는 피부문제로 꼽았다. 황 원장은 “모공·여드름은 청결한 피부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예방의 핵심”이라며 “특히 선크림이나 위장크림을 바르면서도 물 세안으로 대충하는 경우가 많아 세안습관을 바꾸고 클렌징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장크림은 어떤 메이크업 제품보다 두껍게 발리고 유분기도 많은데다 밀착력도 좋아 웬만한 클렌저로는 잘 씻기지도 않는다. 이런 위장크림을 하루 종일 바르고 있으면 모공이 막힐 확률은 거의 100%다.

이를 예방하려면 위장크림을 바르기 전 수분크림을 먼저 충분히 바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위장할 부위에 수분크림을 바르고 제품이 흡수되기 전에 위장약을 그 위에 펴 발라준다. 이럴 경우 수분크림이 만든 코팅막 위에 위장약이 발려 나중에 지우기도 쉽다. 세안할 때에는 클렌징폼 등을 짜내 충분히 거품을 낸 뒤 얼굴에 부드럽게 롤링해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황 원장은 “피부과 시술은 사실 꾸준함이 관건”이라며 “군인을 위한 시술을 꼽자면 모공 속 노폐물까지 깨끗하게 제거해 맑은 피부로 돌려주는 ‘스킨 스케일링’이 가장 추천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여드름으로 고민한다면 ‘광역동치료(Photodynamic Therapy,PDT)’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PDT광역동치료는 클로로필이나 아미노레불린산(5-aminolevulinic acid, ALA) 성분의 광과민제를 바르고 1시간 후 빛이나 레이저를 쪼이면 이 성분들이 피지에 흡착돼 있다가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피지를 파괴하므로 염증이 심한 화농성 여드름에 좋다.

뷰티 업계에서도 군인들을 위한 뷰티 제품을 속속 선보여 내무반 관물대 속을 장악해가고 있다. 이 가운데 남성화장품 브랜드 ‘랩시리즈’는 군인을 위한 밀리터리 프로그램 ‘엘에스아미(LS ARMY)’를 내놨다. 군 복무 중인 군인들은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군인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내놔 눈길을 끈다. 그만큼 군인 고객이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정숙 랩시리즈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군인들은 한가지 제품으로 쉽고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올인원 제품’을 선호한다”며 “랩시리즈에서는 피부진정·수분공급·주름개선·피지조절 등 4가지 기능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에센스 로션 ‘프로 엘에스 올인원 훼이스 트리트먼트’가 인기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 방법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신속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으로, 평상시 세안 후나 면도 후에 바르면 된다”며 “보습과 자외선차단, 두가지에만 충실해도 피부가 충분히 개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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