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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교차에 피부가 볼록볼록 가렵다면 ‘한랭두드러기’ 의심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9-30 08:57:04
  • 수정 2013-10-02 16: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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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위’ 노출 시 손톱부터 손바닥 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병 … 항히스타민제 효과적

주부 김 모씨(28)는 가을날씨로 접어들면서 확 떨어진 기온에 남들보다 더 유난히 일찍 스카프와 카디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남들은 ‘트렌드에 민감한가 보다’, ‘몸이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인가보다’라고 생각하지만, 김 씨가 이런 것들을 챙기는 것은 단순히 추위를 타서가 아니다. 일교차가 확 떨어지는 날에는 온몸이 근질근질하면서 모기에 물린 것처럼 심한 두드러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도가 심한 날이면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까지 들어 병원을 찾아야 할 정도다. 재작년 처음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추위 알레르기로 인한 한랭 두드러기(cold urticaria)’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느새 싸늘한 가을 날씨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아침·저녁간 기온차에 알레르기성 비염, 재채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특이체질은 이상하게도 일교차가 심해지면 온몸이 간지럽고 심하면 볼록하게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가려움증에 그치지 않고 갑자기 피부까지 부풀어 올랐다면 이는 ‘한랭두드러기’일 수도 있다.

보통 두드러기라고 하면 음식을 잘못 먹거나 특정 상황에서 생기는 것을 떠올린다. 이름도 생소한 한랭두드러기는 피부가 추위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만성두드러기로 추위에 노출됐던 몸이 다시 따뜻해질 때 손톱부터 손바닥 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한랭두드러기는 발진·가려움·피부색변화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는데 증상이 심하면 호흡곤란과 두통이 유발되고 심장박동수가 빨라져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만만하게 볼 증상이 아닌 것이다. 지난 2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병역 면제 사유가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한랭두드러기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추위’가 두드러기를 유발시키기는 요인이지만 왜 추위에 노출됐을 때 두드러기가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따라서 현재는 ‘과민한 면역반응’을 주요 원인으로 추정한다. 추위 자극을 받으면 ‘한랭글로불린’, ‘한랭피브리노겐’ 등 관련 물질이 체내에서 쓸데없이 합성돼 두드러기를 유발한다. 이런 반응은 정상인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한랭두드러기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현선 서울대 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온도변화에 인체가 방어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분비되며 한랭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드물게 한랭글로블린혈증(차가운 것에 대한 적혈구의 자가항체반응)·백혈병·간염·전염성단핵구증 후에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차가운 공기’이지만 이상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원인은 더욱 깊숙한 곳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성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편도선염·인후염 등 세균감염의 후유증이나 소염진통제·항경련제 등 약물복용 후유증으로도 한랭두드러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랭두드러기는 한겨울에 많이 발생하지만 일교차가 큰 요즘처럼 집 밖에서 10도 이하의 찬 공기에 노출됐다가 20도가 넘는 집 안에 들어올 때 급격한 온도차에 의해 생기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에어컨을 지나치게 켠 경우에도 두드러기가 유발되기 쉬워 여름에도 얇은 카디건을 항상 지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팔, 다리에 생기는 것은 옷으로 가리면 되지만 눈 주위, 입술 등이 붓기도 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타구니, 생식기, 항문주위 등으로까지 번져 온 몸이 ‘가려워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사람도 적잖다. 민감한 사람은 아이스크림 정도의 찬 음식만 먹어도 혀와 기도가 부어 숨쉬기도 힘들어진다. 드물게 수영이나 냉수욕을 하다 사망한 경우도 있다.
 
두드러기가 생긴 후 몇 시간 이내에 저절로 없어진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랭두드러기는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고 증상이 언제 생길지 예측할 수 없어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윤 교수는 “증상이 유발될 때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항히스타민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랭두드러기 체질인지 궁금하다면 피부과에서 아이스큐브테스트(ice cube test)를 받아보면 된다. 윤 교수는 “얼음조각을 정상피부에 5분간 얹은 뒤 얼음을 얹었던 부분에 두드러기가 나타나는 모습으로 한랭두드러기 체질인지 아닌지 진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위에 대한 노출을 막는 게 거의 유일한 예방법”이라며 “추운 계절에 바깥활동을 삼가고 따뜻한 계절이라 하더라도 수영이나 찬물샤워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카프나 장갑·마스크 등 소품으로 추위에 노출되는 피부를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진단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그래서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서 교수는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겠다고 추운데 있다 따뜻한 곳으로 가지 않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예 차가운 바람에 피부가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게 바람직하다”며 “완치는 어렵지만 항히스타민제 일종인 ‘사이프로헵타딘’, ‘독세핀’, ‘세티리진’ 등이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저녁에만 나타나는 가벼운 두드러기인 경우에는 국소도포제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도 두드러기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두드러기가 난 부위를 긁는 것을 삼가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도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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